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 종별 처방실적
병원급 매출 5곳 중 4곳 글로벌사 포진…비아트리스・AZ 순
의원급은 한미 톱…비아트리스·MSD 종별 구분 없이 상위권
한미약품・종근당, 국내사 체면 유지…만성질환 치료제 대세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만성질환 치료제와 항암제를 보유한 다국적제약사들이 의원급에서부터 병원급 의료기관까지 외래처방액 상위권을 싹쓸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허 만료로 복제약(제네릭)이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만성질환 치료제 중심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처방 강세가 지속되면서 이를 보유한 다국적사의 실적을 끌어올린 것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10일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 자료를 통해 지난해 의료기관 종별 처방실적을 분석했다.

≫ 빅파마, 병원급 처방 상위권 ‘싹쓸이’…톱 5곳 중 4곳이 다국적 제약사

지난해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전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다국적제약사가 보유한 품목 처방이 강세를 이뤘다. 처방액 상위 5위 안에 포함된 기업은 비아트리스, 아스트라제네카, 노바티스, 한독, MSD로 이 중 4곳이 글로벌 기업이었던 것이다.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처방액이 가장 많이 나온 곳은 비아트리스였다. 이 회사는 지난 한 해 동안 3,047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비아트리스는 노바스크·뉴론틴・리리카·리피토·쎄레브렉스·카듀엣 등의 품목을 앞세워 병원급 원외 처방액 1위를 차지했다.

최다 매출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에서 나왔다. 이 약은 지난 한 해 1,482억 원의 처방액을 끌어내며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이어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 리리카(프레가발린) 561억 원, COX-2 억제제 쎄레브렉스(세레콕시브) 351억 원,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암로디핀베실산염)가 319억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작년 매출 확대에 힘을 실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2,296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상위권에 포진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670억 원의 판매고를 올린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중추 역할을 했다. 여기에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로수바스타틴) 597억 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넥시움(에스오메프라졸) 280억 원, 당뇨 치료제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 208억 원 등 처방이 이뤄지면서 아스트라제네카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노바티스 역시 항암제와 만성질환 치료제만으로 2,028억 원의 처방액을 끌어냈다.

구체적으로 보면,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매티닙)이 428억 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고혈압약 엑스포지(발사르탄, 암로디핀) 346억 원, 백혈병 치료제 타시그나(닐로티닙) 319억 원, 만성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사쿠비트릴, 발사르탄) 317억 원 순이었다.

지난해 1,621억 원의 처방액을 올린 MSD는 사실상 만성질환 치료제만으로 상위권에 안착했다.

고지혈증약 아토젯(아토르바스타틴, 에제티미브)이 679억 원으로 최다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패밀리(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엑스알)가 627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한독이 유일하게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나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제품이 아닌 해외에서 판권을 사온 상품에 불과했다.

한독에서 판매하고 있는 사노피아벤티스의 항혈전제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의 처방액은 1,000억 원이었으며, 에자이의 치매 치료제 한독 아리셉트(도네페질)는 774억 원 어치의 처방이 이뤄졌다.

한독을 제외하고 국내사 가운데 병원급 의료기관 처방액 상위권에 진입한 기업은 한미약품이 유일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개량신약을 앞세워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1,566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이상지질혈증 복합제 로수젯(에제티미브, 로수바스타틴)의 연간 처방액이 721억 원에 달했으며,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암로디핀·로사르탄)이 306억 원의 처방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PPI(프로톤펌프억제제)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에소메졸(에스오메프라졸)도 383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 표=2021년 의료기관 종별 처방액(출처: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표=2021년 의료기관 종별 처방액(출처: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MSD・비아트리스, 의원급서도 상위권 포진…만성질환약 ‘대세’

다국적제약사가 점령한 의료기관의 처방 분위기는 의원급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처방액 상위 5곳 중 3곳이 글로벌기업이었던 것.

다만, 병원급에서 처방액 6위였던 한미약품은 의원급에서 1위를 차지하며 국내 제약사의 체면을 살렸다. 이어 베링거인겔하임, MSD, 종근당, 비아트리스 순으로 외래처방을 많이 끌어낸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작년 1,773억 원의 판매고를 올린 베링거인겔하임의 경우 만성질환 치료제만으로 이 같은 실적을 냈다.

이 회사의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텔미사르탄, 암로디핀)는 지난해 의원급에서만 624억 원의 처방액을 끌어냈다. 당뇨약 트라젠타듀오(리나글립틴+메트포르민)도 466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병원급에 이어 의원급에서도 상위권에 포진한 MSD는 지난 한 해 동안 1,681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는데, 이 중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패밀리(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엑스알)만 1,137억 원을 차지했다.

반면, 병원급에서 가장 많은 처방액을 올렸던 아토젯이 의원급에서는 189억 원에 그치면서 의료기관 종별 처방 패턴 차이를 보였다.

비아트리스도 의원급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작년에 의원급에서 1,192억 원의 판매고를 올린 가운데 이 중 리피토만 570억 원으로 의원급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 한미약품・종근당, 국내사 체면 유지…올 처방 순위, 임상재평가가 ‘관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다국적사가 상위권에 대거 포진하면서 국내 제약사들은 뒤로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그나마 한미약품과 종근당이 의원급에서 상위권에 포진하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체면을 살렸다.

한미약품은 의원급에서 지난 한 해 동안 1,845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이 중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 패밀리가 742억 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로수젯이 511억 원, 에소메졸이 155억 원의 처방액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1,625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한 종근당은 앞서의 제약사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만성질환 치료제가 주요 품목이었던 다른 회사들과 달리 종근당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와 아보카도 소야 제제가 전체 처방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뇌기능개선제 종근당글리아티린(콜린알포세레이트)이 503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했으며, 골관절염 치료제 이모튼(아보카도 소야)도 346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와 함께 고혈압 복합제 텔미누보(텔미사르탄, 에스암로디핀)도 347억 원의 처방을 끌어냈다.

다만, 종근당의 경우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와 아보카도 소야 성분 의약품이 임상 재평가를 시행 중인 만큼 향후 처방량 감소나 최악의 경우 시장 퇴출 가능성도 열려있어 올해 처방액 증감에 따른 순위 변동도 예상된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가격경쟁력 없는 국산 복제약…제네릭 우대정책이 만든 ‘촌극’

그렇다면 병원급 뿐만 아니라 의원급까지 다국적사 품목을 처방하는 이유는 뭘까.

특허 만료 후 복제약이 발매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보험약가는 기존 대비 70%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후 1년이 지나면 특허만료 전 약가의 53.55%까지 추가로 약가가 또 삭감된다.

반면, 복제약의 경우 최초 등재 시,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9.5%까지 약가를 받을 수 있다. 1년 후에는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53.55% 수준의 가격으로 약가가 내려간다.

이처럼 특허 만료된 신약과 처음 등재된 복제약이 유사한 수준의 약가를 형성하면서 처방 현장에서는 제네릭을 쓸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수년 동안 만성질환 치료제를 중심으로 잇따라 터진 불순물 사태도 진료 현장에서 오리지널 제품을 선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

익명을 요구한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의약품 불순물 파동이 벌어지면서 각종 민원에 시달려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며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 보니 현장에서는 가급적 복제약은 처방하지 말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순물 파동에서 문제가 된 제품들은 모두 복제약이었다”며 “의사들 입장에서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는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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