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원대 초고가 신약 급여 적용…건보 재정 고갈 ‘우려’
간병비, 연간 최소 6조 원에서 최대 10조 원 추가 소요될 듯
건보 재정 2027년 17조 원 적자…“재원 마련 없인 실현 글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보험 확대와 간병비 급여화 공약을 내놓자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오는 2027년 17조 원 규모의 누적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초고가 신약과 간병비를 급여화하게 될 경우 연간 최소 수조 원대의 추가 재원이 더 소요되는 만큼 건보 재정의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이 때문에 재원 마련책을 함께 제시하지 않는 이상 공약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메디코파마뉴스>는 윤 후보가 내세운 해당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봤다.

≫ 尹, “초고가 신약 급여”…건보 재정 파탄 우려에 실현 가능성 ‘의구심’

2020년 기준, 백혈병·림프암·췌장암 등 중증·고액진료비 상위 30위 내 건강보험 보장률은 82.1%에 달한다.

표면적으로는 보장률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신약의 경우 대부분 급여권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증·희귀질환 신약을 개발한 제약사들이 건보 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약값을 초고가로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이른바 심쿵 공약으로 이를 공략했다. 중증질환과 희귀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겠다는 것.

윤 후보가 이 같은 공약을 내놓게 된 배경에는 노바티스의 척수성 근위측증(SMA) 치료제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내 허가된 졸겐스마는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1만 명 당 1명 꼴로, 국내에서는 연간 약 30명의 신생아 환자가 발생하는 척수성 근위축증에 대한 치료제로 약값만 25억 원에 달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회사의 유전성 망막질환(IRD) 치료제인 럭스터나(성분명 보레티진 네파보벡)와 최근 급여권 진입에 성공한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제인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 역시 1회 치료비용이 5억 원 수준이다.

최근 들어 글로벌 빅파마들이 소위 ‘돈 되는’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면서 고가의 치료제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모든 초고가 신약을 급여화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적인데 고가의 신약을 모두 보험급여 적용할 경우 재정 지속성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후보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윤 후보의 공약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 간병비 급여화, 연간 6~10조 원 추가 소요 예상…재원 마련은?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28일 요양병원 간병비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첫 보건의료 공약으로 내놨다.

당시 윤 후보는 “요양·간병에 대한 국가 지원의 사각지대로 인해 국민의 걱정이 심각하다”며 “국민의 부담을 국가가 함께 책임지고, 요양·간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현재 간병비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와 함께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대표적인 3대 비급여로 꼽히고 있다. 이 중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이미 급여권에 진입했으나, 간병비만 여전히 비급여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재정이다.

2020년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의료서비스 경험조사에 따르면, 간병인 비용은 하루 평균 8만6,000원으로, 한 달 30일로 추산하면 260만 원이 소요된다.

이손요양병원 부설 이손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 소요 재정 추계를 보면, 국가부담률을 80%로 설정 시 연간 4조3,0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국내 허가된 요양병원의 병상 수 가운데 중등도 이상의 환자를 기준으로 간병인 수를 계산한 결과, 필요한 간병인 수는 총 15만 598명으로 집계됐다.

간병인들이 6명의 환자를 8시간 기준 3교대, 주5일 근무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2022년 최저임금을 적용했을 때 총 인건비는 월 4,497억 원이 추계됐다.

이 가운데 80%를 건강보험이 부담하면 연 4조3,000억 원, 50%를 부담하면 연 2조7,000억 원의 건보 재정이 소요된다.

이는 요양병원에 국한된 최소한의 인건비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확대와 지역사회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연간 최소 6조 원에서 최대 1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간병비를 급여화할 경우 9조 원이 넘는 재정이 필요하다고 추산한 바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2024년 ‘고갈’…“재원 마련책 없인 실현 가능성 글쎄”

하지만, 윤 후보 측은 이 같은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실행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 상태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2011년 6,008억 원의 흑자를 시작으로 2012년 3조157억 원, 2013년 3조6,446억 원, 2014년 4조5,869억 원, 2015년 4조1,728억 원, 2016년 3조856억 원, 2017년 7,077억 원까지 7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2017년 8월,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을 시행하면서 건보 재정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누적 적립금 역시 2017년 20조7,733억 원에서 2020년 17조4,181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오는 2024년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고갈되고 2027년에는 16조6,000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황에 이런 만큼 윤 후보의 공약이 실현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 고갈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때문에 초고가 신약의 보험 확대와 간병비 급여화를 약속한 윤 후보의 공약은 건보 재정의 한계를 감안했을 때 사실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인 것.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면서 적게는 수 천만 원, 많게는 수 십억 원에 달하는 신약이 출시되고 있지만 이들 약제 모두 다 급여화 하기에는 건강보험 재정에도 한계가 있다”며 “간병비도 마찬가지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간병을 필요로 하는 환자가 늘어날텐데 이를 건강보험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자 입장에서 해당 공약들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건강보험 재정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공약 실현 가능성 여부를 면밀히 따져 발표하되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도 함께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