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코로나 전후 고혈압・고지혈증 치료제 시장 변화
고지혈증약 시장, 지난해 1조 6300억 원 형성…전년比 12%↑
고혈압약 시장은 소폭 확대…국내사, 다국적사 텃밭 ‘위협’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순환기 만성질환약 시장이 코로나19 직격타를 비껴 간 모양새다. 신종 감염병 사태로 대부분의 치료제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동안 순환기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은 2년 간 1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시장 변화를 감지한 제약기업들 역시 대외 변수의 영향을 덜 받는 만성질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메디코파마뉴스>는 16일 의약품 조사자료 유비스트의 2019~2021년 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과 후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시장의 변화를 살펴봤다.

 

▲ 표=2019~2021년 이상지질혈증 복합제 시장 규모 현황(자료 출처: 유비스트,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표=2019~2021년 이상지질혈증 복합제 시장 규모 현황(자료 출처: 유비스트,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코로나19 2년…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처방액 12% 증가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되기 전인 2019년, 국내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원외처방 시장 규모는 총 1조4,700억 원이었다.

이는 신종 감염병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한 2020년에 1조 6,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9.41%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1조6,300억 원까지 판매고가 상승했다. 2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1.53% 증가한 규모다.

현재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시장은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결합한 복합제가 주도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 2개의 약을 따로 먹는 것보다 1개의 약만 복용해 편의성을 높인데다 약값 역시 부담스럽지 않아 처방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는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2019년 3,900억 원이었던 처방액이 2020년 4,700억 원, 2021년 5,500억 원으로 2년 만에 40.20% 급증했다.

현재 로수바스타틴, 심바스타틴, 아토르바스타틴, 피타바스타틴 성분을 기반으로 한 결합 제품들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합친 제품이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전체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시장의 72.28%를 차지하고 있는 것.

로스바스타틴+에제티미브 원외처방액은 2019년 2,800억 원, 2020년 3,600억 원, 2021년 4,000억 원으로 2년 동안 39.90% 증가했다.

이 성분의 대표 품목은 한미약품의 로수젯이다. 이 제품은 2019년 원외처방액 800억 원의 판매고를 기록한 이후 2020년 990억 원, 2021년 1,100억 원을 달성하며 해당 성분 시장 전체 매출의 27.69%를 차지했다.

이어 같은 기간 ▲유한양행 로수바미브(450억 원→530억 원) ▲HK이노의 로바젯(210억 원→260억 원) ▲녹십자 다비듀오(90억 원→220억 원) ▲대웅제약 크로젯(150억 원→210억 원) ▲휴온스 에슈바(110억 원→170억 원) ▲제일약품 로제듀오(80억 원→150억 원) ▲경동제약 듀오로반(118억 원→119억 원) 등이 100억 원 이상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로스바스타틴 복합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면 ‘아토르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복합제는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2019년 660억 원에 불과했던 아토르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매출은 2020년 750억 원, 2021년 1,100억 원으로 2년 만에 71.38% 폭증했다.

아토르바스타틴 복합제의 판매고가 늘어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이 복합제는 오리지널인 MSD의 아토젯 처방액이 전부였다. 아토젯의 처방액은 2019년 660억 원, 2020년 750억 원, 2021년 740억 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아토젯의 특허가 풀리면서 복제약(제네릭)이 쏟아져 나왔다.

국내 제약사들은 2020년 하반기부터 개편된 약가제도 시행에 따라 높은 상한가를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품목허가를 받은 바 있다.

실제로 2020년 10월 종근당이 ‘리피로우젯’을 허가받을 당시 20곳 이상의 업체가 위임제네릭을 동반 승인받기도 했다.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기업은 보령제약이었다. 이 회사의 엘오공은 지난 한 해 동안 45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어 ▲대웅제약 리토바젯 43억 원 ▲유한양행 아토바미브 34억 원 ▲HK이노엔 제피토 270억 원 ▲제일약품 리피토 플러스 220억 원 ▲안국약품 리포젯 150억 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반면,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했던 심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는 역성장 했다. 2019년과 2020년 각각 420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했으나 2021년 380억 원으로 내려앉으며 2년 만에 시장 규모가 10.21% 쪼그라든 것.

이 복합제의 오리지널은 MSD의 바이토린으로 2019년 2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2020년 200억 원, 2021년 170억 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 표=2019~2021년 고혈압 치료제 시장 규모 현황(자료 출처: 유비스트,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다국적제약사 텃밭 파고드는 국내사…고혈압 치료제 시장 아성 ‘균열’

또 다른 순환기 만성질환 치료제인 고혈압약 시장은 이상지질혈증약과 비교해 크게 성장하진 못한 모양새다.

국내 고혈압약 시장은 2019년 1조 8,000억 원, 2020년 1조 9,000억 원, 2020년 1조 8,000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지난 2년 간 사실상 제자리 걸음에 그친 것.

다만 그동안 다국적제약사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고혈압약 시장에서 국내 제약기업의 선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치료제 시장의 전통의 강자는 베링거인겔하임의 트윈스타(텔미사르탄+암로디핀)다. 트윈스타는 2019년 920억 원, 2020년 930억 원, 2021년 850억 원으로 3년 동안 원외처방액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트윈스타의 아성에 도전하는 국내 제약사는 한미약품의 아모잘탄(로사르탄+암로디핀)이다. 아모잘탄은 2019년 790억 원, 2020년 820억 원, 2021년 770억 원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트윈스타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실제로 한미약품의 아모잘탄 패밀리(아모잘탄, 아모잘탄 플러스(로사르탄+암로디핀+클로르탈리돈), 아모잘탄큐(로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 아모잘탄엑스큐(로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의 원외처방액은 2019년 1,000억 원, 2020년 1,200억 원, 2021년 1,100억 원으로 2년 동안 9.89% 성장했다.

보령제약도 고혈압약 처방 10위권 내에 진입하면서 국내사의 체면을 살렸다.

이 회사의 카나브(피마사르탄)는 2019년 470억 원, 2020년 490억 원, 2021년 460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카나브 패밀리(카나브, 듀카브(피마사르탄+암로디핀), 투베로(피마사르탄_로수바스타틴), 듀카로(피마사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 아카브(피마사르탄+아토르바스타틴))의 누적 매출액은 같은 기간 760억 원, 920억 원, 1,000억 원으로 2년 만에 41.28% 급증했다.

종근당도 원외처방액 톱10 안에 들어왔다. 이 회사의 텔미누보(텔미사르탄+에스암로디핀)는 2019년 4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2020년 460억 원, 2021년 440억 원으로 2년 간 판매고가 5.21% 늘어났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캐시카우 선점 ‘눈독’…복합제 시장 뛰어드는 제약사들

순환기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자, 제약사들이 앞다퉈 관련 약물 개발에 뛰어 들고 있다. 코로나19 과정을 거치면서도 대외 변수의 영향을 받지 않은 몇 안되는 치료제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와 관련된 임상시험 건수는 각각 90건, 57건에 달했다. 제네릭의약품 규제에 따른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이 증가하면서 임상시험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특히, 순환기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이 단일제에서 복합제 중심으로 무게추가 이동하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2제를 넘어 3제, 4제 복합제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대웅제약은 암로디핀과 올메사르탄에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합친 4제 복합제 ‘DWJ1451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임상 3상 시험을 진행중 중이며, 일동제약도 발사르탄, 암로디핀, 로수바스타틴, 에제티미브를 합친 ‘ID14009’에 대한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종근당은 고혈압·이상지질혈증 개량신약 후보물질인 ‘CKD-348’의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제약사들이 순환기 만성질환약 시장에 뛰어드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앞으로 인구 고령화, 식습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만성질환 유병률이 계속 증가하면서 복합제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임상 현장에서 만성질환의 경우 약물을 통해 조기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관련 치료제들이 코로나19라는 대외 변수에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만큼 앞으로 시장에 진출하려는 제약사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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