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폐암·림프종 임상시험 늘어
인구 고령화에 만성질환 급증…관련 치료제 임상시험 잇따라
역류성식도염 환자 증가…P-CAB 제제로 ‘시장 재편’ 움직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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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항암제와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에 대거 뛰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규모가 큰 만큼 기업 입장에서 ‘돈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메디코파마뉴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 2021년 임상시험 승인 자료 전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승인된 임상시험은 총 1,350건으로 전년 보다 20.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항암제와 만성질환 치료제 승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제 중에서는 폐암 치료제가, 만성질환 영역에서는 복합제의 임상시험이 최다 승인 건수를 기록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폐암이었다. 다만, 의료계에서 과잉진단으로 논란이 됐던 갑상선암은 이 통계에서 제외했다.

그래서일까.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폐암 치료제 임상시험이 다수 진행됐다. 작년 승인된 1,350건의 임상시험 가운데 45건이 폐암 약 개발과 관련된 연구였다. 이는 지난해 전체 임상의 3.33% 규모다.

폐암은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나뉘는데 이 중 비소세포폐암이 80%에 달한다. 이 중 30~40%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인 T790M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 EGFR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1,500억 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외 제약기업들이 앞 다퉈 폐암 신약 임상시험에 뛰어드는 이유다.

실제로 45건의 폐암 치료제 임상시험 가운데 17건이 EGFR 비소세포폐암 관련 연구였다. 이 중 지난해 초 품목허가를 받은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6건의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 글로벌 10조 시장 ‘눈독’…림프종 항암제 개발 열기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 역시 신약 개발 시도가 많았다. 지난해 총 38건의 임상시험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은 것이다.

림프종은 종류도 다양한 데다 환자들의 예후가 좋지 않아 신약에 대한 요구도가 높은 분야 중 하나다.

시장 전망도 나쁘지 않다. 대부분의 림프종은 비호지킨성 림프종에 속한다. 현재 비호지킨성 림프종 환자는 국내에서 약 3,500여 명, 전세계적으로 약 51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악성림프종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40조 원으로, 이 중 비호지킨성 림프종 치료제 시장이 2020년 약 92억 달러(약 10조 원)다. 제약기업들이 림프종 치료제 개발에 앞다퉈 뛰어드는 이유다.

지난해 이 분야 치료제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곳은 한국로슈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월 글로피타맙(Glofitamab), 6월과 7월, 12월에 각각 모수네투주맙(Mosunetuzumab), 7월에는 폴라투주맙 베도틴(Polatuzumab Vedotin) 등 3개 약물에 대해 임상 4건을 승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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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제약 생동성시험↑…만성질환약 임상시험 대거 승인

지난해 복제약(제네릭) 개발을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이 크게 늘어나면서 만성질환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건수도 대폭 증가했다. 당뇨 치료제 102건, 고혈압약 93건, 고지혈증 치료제 58건으로 총 253건에 달했다.

이는 기존 등재된 의약품의 상한금액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짐에 따라 자체 생동생시험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9년 퇴출이나 조정 기전이 없던 기존 급여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의약품 재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재평가의 우선순위는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크고 임상적 유용성이 떨어지는 제품군으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자체 생동성시험 또는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대비 53.55%의 상한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약가를 담보받기 위해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라도 자체 생동성시험을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제에 생동성시험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난 것.

한편, 이번 분석에서 당뇨약 임상시험을 가장 많이 진행한 곳은 아스트라제네카였다. 이 회사는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프로판디올수화물)와 관련한 13건의 연구와 복합제인 직듀오(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프로판디올수화물·메트포르민)에 임상시험도 지난해 14건을 진행했다. 두 품목의 지난해 원외처방액은 각각 426억 원, 369억 원을 기록했다.

고혈압 복합제인 텔미사르탄·암로디핀(제품명 트윈스타, 베링거인겔하임)과 관련한 임상시험도 10건에 달했다. 현재 이 약은 처방액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9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고지혈증 치료제에서는 아토르바스타틴(제품명 리피토, 비아트리스) 성분 관련 임상시험이 16건에 달하면서 봇물을 이뤘다.

지난 1999년 국내 시장에 등장한 리피토는 2020년 11월 특허 만료로 후발주자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지만 여전히 독점적 지위를 구가하고 있다. 이 약은 지난 한 해 동안에만 2,100억 원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국내 제약사 새 먹거리 ‘정조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도 요동치는 분위기다. 지난 한 해 동안 관련 치료제 임상 건수만 96건에 달한 것.

현재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을 움직이는 대표적인 치료제는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의 에스오메프라졸마그네슘삼수화물 성분(제품명 넥시움, 아스트라제네카)과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P-CAB) 계열의 테고프라잔(제품명 케이캡, HK이노엔) 성분의 제품들이다.

이 중 지난해 PPI 계열의 에스오메프라졸 성분 제제의 임상시험은 25건에 달했다. 이 계열의 리딩 품목인 넥시움의 지난해 원외처방액은 360억 원이었다.

PPI 기전의 단점을 보완한 P-CAB 기전의 약물에 대한 임상 승인도 작년 쏟아져 나왔다.

지난 2019년 국산 신약 30호로 허가된 P-CAB 계열의 케이캡은 출시 2년 만에 처방액 1,000억 원을 돌파하면서 기존 시장을 주도했던 PPI 계열을 누르고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을 장악했다.

케이캡의 흥행은 후발 주자의 등장을 이끌어냈다. 지난 연말 국산 신약 34호로 허가된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가 대표적이다.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도 P-CAB 후보물질인 JP-1366에 대한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으며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오리지널 '쫓는' 복제약…매출 상위 품목 겨냥한 임상시험 증가

국내 제약사들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시장 문도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었다. 지난해 세레콕시브 성분의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15건에 달한 것이다.

비아트리스(구 화이자)의 쎄레브렉스(성분명 세레콕시브)는 지난 20여 년 동안 NSAIDs 분야 강자로 군림해 왔다. 이 약은 특허 만료 후에도 100여 개가 넘는 복제약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원외처방액 1위를 기록하며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쎄레브렉스의 지난해 처방액은 470억 원에 달했다. 주요 제네릭 제품들의 처방액이 일제히 감소했음에도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킨 것이다.

한편, 세레콕시브 성분 외에도 코로나19 백신·치료제 33건, 항응고제 클로피도그렐황산수소염 13건, 신경병성통증 치료제 프레가발린 10건, 위궤양치료제 레바미피드 8건, 소염진통제 록소프로펜나트륨 6건, 비뇨기질환 치료제 탐스로신염산염 5건 등이 지난해 국내 임상시험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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