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정리 현황 해부
일반의약품-한약제제, 전문의약품-콜린제제 취하 ‘최다’
품목허가 갱신제 도입 후 재평가 부담…저수익 제품 ‘포기’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지난해 국내 제약사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4천개가 넘는 의약품을 정리한 것으로 본지 분석 결과 확인됐다. 그 수는 일반의약품이 전문약 보다 좀 더 많은 수준이었다.

특히, 지난해 제약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콜린알포세레이트와 텔미사르탄, 암로디핀베실산염 제제의 품목 허가 취소가 잇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코파마뉴스>가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 취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일반의약품(OTC) 2,234품목, 전문의약품(ETC) 1,851품목이 취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가성비가 낮은 품목을 정리해 기업들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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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 취소 현황(식약처,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표=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 취소 현황(출처: 식약처,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일반의약품 ‘무더기’ 허가 취하…한약 제제 40% 육박

지난해 일반의약품은 179개사에서 2,234품목이 취하됐다.

품목 정리가 가장 많았던 곳은 동의제약으로 143건에 달했다. 이어 ▲한솔신약 95건 ▲한국신약 90건 ▲한중제약 90건 ▲한국인스팜 62건 ▲한풍제약 61건 ▲경남제약 60건 ▲경진제약 58건 ▲에이프로젠제약 54건 ▲정우신약 49건 ▲천우신약 45건 ▲동구바이오제약 43건 ▲아이월드제약 41건 ▲태극제약 38건 ▲한국신텍스제약 36건 순으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 폼목허가가 취하된 일반의약품 2,234품목 가운데 한약(생약) 제제만 총 813품목에 이르면서 전체의 36.39%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동의제약이 14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국신약 90건, 한중제약 90건, 한국인스팜 62건, 한풍제약 61건, 경진제약 58건, 한솔신약 48건, 아이월드제약 41건, 천우신약 41건, 정우신약 37건, 한국신텍스제약 36건, 경방신약 26건, 함소아제약 26건 등이 허가 품목을 정리했다.

≫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유통망 다변화 '눈독'

기존 일반의약품 허가를 접고 이를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해 재도약을 노리는 곳도 있었다.

휴온스는 회사를 성장 궤도에 올려놓은 주역으로 평가 받는 ‘살사라진(방풍통성산건조엑스-에프)’을 작년 자진 취하했다. 지난 2007년 발매한 지 14년만에 일이다. 살사라진은 총 18가지 생약재로 만든 한방 엑기스를 저온 농축해 만든 다이어트 제품이다.

이 약은 출시 3년 만에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으나 이후 등장한 비만치료제에 시장 주도권을 넘겨주면서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다. 결국 휴온스는 지난해 4월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그러나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철수한 살사라진은 건강기능식품인 ‘살사라진 감량전환’으로 부활했다. 이 약은 기존 살사라진의 전통 소재 14종에 기능성 식물성 소재들을 추가했다.

휴온스는 살사라진을 건기식으로 전환함으로써 그동안 약국 판매로만 한정됐던 유통망을 온라인, H&B 숍 등으로 확장했다.

회사 측의 이 같은 결정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반약은 해가 갈수록 시장성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5년마다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 재평가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

실제로 식약처의 ‘2020년 식품의약품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2010년 6,401품목에 달했던 일반의약품은 10년 만인 지난 2020년에는 5,280품목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건강기능식품 매출액은 2020년 3조 3,254억 원으로 10년 전인 2010년 1조 67억 원 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건기식 매출이 이미 일반약을 뛰어 넘은 상태다.

제약사 입장에서 일반약 품목 유지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임상 재평가를 받는 것보다 판로를 넓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건기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결과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전문약, 콜린알포 및 텔미사르탄・암로디핀 복합제 취하 ‘최다’

전문의약품은 240개사에서 624개 성분의 1,851품목을 취하했다.

품목 정리가 가장 많았던 성분은 콜린알포세레이트로 51품목에 달했다.

5,000억 원대 규모의 처방시장을 형성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지난 2020년 6월 정부가 선별급여 도입과 임상 재평가를 요구하면서 자진 취하가 이어졌다.

2020년 반 년 동안에만 56곳의 제약사에서 총 81품목을 철회한 가운데 지난해 역시 제약사들이 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었다. 32곳의 제약사에서 총 51품목을 자진 취하한 것이다.

같은 기간 고혈압 치료제인 텔미사르탄, 암로디핀베실산염 복합제도 48건이나 취하됐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해 10월 제일약품의 ‘텔미듀오정(성분명 텔미사르탄, 암로디핀베실산염)’ 3품목에 대해 품목허가를 취소한 바 있다. 해당 제품이 의약품 제조에서 쓰이는 용매 잔류 관련 시험자료를 허위로 작성한 것을 적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제일약품이 수탁제조하고 있던 14개사 41품목의 취소 처분도 진행되면서 지난 한 해 동안 총 48건이 취하됐다.

이어 ▲한약제제 34건 ▲단백아미노산제제 31건 ▲몬테쿠라스트나트륨 31건 ▲레보세티리진염산염 27건 ▲아목시실린, 클라불란산칼륨 23건 ▲세티리진염산염, 슈도에페드린염산염 19건 ▲프레가발린 19건 ▲톨터로딘-L-타르타르산염 ▲로수바스타틴칼슘 16건 ▲페북소스타트 16건 ▲가바펜틴 15건 ▲글리메피리드 15건 ▲피나스테리드 15건 순으로 지난해 전문의약품이 정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 동의제약, 143건으로 취하 ‘최다’…종근당・한솔신약・한국신약 순

그렇다면 지난 한 해 동안 품목 정리를 가장 많이 한 기업은 어디일까.

품목 다이어트를 가장 많이 한 회사는 동의제약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 한 해 동안 총 143건의 품목을 정리했다. 동의제약의 제품들은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한약제제에 해당됐다.

동의제약을 제외하면 종근당이 가장 많이 품목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근당은 지난 한 해 동안 124건의 품목허가를 취하했는데 이 중 전문의약품만 9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단백아미노산 제제가 14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취하된 품목은 ▲네푸솔주 ▲다보솔주 ▲모드솔주 ▲제트솔주 ▲솔티아민주 ▲로바그린주 ▲하베그린주 ▲하가솔주 ▲테크노민주 ▲파노라민주 ▲아카데아민주 ▲아미노리바솔주 ▲뉴라솔주 ▲레미파솔주 등이다.

종근당의 경구용 항암제 CKD-602주(켐토테신계 항암제)도 지난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약은 대한민국신약개발상(KNDA; Korea New Drug Award)에서 대상까지 수상했던 이력이 있는 제품이다.

이들 품목 모두 1990년대에 시판 허가를 받은 제품으로 사실상 생산 및 판매가 되지 않았던 만큼 종근당은 자진 취하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에이프로젠제약도 작년에 85품목을 취하했다.

지난해부터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자료 제출이 의무화된 제형을 대상으로 재평가가 실시됐는데, 독감치료제인 오셀타미비르인산염과 오심치료에 사용되는 돔페리돈, 록시트로마이신, 세파클러수화물 등 항생제와 실데나필, 타다라필을 비롯한 발기부전치료제가 주요 대상이었다.

이 가운데 에이프로젠제약은 에이프로젠말레인산돔페리돈정(성분명 돔페리돈말레산염), 탐플루캡슐(성분명 오셀타미비르인산염) 등을 자진 취하했다. 신종 감염병 대유행으로 대면 접촉이 줄어들면서 독감 환자가 급감하자, 관련 품목 갱신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지난해 품목 정리를 다수 진행한 기업은 ▲한솔신약 97건 ▲한국신약 96건 ▲한중제약 92건 ▲에이프로젠제약 85 ▲동구바이오제약 83건 ▲태극제약 82건 ▲삼성제약 81건 ▲정우신약 68건 ▲한국인스팜 66건 ▲한풍제약 65건 ▲경진제약 64건 ▲광동제약 64건 ▲경남제약 62건 ▲아이월드제약 57건 순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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