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명 분석 유럽 연구, 스타틴 불내성 ‘과잉진단’에 주목
스타틴 불내성 유병률 4.9%, 현장 데이터 17%와 큰 격차
“불내성 진단 신중해야…스타틴 치료 이점 놓쳐서는 안돼”

근육통이나 소화장애 등이 있더라도 스타틴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끈다. 스타틴의 흡수 불량에 의해 이상반응이 발생하는 이른바 불내성(특정 성분을 적절히 소화할 수 없어 생기는 병)이 실제보다 과잉 진단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타틴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혈관계 질환을 막는 대표적인 약이지만, 알려진 부작용에 따라 복용을 중단하는 사례도 많다.

그런데 최근 유럽심장저널(the European Heart Journal) 온라인판에 실린 ‘스타틴의 불내증 유병률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에서 이 같은 부작용이 실제가 아니거나 스타틴 중단으로 인한 위험보다 경미한 경우가 상당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스타틴 불내성의 유병률을 추정하기 위해 무작위 효과 모델이 적용된 112개의 대조 실험과 64개의 코호트 분석에 포함된 414만3,517명의 환자 데이터가 이용됐다.

그 결과, 스타틴 불내성의 전반적인 유병률은 9.1%(8.0-10.0)으로 나타났다. 미국국립지질학회(NLA), 국제지질전문가패널(ILEP), 유럽동맥경화학회(EAS) 데이터 등을 적용할 경우 각각 7.0%(6.0-8.0%), 6.7%(5.0-8.0%), 5.9%(4.0-7.0%)의 유병률을 보였다.

즉, 여러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스타틴 불내성의 유병률은 6~10% 수준이었던 것.

게다가 무작위 대조연구에서 스타틴 불내성 유병률은 4.9%로 실제 현장 데이터인 코호트 분석에서 나타난 17%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그동안 의료 현장에서 스타틴 불내성이 과대평가나 과잉진단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며 “스타틴 요법을 받는 환자의 약 93%는 안전성 문제 없이 효과적으로 치료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는 처방의가 환자의 증상을 매우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먼저 증상이 실제로 스타틴에 의해 유발되는지를 확인하고, 두 번째로 부작용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노시보(nocebo: 해롭다는 믿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악영향) 혹은 드루시보(drucebo: 이상반응에 대한 예측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현장에서 스타틴 불내성으로 판단되는 상당수 사례가 스타틴에 의해 유발되는 것이 아니거나, 노시보 또는 드루시보 효과에 의한 현상이라는 것.

연구진은 “스타틴이 가져올 수 있는 이점을 불내성에 대한 과대평가나 과잉진단으로 놓쳐서는 안 된다”며 “특히 이미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겪은 경험이 있는 환자에게 추가 사건을 예방하는 데 이는 중요한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에 대해 영국비영리과학미디어센터(the British nonprofit Science Media Center)는 논평을 내고 연구진의 의견을 지지했다.

논평에서 영국심장재단의 닐리쉬 사마니(Nilesh Samani) 의료이사는 “스타틴이 생명을 구한다는 증거는 수 십 년간 입증됐다”며 “연구는 스타틴에서 기인하는 부작용이 약물 자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피너 세버(Peter Sever) 교수 역시 “이번 메타분석 연구 결과는 스타틴과 관련한 부작용이 일반적으로 보고되는 것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다만 노시보 등 심리적 원인에 의한 부작용도 약리학적 증상 못지않게 현실적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스타틴 처방 및 복용을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국내에서 스타틴 계열 의약품은 연간 처방액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의약품시장조사 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원외처방액 상위 20개 제품 가운데 스타틴 계열의 약제는 5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아트리스의 리피토가 2,000억 원의 판매고로 선두에 올랐으며 스타틴 복합제인 한미약품의 로수젯이 1,200억 원을 상회했다. 이어 아스트라제네카의 크레스토(900억 원), MSD의 아토젯(870억 원), JW중외제약의 리바로(800억 원)가 매출 상위권에 포진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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