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년 의약품·제약지수 시가총액 상위 20개사 ‘해부’
의약품 지수 27일까지 –22.08% 하락…전산화 이후 두 번째
제약 지수 첫 발표된 2001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하락 폭
제약바이오, 코로나 이전 회귀…“투심 되돌리기 어려울 듯”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제약바이오가 조정을 넘어 패닉의 문턱에 접어든 모양새다. 코로나19를 동력 삼아 거대하게 쌓아 올렸던 외형이 올 들어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대내·외 악재로 증시의 조정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는 데다 추락을 막을 만한 강력한 모멘텀도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라 상당 기간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1월은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에 역대급 흑역사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메디코파마뉴스> 분석 결과,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지난 1월 3일부터 27일까지 –22.08% 하락했다. 이는 1995년 1월 기록했던 –24.87% 급락 이후 최악의 연초 성적표다. 의약품 지수가 1월에 20% 이상 빠진 사례는 전산화가 시작된 1980년대 이후 두 번째다.

 

▲ 자료 출처=한국거래소,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자료 출처=한국거래소,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코스닥 제약 지수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제약 지수는 지난 19거래일간 –18.03% 떨어졌는데 이 역시 2008년과 2021년 1월에 각각 기록한 –13.5%, -13.15%에 이어 역대 세 번째 1월 두 자릿수 하락률이다. 또 코스닥 제약 지수가 처음으로 발표된 2001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 자료 출처=한국거래소,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상황이 이런 만큼 코스피 의약품 지수와 코스닥 제약 지수 구성 종목에 들어가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최근 주가 흐름이 좋을 리가 없다. 52주 신저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이전보다 시가총액이 감소한 기업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는 것.

실제로 코스피 의약품 지수에 포함된 시가총액 상위 20개사 중 셀트리온(2020 1.2 종가 23조1,010억 원 → 2022.1.27 종가 20조3,470억 원), 한미약품(3조4,080억 원 → 2조8,700억 원), 대웅제약(1조5,820억 원 → 1조4,710억 원), 한올바이오파마(1조9,040억 원 → 8,910억 원), 부광약품(8,930억 원 → 7,070억 원), 동아에스티(9,790억원 → 5,410억 원), 일양약품(4,360억 원 → 4,130억 원) 등 7개 업체는 1월 27일 현재, 지난 2020년 첫 거래일 대비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코스닥 제약 지수에서도 삼천당제약(8,040억 원 → 7,260억 원), 메디톡스(1조7,480억 원 → 6,940억 원), 엔케이맥스(8,220억 원 → 6,730억 원) 등 3개사 역시 같은 기간 시총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전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코로나19 이전으로 개별 기업들의 주가가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올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지난해 연초(1.4) 대비 시가총액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더 명확해진다.

먼저 코스피 의약품 지수에 속한 상위 20개사 중 일동제약과 이연제약을 뺀 나머지 업체는 모두 시가총액이 쪼그라들었다.

코스닥 제약 지수에서도 유바이오로직스, 한국비엔씨, 바이오니아, 네이처셀, 휴마시스, 파마리서치 등 6개사를 제외한 14개사의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특히 셀트리온(2021.1.4 대비 -56.6%), GC녹십자(-64.9%), 신풍제약(-81.1%), 종근당(-58.0%), 한올바이오파마(-54.6%), 일양약품(-65.9%), 셀트리온제약(-63.0%), 삼천당제약(-61.0%) 등은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약 13개월 동안 주가가 반토막 이상 났음에도 하락 추세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제약바이오 섹터의 조정이 지난해부터 장기간 이어지면서 저가 매수세가 들어올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반등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현재 시장 분위기는 추가 하락을 점치는 비관론이 더 우세한 모양새다. 작년에 비해 제약바이오 섹터에 낀 거품이 상당 부분 걷히기는 했지만 여전히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일부 업체를 제외한 대다수는 지난 2년간 실적 등이 확연히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그동안 주가 상승 견인차 역할을 했던 코로나19 이슈도 사실상 소멸된 만큼 코로나19 이전 주가를 기업가치 평가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인 것.

제약바이오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 이슈 여파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고, 그동안 지수 방어 역할을 해주던 연기금도 이달 들어 강한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주가 하락 시 매수에 적극적이던 개미들의 체력마저 완연히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하락장을 틈탄 공매도 세력의 공세도 다시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산업 섹터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적인 성장주인 제약바이오가 반등을 모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셀트리온의 분식회계 의혹이나 신라젠 상장 폐지 결정, 안트로젠 임상 실패 등 악재가 연초부터 한꺼번에 터졌지만 이를 상쇄할 모멘텀은 부재한 상황이다. 당분간 투심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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