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미래라는 K-바이오…정부, 보건의료 R&D 투자율은 ‘감소세’
의약품·의약품개발기술 투자, 전년 대비 2% 쪼그라들어
잇단 불순물 사태에도 의약품안전관리 투자는 ‘역성장’
보건의료 R&D 투자 과기부 1위…주무부처 복지부는 2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이후 ‘제약주권’ 확립의 필요성이 급부상했지만, 오히려 정부는 지난해 ‘의약품·의약품개발기술’ 투자에 대한 예산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보건의료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한 규모도 전체 R&D 예산의 10% 수준에도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던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 의문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진흥본부 R&D 전략단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보건의료 R&D 통계’를 발표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정부의 ‘보건의료 R&D 투자’ 규모는 2020년 2조994억 원으로 전체 예산(23조8,803억 원)의 8.79%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의 경우 전체 R&D 예산 1,444억5,900만 달러 중 보건의료 예산은 406억6,000만 달러로 28.15%에 달했다. 영국도 전체 R&D 예산 171억3,900만 달러 중 21.52%(36억8,900만 달러)를 보건의료에 투자했다.

미국, 영국과 비교하면 국내 보건의료 R&D 투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인 것이다.

부처별로 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300억 원으로 보건의료 분야 R&D에 가장 많이 투자했다. 이는 과기부 전체 예산의 10.76%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총 5,569억 원(26.53%)에 그쳐 뒤로 밀려났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2,297억 원(10.94%) ▲교육부 1,303억 원(6.21%) ▲중소벤처기업부 1,234억 원(5.88%) 순으로 보건의료 분야 R&D에 투자했다.

주목할 점은 정부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은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 규모다.

실제로 이번 통계에서 정부가 의약품·의약품개발기술에 들인 돈은 4,549억 원에 그쳤다. 심지어 이마저도 전년 보다 쪼그라든 규모다.

의약품/의약품개발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증가했다. 2016년 2,958억 원(19.08%), 2017년 3,353억 원(20.40%), 2018년 4,075억 원(24.19%)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2019년부터 절대적인 금액 자체는 늘었으나 보건의료 분야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 기간 의약품·의약품개발기술에 책정된 투자 금액은 4,079억 원으로 전년보다 4억 원이 늘어났지만 전체 보건의료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02%로 1.17% 줄어들었다.

2020년도에도 투자 금액은 4,549억 원으로 전년 대비 470억 원 증가했지만, 예산 비중은 21.67%로 2019년보다 더 쪼그라들었다.

의약품안전관리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수년 동안 불순물 사태가 잇따라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투자는 오히려 역성장을 기록했다.

2016년 175억 원(1.13%)이었던 관련 투자 비용은 2017년 159억 원(0.97%), 2018년 154억 원(0.91%), 2019년 170억 원(0.96%), 2020년 142억 원(0.68%)으로 거의 매년 쪼그라들었다.

이마저도 보건복지부로 시선을 좁혀 보면, 보건의료 R&D 투자에서 의약품·의약품개발에 들어간 예산은 1,278억 원이 전부였다.

의약품안전관리는 더 심각했다. 2016년 23억 원(0.52%)이었던 복지부의 관련 투자 비용은 2017년 7억 원(0.16%), 2018년 5억 원(0.11%), 2019년 7억 원(0.15%), 2020년 9억 원(0.16%)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20.91%에 달했다.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던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제약주권’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인지했다”며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는 신종 감염병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R&D 투자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건 문제다. 팬데믹 직후에는 관련 예산이 상승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쪼그라드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미 의약품·의약품개발기술에 책정된 투자 비중도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에서는 관련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신종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R&D 예산을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2020년 ▲임상의학 1,072억 원(19.25%) ▲치료/진단기기 423억 원(7.60%) ▲의생명과학 381억 원(6.84%) ▲보건학 305억 원(5.48%) ▲의료정보/시스템 219억 원(3.93%) ▲한의과학 163억 원(2.93%) ▲기능복원/보조/복지기기 137억 원(2.46%) 순으로 국내 보건의료 R&D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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