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작년 지분 5% 이상 소유 제약바이오기업 27곳
지분 5% 이상, 일반투자 목적 해당…삼바·셀트리온 등 8社
오는 3월 주총 앞두고 스튜어드십코드 강화에 업계 ‘촉각’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최근 국민연금이 주주대표 소송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연금에 지분 상당수를 내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업종 전반이 주가 침체로 활로를 못 찾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소송이라도 휘말릴 경우 신뢰성 추락에 따른 하방 압력이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 분석 결과,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소유함에 따라 앞으로 소송이나 스튜어드십코드를 강화하는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제약바이오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을 포함해 2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주주대표 소송은 경영진(이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기업이 손해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해당 회사가 자사의 이사에게 소송을 걸지 않을 경우, 주주가 대신해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따라서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그 돈은 원고인 주주에게 가지 않고 회사로 돌아간다. 현행 상법상 지분 1%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 소송이 가능하다.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은 2018년 7월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를 도입하면서 지침을 통해 대표소송과 손해배상소송 제도를 반영했다. 현재 대표소송은 ‘수탁자책임 활동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유지분이 5% 이상이거나 보유 비중 1% 이상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볼 게 없는 소송인 만큼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주대표 소송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각사 공시 자료 등을 근거로,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5% 이상 지분을 투자한 제약바이오기업의 지분율과 투자목적을 들여다 보고, 올해 소송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심층 해부했다.

우선 지난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했던 제약바이오 기업수는 27곳에 달했으며 총 보유 규모는 11조8,500억 원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이 일반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곳은 8곳, 단순투자 목적은 19곳이었다.

현재 국민연금의 지분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3가지로 나뉜다. 단순투자는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본적 수준이다. 일반투자의 경우 경영권 참여 목적은 없지만 배당이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해 임원의 선임과 해임, 정관변경, 보수산정, 배당확대, 임원 해임 청구권 행사 등이 가능하다.

 

▲ 자료 출처=각사 공시 자료
▲ 자료 출처=각사 공시 자료

≫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소송 범위 ‘확대’…삼성바이오·셀트리온 등 8개사 ‘촉각’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분율 5.1%, 평가액 3조473억 원), 셀트리온(7.47%, 2조821억 원), SK케미칼(8.03%, 2,108억 원), 한국콜마(8.27%, 761억 원), 한올바이오파마(8.39%, 922억 원), 동아쏘시오홀딩스(12.49%, 878억 원), 동아에스티(9.24%, 559억 원), LG화학(6.84%, 2조9,678억 원)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국민연금이 ‘일반투자’를 목적으로 지분을 사들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2020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일반투자를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경우에는 국민연금이 주주대표 소송을 걸 수 없었지만 법 개정 이후 소송 범위가 일반투자로까지 확대되면서 지분이 5% 이상일 경우 주주대표 소송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투자 목적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현재 국민연금은 필요에 따라 단순투자나 일반투자의 목적을 수시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 2020년 2월, 당초 단순투자 목적으로 잡아놨던 상장사 50여 곳에 대해 일반투자로 투자 목적을 변경한 바 있다.

이는 제약바이오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투자 목적이 변경된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케미칼, 한국콜마, 한올바이오파마 등이었다. 반면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바뀐 곳도 있었는데, 여기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 유한양행, SK바이오팜, 녹십자, 에스티팜 등이 해당됐다.

현재 국민연금이 단순투자 목적으로 투자한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지분율 5.02%, 평가액 8,637억 원), SK바이오팜(5.02%, 3,818억 원), GC녹십자(7.41%, 1,888억 원), 한미약품(8.86%, 3,011억 원), 종근당(9.36%, 1,245억 원), 대웅제약(7.14%, 1,225억 원), 녹십자홀딩스(6.96%, 888억 원), 부광약품(6.03%, 552억 원), 삼양홀딩스(5.79%, 487억 원), 서흥(7.04%, 360억 원), 종근당홀딩스(8.46%, 363억 원), 한독(6.67%, 209억 원), 환인제약(7.12%, 236억 원), 메드팩토(5.04%, 615억 원), 마크로젠(5.03%, 159억 원), 지씨셀(5%, 804억 원), 올릭스(5.07%, 285억 원), 에스티팜(6.11%, 1,586억 원) 등이다.

≫ 국민연금 타깃 리스트에 ‘쏠린 눈’…제약바이오 소송 휘말릴 가능성은?

그렇다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국민연금의 소송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는 걸까.

일단 국민연금의 투자 목적이 일반투자로 분류된 곳은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이 이미 해당 기업에 대한 주주활동 검토에 돌입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케미칼, 한국콜마, 한올바이오파마,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티, LG화학 등 8곳에 대해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

특히 지난해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한 곳들의 경우 시장의 관심 리스트에 오를 유력 후보군들로 꼽히고 있다.

다만, 당장 소송 추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향후 소송이 진행될 여지는 남아 있다. 국민연금이 제약바이오에 대해 최근 스튜어드십코드를 강화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업계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과 제약바이오산업 전반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리베이트 관행,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평가등급 부진 등이 언제든 소송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연금은 SK케미칼, 대웅제약, 보령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코아스템,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한올바이오파마 등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액 한도 승인 등을 반대하는 등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또 대웅, 동아에스티, 삼진제약, 파미셀 등에 대해서는 이사 선임을 반대했으며, 셀트리온, 앱클론의 정관 변경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 제약바이오 ESG 경영 ‘민낯’…10곳 중 2곳만 ‘합격점’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꾼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는 ESG 이슈가 있었던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활동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ESG평가 등급이 일정 등급 이상 하락해 하위등급에 해당하거나 낮아, 예상치 못한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발생한 경우 단계별 책임 활동을 추진할 수 있다.

문제는 상당수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ESG 평가등급에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공개한 2021년 ESG 평가등급에서 ESG 등급이 ‘우수’하거나 ‘양호’한 곳은 제약바이오기업 10곳 가운데 2곳에 그친 것으로 본지 분석 결과 확인됐다. 전체 제약바이오기업 절반 가까이는 ‘보통’ 이하 수준인 ‘취약’ 결과지를 받아들며 친환경 경영의 민낯을 보여줬다.


관련 기사: [심층분석]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ESG 등급 ‘현미경 해부’


실제로 ESG 경영이 ‘취약’ 또는 ‘미흡’하다고 평가되는 종합 C등급에는 CMG제약, 네이처셀, 레고켐바이오, 메드팩토, 메디톡스, 메지온, 부광약품, 삼성제약, 셀리버리, 셀트리온제약, 안트로젠, 알테오젠, 에스티큐브,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에이프로젠제약, 엔케이맥스, 엘앤씨바이오, 오리엔트바이오, 인트론바이오, 일성신약, 일양약품, 제넥신, 제일약품, 진원생명과학, 차바이오텍, 텔콘RF제약, 팜젠사이언스 등이 포함됐다. 특히 씨젠의 경우 업계에서 유일하게 D등급을 받아 평균치를 끌어내린 곳이었다.

≫ 불법 리베이트로 얼룩진 제약업계, ‘소송 리스크’ 부상하나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끊이지 않는 불법 리베이트 문제도 소송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다만, 지금까지 국민연금 측에서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본 대표 사례들이 횡령과 배임, 담합 행위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역시 일부 기업에만 한정돼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현재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가장 유력한 대표소송 후보지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인 제일모직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회계부정을 저질렀고 이와 관련한 수사 및 형사소송에 따라 국민연금이 손실을 봤다고 주장할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분식회계 의혹에 휩싸인 셀트리온의 경우 대표소송 진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증권선물위원회가 회계 위반을 이유로 이 회사에 대한 제재를 결정한다 하더라도 회사 측이 이의 신청을 제기하면 대표소송 진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연금은 실제 확정 판결된 사건들만 가지고 소송을 제기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전문가는 “올해 국민연금이 경영층을 타깃으로 한 주주대표소송을 처음 시행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책임 경영에 대한 부담이 기업에게는 이중고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리베이트 관행으로 인한 손실 역시 앞으로 기업의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대표 소송으로 기업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신뢰성 하락에 따라 주가가 악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영진이 기업에 입힌 손해를 메우는 과정을 통해 책임경영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주가는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