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건강보험 확대 ‘소확행·심쿵’ 공약 잇따라
李, 탈모 이어 아토피…尹, 당뇨 연속혈당측정기 보험 공약
대선 후보, 중증·희귀질환 아닌 ‘미충족 치료 수요’ 공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력 후보들이 건강보험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실현 가능성에 의문은 남아있지만, 의료계와 제약계는 물론 국민적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겅보험 적용 확대 등 기존 선거철에 자주 등장하던 내용과 더불어 많은 유권자의 실생활에 변화를 불러올 공약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이른바 ‘소확행 공약’, ‘심쿵 공약’ 등에 제약 정책이 포함된 것이다.

지난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SNS를 통해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에 대한 건보 급여범위 확대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 후보는 “연간 2,0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중증 아토피 치료제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며 “아동·청소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로 경제적 부담을 덜고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공약의 대상이 되는 약제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의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다. 이 약은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인터루킨을 차단해 아토피 증상을 개선하는 기전으로 아토피피부염 치료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20년 보험급여 등재(환자부담률 40~60%) 이후 2021년 산정특례(환자부담률 10%)까지 적용되면서 처방이 늘고 있는 추세다.

다만 아토피피부염의 보험급여 적용은 아직까지 성인 환자만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아·청소년 환자 비중이 높은 질환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혜택 범위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인 것.

환자단체와 제약사는 듀피젠트의 보험급여 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약의 환자 1인 당 연간 비용이 1,850만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듀피젠트의 급여범위 확대에 조심스러운 배경이다.

그러나 제약사 입장에서는 독점적 의약품인 만큼 약가를 낮출 이유가 없다. 반면 환자들의 보험급여 확대 요구는 거센 상황이다.

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는 게 이번 이 후보 측의 공약이다.

이는 지난 1월 이 후보가 내놓은 탈모치료제 급여화 공약과도 궤를 같이 한다. 비급여 대상인 탈모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환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공약이었다.

그간 탈모약은 건보 재정을 투입하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생명과 직결된 중증·희귀 질환마저 아직까지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치료제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탈모치료제를 급여화 한다는 이 후보의 공약은 환자와 제약계, 의료계는 물론 증권가까지 들썩이게 했다.

여기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당뇨 환자의 연속혈당측정기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권자의 실생활에 변화를 일으킬 만한 급여 공약의 맞대결인 셈이다.

아직 대선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앞으로도 건강보험 급여 관련 공약은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메디코파마뉴스>는 향후 ‘소확행’ 또는 ‘심쿵’ 공약에 포함될 분야를 비만과 편두통으로 꼽고 그 가능성을 따져봤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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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 비급여 비만 치료제, 치료목적 급여화 가능할까?

비만 치료제는 대표적인 다처방 비급여 의약품이다. 비만은 만성질환과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히지만, 아직 급여권에 진입한 치료제는 없다.

비만에 대한 치료는 질병 보다는 미용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하다. 게다가 치료제 대부분이 향정신성의약품이라 약물을 통한 치료 보다는 식습관 개선이나 운동 등이 우선되기도 했다.

비만 치료제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 시장에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는 2018년 국내에 출시된 비향정신성 비만 치료제다.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GLP-1을 이용한 기전의 약물이다.

이 치료제는 부작용이 기존 향정신성 의약품보다 적고 효과가 뛰어나 이른바 ‘강남주사’ 열풍을 일으켰다.

이렇게 삭센다는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비급여 대상이다.

최근 열린 삭센다의 소아적응증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영준 고려의대 교수(고대안산병원 소화기내과)는 “비만 치료는 신체의 과도한 지방조직을 적절히 감소시켜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을 유도하고, 비만이 초래할 동반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라며 “비만은 질병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삭센다의 후속 의약품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도 국내 허가를 앞두고 있는 만큼 기존 비만 치료제의 일부 급여화 공약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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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기전의 편두통 치료제 급여화, 대선 공약으로 나온다면?

편두통 치료제도 건강보험 공약으로 나올 수 있는 유력 약제 중 하나다. 치료 옵션은 이미 시장에 나와 있지만, 고가인 탓에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편두통은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중증 환자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해에만 편두통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55만 명에 달한다.

문제는 기존 치료법으로도 편두통이 완화되지 않는 난치성 환자들이다. 구체적으로는 2~3가지 치료제를 이어 써도 급성 또는 만성 편두통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신경전달물질인 CGRP를 표적하는 치료제가 등장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CGRP 타깃 치료제는 주사제 4종과 경구제 2종이 치료 옵션으로 자리잡았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사용 가능한 CGRP 표적 치료제는 일라이 릴리의 앰겔러티(성분명 갈카네주맙)와 테바의 아조비(성분명 프레마네주맙) 2종이 전부다.

새로운 치료제들이 국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지 못하는 데에는 국내 보험급여 환경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CGRP 표적 치료제의 급여권 진입은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 치료제와 비교가 어려울 만큼 약가가 높아 경제성 평가 통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처럼 편두통 치료제 역시 높은 약가, 환자와 의료진의 요구, 건강보험 재정 지속성 사이에서 논의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대선 공약으로 편두통 치료제도 충분히 등장할 수 있는 배경인 것.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건강보험 급여 관련 공약이 나오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논의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신약 개발로 중증·희귀 질환 뿐 아니라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에서 급여 확대 요구가 있는 만큼 앞으로 나올 대선후보의 공약에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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