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뒤 붙어만 있던 바이오…해외 시장 타깃 성과 가시화
셀트리온·삼바·SK바사, 코로나 비즈니스 ‘재미’…퀀텀점프
한미·대웅·녹십자, 전통제약사 체면 유지…대다수는 ‘고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상위권의 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19를 틈타 전통 제약사와 간극을 크게 벌려 놓은 모양새다. 내수 중심이 아닌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한 사업 기조가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전통 제약사가 연구개발 강화와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분위기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바이오 우위의 현 추세가 갈수록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 상위 바이오기업들이 전통 제약사를 압도하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주도권을 쥐었다.

2020년 처음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매출 1위 자리에 오른 셀트리온은 지난해 전년 대비 각각 2.3%, 5.9% 증가한 1조8,908억 원의 매출과 7,53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2년 연속 실적 리딩 업체 자리를 수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도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위탁생산사업에 뛰어들면서 퀀텀점프를 달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34.6%(1조1,648억 원→1조5,680억 원), 83.5%(2,928억 원→5,373억 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SK바이오사이언스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11.8%(2,256억 원→9,290억 원), 1,157.5%(377억 원→4,742억 원) 증가했다.

전통 제약사들 역시 코로나 여건 속에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상위 바이오기업과의 간극을 좁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형 확대 흐름을 이어가기는 했지만 내실 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 것.

실제로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상위 바이오 3사의 영업이익은 7,539억 원, 5,373억 원, 4,742억 원으로, 웬만한 중견 제약사의 연매출을 넘어서는 정도였다.

반면 상위 제약사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1,000억 원을 넘어선 곳은 한미약품(490억 원→1,274억 원, 160.1%↑)이 유일했다. 일부 기업은 오히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크게 쪼그라들며 역성장했다.

대웅제약과 GC녹십자가 전년보다 각각 423.6%(170억 원→889억 원), 46.6%(503억 원→737억 원)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통 제약사의 자존심을 지켰지만 절대적인 금액으로는 상위 바이오기업과의 비교가 어려웠다.

업계에서는 제약사와 바이오기업 간 이 같은 실적 격차가 단기간에 좁혀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업종 간 사업 포지션이 내수와 해외로 극명하게 갈리는 데다 세일즈하는 주력 시장 규모 자체가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제약사들이 복제약(제네릭) 중심과 내수 시장 위주의 사업 구조 등을 빠른 시일 내에 재편하지 못하면 바이오기업과의 실적 격차는 지금보다 더 크게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상위 제약사 대부분이 연구개발을 강화하며 차세대 캐시카우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앞으로도 바이오 우위의 추세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상당하다.

일단 영업이익에서부터 워낙 차이가 크다 보니 R&D와 시설 투자 규모가 절대적인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고, 결국 이 때문에 가시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도 바이오기업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투자의 절대 금액이 꼭 성공적인 결과물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공격적으로 R&D에 나선 몇몇 제약사가 최근 의미 있는 성과를 잇달아 내놓고 있고, 투자 확대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현재의 흐름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해외 시장 공략의 결과물이 최근 바이오기업의 실적으로 시현되고 있는 데다 이들이 사업 수익의 상당 부분을 다시 재투자하고 있어 전통 제약사가 단기간에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상위 제약사들도 미래 캐시카우 확보를 위한 행보를 구체화하고 있고, 눈에 띄는 성과도 내놓고 있는 만큼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반전의 기회는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