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급여 재평가 약제 처방액 해부, 올 매출 변화 예측
2022~2023년 재평가 의약품 공개…시장 반사이익에 ‘쏠린 눈’
콜린 제제, 경쟁 ‘줄고’ 매출 ‘늘고’…시장 버티기 약제만 ‘재미’
계산기 두드려 본 제약사들, 올 재평가 약 시장 철수 줄어들까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보험 급여의 적정성을 따져 묻게 될 약제 리스트가 최근 공개되자 해당 의약품 시장이 대격변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지 분석 결과, 앞서 급여 재평가가 이미 시행됐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경우 절반 이상의 품목들이 재평가를 포기하고 시장 철수를 선언하면서, 끝까지 버틴 나머지 제품들에게 매출이 쏠린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급여 재평가에 오른 제품들 역시 마지막까지 시장 버티기에 성공한다면 단기간 반사이익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1일 <메디코파마뉴스>는 의약품 시장 조사 자료인 유비스트를 통해 과거 급여 적정성 재평가를 받았던 약제들의 처방액을 분석하고 올해 재평가가 예고된 의약품의 매출 변화를 예측해 봤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제2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열고 기등재 의약품 가운데 급여적정성 재평가 대상 품목을 선정했다. 재평가 대상 성분은 이달 말 예정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최종 의결을 거쳐 공고될 계획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올해 재평가 대상 성분은 ▲위장약 ‘알긴산나트륨’ ▲제산제 ‘알마게이트’ ▲근이완제 ‘에페리손염산염’ ▲간장질환용제 ‘오로트산카르니틴’ ▲진경제 ‘티로프라미드염산염’ ▲소염효소제 ‘스트렙토키나제’ 등이다.

 

▲ 표=2022~2023 급여 적정성 평가 대상 성분 원외처방 현황(자료 출처: 유비스트,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표=2022~2023 급여 적정성 평가 대상 성분 원외처방 현황(자료 출처: 유비스트,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지난해 이들 6개 성분의 국내 원외처방액은 2,300억 원 규모다.

이 중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성분은 오로트산카르니틴으로 작년 처방액만 670억원에 달했다. 현재 이 성분의 제품은 셀트리온제약의 간판품목인 고덱스가 유일하다.

에페리손염산염의 매출도 만만치 않다. 이 약의 지난해 처방액은 630억 원에 달했다. 명문제약의 에페신이 66억 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대원제약 네렉손(33억 원), 제일약품 에페리날(29억 원), SK케미칼 엑소닌(24억 원), 휴텍스제약 에렉신(23억 원) 순이었다.

256억 원 규모를 형성한 알마게이트 시장의 대표품목은 유한양행의 알마겔이다. 이 약은 지난 한 해 110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는데, 이는 해당 시장의 43.97%를 차지하는 규모였다.

태준제약의 라미나지가 대표품목인 알긴산나트륨 시장 규모도 293억 원에 달했다. 스트렙토키나제와 티로프로마이드 시장도 각각 173억 원, 265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재평가 대상 성분이 더 광범위하게 확대된다. 2,300억 원의 시장을 형성하는 인공눈물(히알루론산나트륨)을 포함한 8개 성분이 평가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2023년 재평가 대상 성분은 ▲히알루론산 점안액(2,300억 원) ▲소화성궤양 치료제 레바미피드(1,100억 원) ▲인지장애 치료제 옥시라세탐(180억 원) ▲순환계용약 리마프로스트(830억 원) ▲해열·소염진통제 록소프로펜(710억 원) ▲퇴행성 질환 치료제 아세틸-L-카르니틴(440억 원) ▲알레르기 비염 치료제 에피나스틴(370억 원) ▲소화기 치료제 레보설피리드(260억 원) 등으로 이들 의약품 처방액 규모만 6,200억 원에 달한다.

앞으로 2년 간 총 9,000억 원에 가까운 시장을 형성했던 의약품들이 퇴출 위기에 놓인 것.

업계에서는 이들 약제가 누릴 반사이익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앞서 재평가를 받았던 약제들이 일시적으로 처방량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재평가 결정에 처방액 15.99% ‘급증’

가장 먼저 급여 재평가가 시행됐던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지난해 처방액은 5,000억 원에 육박했다.

 

▲ 표=2019~2021년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시장 규모 현황(자료 출처: 유비스트,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표=2019~2021년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시장 규모 현황(자료 출처: 유비스트,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현재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위한 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0년 6월 이 제제를 보유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보건복지부는 같은 해 8월 치매 외 적응증에는 선별급여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건강보험 급여 축소를 우려한 임상 현장에서 장기 처방이 급증, 일시적으로 매출이 상승했다.

실제로 2019년 3,992억 원이었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 규모는 2020년 4,631억 원으로 15.99% 불어났다.

이 같은 기록은 2021년에도 이어졌다. 2020년 보다 0.53%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 한 해 동안 4,606억 원의 처방실적을 낸 것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기존 허가된 제품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재평가를 포기하며 시장 철수를 선언했지만 전체 시장 규모는 전년과 맞먹는 수준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앞서 식약처는 134개사 255품목을 대상으로 임상재평가를 공고했는데 이 중 77개사 134품목이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 끝까지 남아있던 다른 제품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 것.

대표적으로 2020년 2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에이치엘비제약 글리티아의 경우 지난해 87억 원으로 판매고가 294.51% 급증했다. 안국약품의 카노아도 같은 기간 11억 원에서 35억 원으로 230.90% 매출이 늘어났다.

이 외에도 ▲다산제약 디멘콜린(2억 원→8억 원, 225.48% ↑) ▲성원애드콕 콜리안(4억 원→11억 원, 208.16% ↑) ▲동구바이오제약 글리포스(36억 원→100억 원, 179.49% ↑) ▲메딕스제약 그리아틴(12억 원→33억 원, 177.41% ↑) ▲유니온제약 유니콜린(15억 원→41억 원, 172.82% ↑)의 처방액이 급상승했다.

≫ 작년 급여 재평가 5개 성분도 ‘반사이익’…최대 2,000% ‘급증’

지난해 상반기 급여 적정성 재평가 대상 성분으로 선정된 ▲비티스비니페라(포도씨 및 포도엽 추출물) ▲아보카도-소야 ▲은행엽엑스 ▲빌베리건조엑스 ▲실리마린(밀크씨슬추출물) 역시 반사이익을 누렸다.

 

▲ 표=급여 적정성 평가 5개 성분 원외처방 현황(자료 출처: 유비스트,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 표=급여 적정성 평가 5개 성분 원외처방 현황(자료 출처: 유비스트, 메디코파마뉴스 재구성)

정맥림프 기능부전과 관련된 증상 개선 및 유방암 치료로 인한 림프부종 등에 사용되는 비티스비니페라 제제의 지난해 원외처방액은 6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90% 증가했다.

이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한림제약 엔테론의 경우 지난해 처방액만 500억 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16.45% 확대된 규모다.

또 2020년 처방액이 400만 원에 불과했던 삼성제약의 삼티스는 지난해 1억 원이 처방되며 판매고가 2163.46% 급증했다.

한국프라임제약의 안토라민 역시 같은 기간 2,7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매출이 1634.58% 증가했으며, 경동제약의 비니티스도 판매고가 900.96% 늘었다.

간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실리마린 성분 제제는 전년 대비 0.42% 늘어나면서 290억 원의 외래 처방이 이뤄졌다.

다나젠의 러버윈 매출은 지난해 1억 2,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531.67% 증가했다. 삼일제약의 시슬린도 같은 기간 8억 원으로 280.82%, 동국제약의 실디나도 6억 원으로 매출이 174.90% 늘었다.

아보카도소야 성분 제제는 종근당의 이모튼이 유일한데 급여 재평가에도 불구하고 처방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이 약의 원외처방액은 4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6% 늘었다.

당뇨병에 의한 망막변성, 눈의 혈관 장애, 야맹증을 개선하는 빌베리건조엑스 제제의 경우 급여 재평가 의약품에 오른 뒤 지난해 전체 시장 규모는 1.49% 감소했지만 시장 버티기에 나섰던 일부 품목들의 경우 매출이 오르는 기현상을 연출했다.

실제로 2020년 실적이 전무했던 대우제약의 아이딘은 지난해 1,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씨엠지제약의 레티룩스도 지난해 5억 원의 실적을 내며 전년 대비 33.51% 증가했으며, 휴텍스제약의 아겐 에프 원외처방액도 같은 기간 32억 원으로 판매고가 23.84% 늘었다.

은형엽엑스 제제도 작년에 570억 원의 시장을 형성하며 시장 파이는 전년 대비 0.17% 쪼그라들었지만 일부 품목들에서 반사이익 현상이 나타났다.

2020년 실적이 전무했던 유니온제약의 진코넥, 아이월드 징코 리프, 대웅바이오 징코드, 시어즈제약 쿨징코는 지난해 각각 5,300만 원, 76만 원, 1,600만 원, 3,400만 원의 원외처방액을 끌어냈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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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여 재평가에 품목수 ‘줄고’ 처방량 ‘늘고’…반사이익 재미 본 ‘버틴자’

이미 재평가가 진행된 품목의 처방액이 증가한 것과 비교했을 때 앞으로 재평가를 받게 되는 제품들 역시 단기적으로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재평가 대상으로 선정되면 품목 유지를 위해 임상을 실시해야 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이 부담스러운 일부 제약사들은 일찌감치 자진 품목 취하를 결정하게 된다.

반면, 의료 현장에서는 급여 재평가로 인해 추후 보험가에 약을 쓰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장기 처방을 하게 되는 것.

이에 따라 시장에 남아 있던 다른 제품들의 처방량이 늘어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콜린알포세레이트 등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재평가 대상에 선정된 의약품 시장의 경우 자진 취하에 따른 품목 수 감소로 처방량이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급여 재평가를 받는 품목들 역시 일시적으로 처방액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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