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주, 작년과 올해 최대 실적 예고에도 상승분 대거 '반납'
당장 수익성 보단 미래 모멘텀에 후한 평가…일동·대웅 ‘고공행진’
청사진, 주가 상승 전제조건…“포스트 코로나 이끌 동력 제시해야”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최근 제약바이오 섹터에서 실적과 주가가 반비례하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곳간이 가득찰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라도 사업의 미래 가치와 연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지워지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투심의 보수적 시선을 누그러뜨릴 만한 청사진과 구체적인 모멘텀을 제시하지 못하면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섹터 전반에 더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가 기존 유전자증폭검사(PCR) 중심에서 신속항원검사(RAT)로 전환되면서 최대 수혜주로 떠오른 에스디바이오센서, 씨젠, 휴마시스 등 주요 진단키트 업체의 최근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하다.

이들 업체 모두 지난해 역대급 실적이 확실시 되고 있고, 최근 국내·외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자가검사키트 수요 폭증으로 올해 1분기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투심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한 것이다.

실제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작년에 2조8,000억 원에서 최대 3조원의 연매출과 1조3,000억 원~1조4,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올 들어서도 6,700억 원이 넘는 신규 공급 계약을 따내며 사업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가는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 전환 소식이 전해진 지난 3일,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 지난해 7월 상장 이후 처음으로 7만 원(7만8,600원) 고지를 돌파하며 2월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반짝 급등 후 하락세가 가팔라지며 21일 현재 주가는 5만3,000원까지 내려앉았다. 12거래일 만에 주가가 33% 빠진 것이다.

씨젠의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3일 16.36% 오르며 6만3,300원으로 마감했지만 2월 21일 현재 종가는 5만1,800원으로 18% 빠졌다. 지난해 연매출 1조3,708억 원, 영업이익 6,667억 원으로 2년 연속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지난해 중견 업체로 올라선 휴마시스도 이 같은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상당 기간 1만5,000원~2만원 사이를 맴돌던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3일 3만4,500원까지 치솟고, 52주 신고가(3만6,450원)까지 다시 썼지만 현재 주가는 2만3,350원으로 32% 빠진 상태다.

진단키트 업체들이 신종 감염병을 등에 업고 사업 순항을 이어가고도 주가가 맥을 못추는 배경에는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회사를 이끌 신사업과 실적 연속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시킬 만한 신규 모멘텀이 부재하다는 것.

때문에 지난 2년간 축적된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이 회사들의 주가 흐름이 판가름 날 것이란 관측이다. 당장의 실적도 중요하지만 제약바이오 섹터는 미래 성장 동력에 크게 가중치를 두는 특성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보여지는 실적이 저조하더라도 가까운 시일 내에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한 투심의 잣대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최근의 대표적인 예도 있다.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일동제약의 주가가 그 사례다. 작년 12월 초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주가는 1만6,000원~1만7,000원 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상용화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면서 현재는 3만5,000원~4만 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대웅제약이 보여주고 있는 최근의 행보 역시 바로 모멘텀의 힘이다. 차세대 캐시카우로 주목받고 있는 이 회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성장과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정의 품목 허가 등 신약 결과물이 근래 대웅제약의 주가를 우상향으로 이끌고 있다.

제약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관계자는 “팬데믹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면서 일부 테마주의 실적이 최근 급증하고 있지만 시장은 현재의 성과보다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요구하고 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한 일부 기업들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실적 수치를 보여주고 있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 숙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코로나19 테마주는 실적 대비 기업가치 저평가 기조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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