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위드 코로나 악몽 잊었나…방역 완화 시기상조”
방역 완화한 유럽 상황과 달라…“3~4주 내 정점 치달을 것”
이르면 3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사회적 혼란 최소화부터”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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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미크론 변이의 증상이 경증인 것을 고려해 방역체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자 의료계가 시기상조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방역을 완화한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정점에 달하지 않은 데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섣부른 조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발생률과 위중증 환자, 사망자 발생 추이를 지켜본 후 3월 중순 이후에나 방역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7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 회의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조정안을 확정한 후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사적모임 인원 8명,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10시로 확대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조정안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방역 완화 카드에 문제는 없는 걸까.

17일 <메디코파마뉴스>는 과거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동향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국내 방역에 미친 영향을 확인해 오는 18일 예상되는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타당한지 검증해봤다.

먼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6일 0시 현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9만443명 발생하며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발생도 증가세로 전환했다. 16일 0시 기준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313명으로 전일 대비 1명 증가했다. 14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수가 306명 발생하며 17일 만에 300명 이상으로 올라선 이후 사흘 연속 300명대로 늘어난 것이다.

사망자 발생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6일 기준 사망자는 39명이 추가되면서 누적 7,202명을 기록했다. 지난 2월 10일 발생한 일일 사망자가 2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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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중증 환자・사망자 증가하는데 방역 완화…“위드 코로나 실패 재현”

의료계에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방역 완화는 지난해 12월을 재현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1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지 652일 만에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전면 시행한 바 있다.

본지 분석 결과, 단계적 일상회복을 하기 직전인 10월 26일 당시 신규 확진자는 1,266명, 중증화율은 2.1%였다.

당시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는 334명에 달했으며 이는 고스란히 중환자 병상 가동률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42.06%까지 치솟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강행했고, 그 결과 연일 신규 확진자 폭증으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의료체계 붕괴 위기까지 초래했다.

결국 정부는 한 달여 만인 12월 6일 사적모임과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등 방역을 다시 강화하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은 사실상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례가 있는데도 또 다시 방역을 완화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비판을 쏟아내는 분위기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17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15일 0시 기준으로 자택에서 입원 대기 중이던 환자 9명 등 총 61명이 사망했고, 중증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미 의료기관 내에서도 교직원들까지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진료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현장은 아비규환 상태”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위드 코로나를 시행할 때도 요양병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위중증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징조가 있었고 당시 전문가들이 시기상조라며 말렸지만 강했했다 실패한 바 있지 않느냐”면서 “지금도 그때와 비슷하다. 오미크론 변이가 지배종이 되면서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을 완화하는 것은 지난해 연말을 다시 재현하는 꼴이다. 이는 무모한 만용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앞서 우리보다 먼저 방역을 완화한 유럽과 국내 사정은 다르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유럽의 경우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정점을 찍은 이후 안정화를 가는 단계였다면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방역을 완화한 국가들의 경우 락다운(봉쇄령) 등 강한 방역을 통해 오미크론 유행을 하락세로 바꾼 후 일상 회복 단계를 검토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경우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올해 1월 14일까지 27일간 전면 봉쇄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모든 술집, 레스토랑, 영화관 및 체육관, 비필수 상점 등이 전면 폐쇄됐으며, 스포츠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했다. 일반 가정에서는 크리스마스 전까지 손님을 최대 4명까지만 초대할 수 있었으며, 이후에는 2명까지로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을 폈다.

김 교수는 “방역을 완화한 국가들의 경우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일 때 락다운 등 보다 강한 방역 정책을 폈고 지금은 하락세로 돌아서 의료체계에 부담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런면서 “우리는 이제 막 오미크론 유행이 시작된 시점으로 앞으로 3~4주 동안은 유행이 지속되며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방역 완화보다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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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역 완화 강화해야 한다면…사회적 혼란 최소화부터”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방역 완화를 강행할 계획이라면 먼저 서킷 브레이커를 설정하고 이를 제대로 실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코로나19 대유행이 3년차에 접어든 데다 델타 변이에 비해 증상이 경증인 오미크론 변이가 지배종으로 올라서면서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방역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시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정부도 거리두기 완화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인 것.

가천대길병원 엄중식 교수는 17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장에 있는 의사 입장에서는 오미크론 유행 추이를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이것만 보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현행 방역 시스템을 유지하더라도 국민의 참여도가 떨어지면 사실상 거리두기 유지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정부는 방역을 완화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렇다면 서킷 브레이커도 반드시 설정해놓고 풀어줘야 한다”며 “사망자가 속출하고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경우 락다운이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겠다는 뜻을 국민에게 명확히 전달해야 서킷 브레이커 작동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이 본 ‘최적의 방역 완화 시점’ 이르면 3월 중순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최적의 방역 완화 시점은 언제일까.

전문가들은 다른 변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이르면 3월 중순 이후를 최적의 방역 완화 시점으로 꼽았다.

앞서의 엄중식 교수는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한 달은 더 지켜봐야 한다”며 “3월 2~3주 이후 코로나19 상황을 보고 그때도 안정적으로 관리가 된다면 단계적으로 완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 역시 비슷한 판단이었다. 다만 엄 교수보다 한 주 더 늦춘 3월 말이 최적이라는 의견이었다.

김 교수는 “방역 완화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얘기다”라며 “다른 나라가 하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식이 아니라 확진자 및 위중증 환자 수 등을 다각도로 고려해 철저하게 준비한 후 단계적으로 방역을 완화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의 유럽처럼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그릴 때 거리두기 완화를 논의해야 한다”며 “이르면 3월 말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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