국내 추가 임상 계획 ‘미정’…美 임상 2상도 1.3년째 진행 중
R&D 우선순위 밀린 분위기…사측, “연구개발 의지 변함없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엔지켐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먹는 코로나 약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다. 재작년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동시에 임상을 추진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국내 임상 결과 발표 이후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2년간 발생한 대외 변수로 이 회사의 개발 의지가 사실상 꺾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배경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EC-18’(성분명 모세디피모드)의 소식이 잠잠하다. 지난해 8월 1차 평가 변수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국내 임상 2상 결과 발표가 사실상 마지막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동시에 임상 2상을 추진하며 여느 국내 개발사보다 더 강력한 상용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2020년 4월 부광약품에 이어 엔지켐생명과학(2020.5)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 승인을 받았다. 또 같은 해 8월에는 토종 개발사 중 최초로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2상 허가를 따내기도 했다.

임상도 비교적 빠르게 진행됐다. 국내 임상은 승인 받은 지 8개월(2021.1.18.)여 만에 환자 모집을 완료했고, 미국에서도 현지 수탁기관인 PRA 헬스사이언스를 선정, FDA 승인 2개월 만에 임상 2상(2020.10)에 돌입했다. 당시 조건부허가(긴급사용승인)를 빠르게 받을 수 있는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 이유다.

그러나 순조롭던 규제기관의 임상시험계획 승인과 임상 시작과는 달리 결과 발표 시점은 시장의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국내 임상 결과는 환자 모집 완료 후 7개월만에 나왔고, 미국 임상은 1년 3개월여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의 싹튼 배경이다.

특히 엔지켐생명과학이 지난해 8월 국내 추가 임상(임상 2b상·3상) 의사를 밝혔음에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개발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글로벌 빅파마의 먹는 코로나 약이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개발 착수 당시 이 회사에 기대했던 잠재적 사업성과 시장의 관심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 회사가 최근 인도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사업과 구강점막염 신약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모습도 코로나 치료제 개발 지속성에 대한 의문부호를 키우고 있는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아직 결과 발표 전인 미국 임상 결과에 따라 개발 동력이 다시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다만, 미국 임상이 향후 반전 카드로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초 1차 목표점으로 잡아 놓은 ‘중증 폐렴 또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이행되는 확률’이나 모집 환자 수(60명) 등 임상 프로토콜이 국내 임상과 사실상 차이가 거의 없어 다른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런데도 회사 측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임상에서 1차 평가 변수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여러 데이터를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끝까지 연구개발을 진행하겠다는 것.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현재 국내 추가 임상을 준비 중에 있지만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고, 최종 결정되면 발표할 예정”이라면서도 “다만 핵심 파이프라인의 연구개발 일정에 따라 코로나19 치료제 추가 임상 일정은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임상은 환자 모집이 국내보다 제약이 있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미국에 확진자가 많아 임상 환경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참여자가 병원에 오는 것 자체가 국내와 달리 쉽지 않다. 환자 모집도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임상 돌입 후)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임상을 끝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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