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필수인력 요양보호사, 반강제적 접종…사실상 선택권 無
병원 작업치료사도 우선 접종…결과는 ‘참혹’, 산재는 ‘불인정’
뇌척수염 진단 받은 간호조무사는 산재 처리…형평성 ‘논란’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사회 필수 인력이라는 이유로 선택권도 없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가 중증 부작용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이 질병관리청에 이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도 외면 받았다. 업무상 필요에 의해 백신을 맞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단 측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들이 질병청의 피해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공정하게 판단했다는 주장이다.

7일 <메디코파마뉴스> 취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했다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사회 필수 인력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으나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가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던 지 모씨는 사회 필수 인력으로 지난해 4월 20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7월 6일에는 2차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그의 직업 특성상 노인, 장애인 등 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과의 밀접접촉이 많은 만큼 백신 접종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 씨는 접종 후 심근염이 발생해 7월 11일 창원경상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결국 7월 23일 심장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이후 상세불명의 폐렴과 허혈성 심근병증, 갑상선기능저하증, 급성 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 상세불명의 급성 심근염을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공단은 지 씨가 신청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최초 요양급여 신청에 대해 승인을 거절했다. 지 씨의 병이 업무 때문에 발생한 질병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 따르면,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질병이 발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에 해당돼야 한다.

문제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의학적 소견을 차치하고라도 지 씨의 업무와 백신 접종은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 씨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간이 근로시간 이 외이며 백신 접종을 의무로 볼 수 없어 백신 접종과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정했다.

또한 화이자 백신의 부작용으로 심근염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으나 심근염 발생 후 대체로 회복돼 심장이식으로 가는 경우가 드물고, 지 씨의 기존 심장혈관 상태가 좋지 않아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학적 의견 등을 종합할 때 백신접종과의 연관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지 씨의 남편인 안 씨는 최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재가 요양보호사는 노인이나 장애인 등 집에서 요양하는 환자들을 찾아가 직접 케어하는 직업”이라며 “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과의 밀접 접촉이 많아 백신을 접종해야만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질병청에서 사회 필수 인력을 우선 접종 대상자로 선정하며 백신 접종을 의무로 강제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백신을 맞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면서 “당시 보호자들도 백신을 접종한 요양보호사를 선호했고, 생계를 위해서는 백신을 접종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요양보호사만 아니었다면 백신을 맞지 않았을테고 그랬다면 심근염이 발생해 심장이식까지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공단의 판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작업치료사도 산재 승인 ‘거절’…“백신 인과성 없다”

산업재해가 인정되지 않은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코백회) 김두경 초대 회장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김 회장의 아들 지용 군은 경기도의 한 재활치료병원에서 작업치료사로 근무했다. 백신 접종이 막 시작되던 지난해 3월 4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상세 불명의 뇌염ㆍ척수염과 급성 횡단성 척수염, 밀러피셔 증후군, 길랭-바레 증후군을 진단 받았다.

이후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근로복지공단에 아들의 산업재해 보상보험을 신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불승인’이었다.

백신을 강제 접종한 사례도 인정되고, 접종과 질병 발병에 대한 시간적 개연성도 확인됐지만 백신으로 인한 사인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게 공단의 판단이었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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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 부작용 피해자 산재 인정, 10명 중 2명도 안 돼

그렇다면 백신 접종 후 산재 인정 사례는 어느정도 될까.

지난해 2월 말부터 연말까지 백신 접종 후 부작용으로 산재를 신청한 건수는 38건이었다. 이 가운데 승인된 건수는 7건에 불과했다. 불승인은 18건, 본인이 취소한 반려가 3건, 심의 중인 건수가 10건이었다. 10명 중 2명만이 산재로 인정받은 셈이다.

이렇게 일부 산재로 인정된 사례마저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 필수 인력 중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산업재해로 처음 승인된 사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사지가 마비된 40대 간호조무사다. 해당 간호조무사는 지난해 3월 AZ 백신 접종 후 사지마비 증상을 겪고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진단을 받았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지원 방안을 지시했을 정도로 해당 부작용 사례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해당 간호조무사의 사례는 산재 승인이 떨어졌지만 앞서의 두 건은 불인정 처리됐다는 점이다.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간호조무사와 아들의 사례는 흡사하다.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조무사와 작업치료사였고, 백신 접종 전 건강검진에서도 기저질환 등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며 “그런데 누구는 승인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아들은 질병청과 산재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 했다. 단지 사회 필수 인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강제로 백신을 접종해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됐다”며 “나라한테 두 번 버림 받은 꼴”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 근로복지공단, “개별 사안마다 결과 달라…별도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황”

근로복지공단은 질병청 심의 결과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라며 비슷한 사례라고 하더라도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최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비슷한 사례라고 하더라도 개인에 몸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며 “업무상질병판정위원들이 질병청 피해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린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변호사, 의사, 노무사 등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8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며 “전문가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낸 소견이기 때문에 전문가 견해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접종에 따른 산재 인정에 대한 별도의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위원들 소견에 따른 판정 결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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