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피-암세네스트란트·로슈-지레데스트란트·AZ-카미제스트란트
팔보시클립 병용요법 임상 3상 결과 도출 ‘초치기’ 경쟁 들어가
세 후보물질 모두 글로벌 임상에 한국인 포함…국내 도입 속도내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호르몬 양성·HER-2 음성 유방암 치료를 주도하고 있는 CDK4/6 억제제가 새 짝을 찾을 수 있을까. 기존 병용요법으로 사용하던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SERD) 계열의 주사제인 풀베스트란트를 뛰어넘는 새 치료 옵션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CDK4/6 억제제와 병용하는 경구용 SERD 후보물질들이 올해부터 새로운 데이터를 잇달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10월부터 3개월 간격으로 시작된 3개의 대규모 임상 3상 진행에 따른 기대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의해 암종이 성장하는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80%를 차지한다.

여기서 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HER-2 단백질의 발현 여부에 따라 치료제 사용은 다시 나눠진다. 이 중 CDK4/6 억제제를 이용한 치료는 HER-2가 발현되지 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표준치료법이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CDK4/6 억제제는 화이자의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 릴리의 버제니오(성분명 아베마시클립), 노바티스의 키스칼리(성분명 리보시클립)가 있다.

CDK4/6 억제제는 2017년 아로마타제 억제제와의 병용요법이 1차 치료제로 국민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했고, 2020년에는 내분비요법 이후 파슬로덱스(성분명 풀베스트란트)와의 병용요법까지 급여권에 진입하면서 사용량을 큰 폭으로 높이고 있다.

다만 아로마타제 억제제는 임상에서 사용된 지 30년, 파슬로덱스는 20년 가량된 올드드럭이다. 더 나은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CDK4/6 억제제의 새로운 짝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배경인 것.

이에 빅파마들도 시장성을 보고 해당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새 짝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치료제는 경구용 SERD 계열의 후보물질들이다.

경구 SERD가 임상에서 성공을 거둘 경우 1차에서 아로마타제를 대신하는 것을 시작으로 주사제인 풀베스트란트의 대체, 잠재적으로는 PI3K 억제제와의 병용요법까지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다수의 경구용 SERD 계열 후보물질들의 임상 결과가 대기 중이다. 올해 안에 단독요법으로서 글로벌 허가신청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은 CDK4/6 억제제와의 병용요법으로 넘어간다.

≫ 경구 SERD-CDK4/6 병용요법, 3종 후보물질 3개월 차 ‘각축’

   세 임상 모두 입랜스 기반으로 진행…버제니오·키스칼리 ‘악재’

임상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경구 SERD 후보물질은 세계적으로 10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CDK4/6 억제제와의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물질은 로슈의 지레데스트란트, 사노피의 암세네스트란트, 아스트라제네카의 카미제스트란트 등 3종이다.

이들 후보물질의 CDK4/6 억제제 병용요법 임상 3상 시작 시기는 단 3개월 차이다. 이들 임상 모두 1차 치료에서 입랜스와 각 후보물질의 병용요법을 입랜스와 아로마타제 억제제 병용요법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암세네스트란트는 2020년 7월 글로벌 임상 3상을 승인받고 10월 연구를 시작했다. 이 약은 AMEERA-5라고 이름이 붙여진 해당 임상을 통해 이전에 전신 항암 치료를 받지 않은 1,068명의 호르몬 양성, HER-2 음성 환자들을 대상으로 300개 기관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에 사용되는 아로마타제 억제제는 레트로졸이며 임상에는 한국인 환자 22명이 참여했다.

지레데스트란트의 경우 글로벌 임상 승인은 늦었지만, 연구 시작은 암세네스트란트보다 오히려 5일 빠르다. 연구명이 persevERA BC인 이 임상은 978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316개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 역시 아로마타제 억제제 대조군으로 레트로졸을 사용한다. 한국인 환자 참여는 113명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카미제스트란트의 임상 시작은 2021년 1월이다. SERENA-4라고 불리는 이 임상의 참여 환자는 1,342명으로 세 연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앞선 두 임상과 달리 SERENA-4는 아로마타제 억제제로 아나스트로졸을 사용하며 한국인 환자는 44명이 포함됐다.

세 연구 모두 1차 목표점을 무작위 배정부터 질병이 발생하거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이 발생한 시점을 보는 무진행 생존기간(PFS) 개선으로 잡았다. 임상 디자인도 거의 유사하다.

이 연구의 경과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크다. CDK4/6 억제제와의 병용요법에서 아로마타제 억제제 대비 각 후보물질이 유의한 PFS 개선을 보인다면 유방암 1차 치료의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 후보물질 모두 한국인을 글로벌 임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국내 허가도 속도를 낼 수 있다.

다만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입랜스 외의 CDK4/6 억제제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세 임상 모두 입랜스만을 대상으로 병용요법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 허가를 획득한다고 하더라도 버제니오, 키스칼리와 사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허가사항이 세분화 돼 있는 국내의 경우 두 약제와의 사용은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여러 경구 SERD 후보물질이 다양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결과가 좋다면 풀베스트란트처럼 병용요법이 가장 큰 시장이 될 가능성은 크다”면서도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려면 수년이 남아있다. 경구 SERD는 단독요법도 글로벌 허가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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