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LT-2 기전 치료제 묶으려는 정부…세부 적응증 묶으려는 개발사
자디앙, HFpEF 적응증 획득 후 HFrEF와 함께 급여 확대 신청 계획
심부전 급여 확대, 포시가 HFpEF 적응증 획득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SGLT-2 억제제가 최근 심부전 관련 적응증을 잇따라 따내면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의 구축하고 있다. 이제 관심은 국민건강보험 적용 여부로 쏠린다. 다만 현재로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각 개발사 간 얽힌 이해관계 때문이다.

최근 SGLT-2 억제제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심부전 치료제로 지위를 획득하고 있다. 아직은 박출률 감소 만성 심부전(HFrEF)분야에서만 적응증을 획득한 상태지만, 박출률 보존 만성 심부전(HFpEF)과 급성 심부전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 심부전 치료제로 승인된 SGLT-2 억제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와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 2종이다.

포시가는 지난 2020년 12월, 자디앙은 2021년 11월 각각 박출률 감소 만성 심부전 적응증을 획득했다.

SGLT-2 억제제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기전이다. SGLT-2 억제제에 세계적 관심이 쏠린 것은 지난 2015년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이 EMPA-reg 연구에서 심혈관계 혜택을 입증하면서 부터다. 2018년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가 DECLARE-TIMI58 연구에서 성과를 냈다.

이후 개발사들은 SGLT-2 억제제를 당뇨병 동반 여부와 상관없는 박출률 감소 만성 심부전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글로벌에서 4700여명이 참여한 DAPA-HF 연구를 통해 기존 표준요법에 포시가 10mg군과 위약군을 이중맹검, 무작위 배정하는 방식으로 효능을 비교했다.

그 결과 포시가군은 위약군 대비 심혈관 사건으로 인한 사망 또는 심부전 악화의 복합 결과에 대한 위험을 26%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첫 번째 심부전 악화 위험이 30% 감소했으며 사망 위험은 18% 줄었다.

자디앙 10mg 역시 3700여명이 참여한 EMPEROR-Reduced 연구 결과 심혈관계 사건으로 인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의 복합결과에 대한 위험을 25% 줄였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30%, 말기신장질환과 신기능 손상 등의 상대적 위험도 절반으로 줄였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통해 포시가와 자디앙은 미국과 유럽, 국내에서도 박출률 감소 만성 심부전 적응증을 획득했다.

▲ 베링거인겔하임 자디앙(왼쪽),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오른쪽) 제품 사진(제공: 각사)
▲ 베링거인겔하임 자디앙(왼쪽),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오른쪽) 제품 사진(제공: 각사)

≫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HFpEF 적응증 승인 이후에나 논의될 듯

다만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당장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간 이해관계와 정부의 입장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박출률 감소 만성 심부전 적응증을 획득한 뒤 곧바로 급여 신청을 진행하지 않았다. 만성신장병 적응증 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시가는 2021년 8월 만성신장병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후 아스트라제네카는 박출률 감소 만성 심부전과 만성신장병을 묶어 급여 확대를 신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포시가가 먼저 허가되긴 했지만, 급여 확대에 대한 심사는 같은 기전의 자디앙까지 함께 진행하려 계획하고 있다. 심사 편의성은 물론이고 경쟁 의약품이 있는 경우 사용량 확대로 인한 약가인하 협상 등에서 정부가 조금이라도 유리한 입장에 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자디앙도 박출률 감소 만성 심부전 적응증을 획득하면서 SGLT-2 억제제의 급여권 진입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아직 SGLT-2 억제제의 해당 적응증에 대한 급여 확대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아직 박출률 감소 만성 심부전 적응증에 대한 급여 확대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베링거인겔하임의 또 다른 입장이 녹아있다.

2021년 8월 유럽심장학회(ESC)에서는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에 대한 자디앙의 효과·안전성을 알아보는 EMPEROR-Preserved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은 전체 심부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지만 박출률 감소 만성 심부전 보다 치료가 까다로운 유형이다. 현재로선 마땅한 치료법조차 없다. 여러 후보물질들이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에서 효과를 거두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에서 자디앙이 긍정적인 결과지를 내놓으면서 세계 심장학계의 시선이 모였다.

글로벌에서 5900여명이 참여한 EMPEROR-Preserved 연구에서 자디앙군은 심혈관 사건으로 인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21% 낮췄다.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에서 유의한 결과를 얻은 최초의 연구다.

이 결과를 기반으로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자디앙의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 적응증 허가를 권고했다. 일반적으로 CHMP 권고는 정식 승인으로 이어진다.

≫ 심부전 급여 확대, 포시가 HFpEF 적응증 획득까지 기다려야 하나

국내에서도 베링거인겔하임은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에 대해 자디앙의 적응증 확대를 신청했다. 수 개월 내에 국내 승인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역설적으로 새로운 적응증에 대한 기대는 자디앙의 심부전 급여 확대 신청을 미루는 배경이 됐다.

11일 <메디코파마뉴스> 취재 결과 베링거인겔하임은 자디앙의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 적응증 승인 후 박출률 감소 만성심부전과 묶어 급여 확대 신청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있다. 포시가도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 적응증 획득을 위한 DELIVER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62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DELIVER 연구는 올해 3월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다면 포시가 역시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에 대한 적응증 신청이 이뤄진다.

이 경우 SGLT-2 억제제의 심부전 급여 확대는 포시가의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 적응증 획득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급여 확대 심사만 개시된다면 나머지 과정은 순조로울 가능성이 높다. 앞서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던 두 약제의 기존 가격이 이미 낮은 상황에서 사용량 확대에 따른 추가 약가 인하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박출률 감소 만성 심부전의 표준용량 기준으로 자디앙은 1정/1일 660원, 포시가는 1정/1일 784원이다. 비교적 최신 심부전 치료제로 분류되는 엔트레스토가 2정/1일 3,820원임을 감안할 때 낮게 형성된 가격이다.

다만 엔트레스토와 직접 비교는 어렵다. 자디앙과 포시가는 기존 표준치료에 더해지는 요법이기 때문이다. 기존 쓰이던 표준치료제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이 온전히 추가된다는 뜻이다.

SGLT-2 억제제 업계 관계자는 “치료 옵션이 부족한 심부전에 SGLT-2 억제제 기전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진료 현장에서도 급여에 대한 요구가 크지만, 여러 상황이 맞물려 있어 당장 논의가 시작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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