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질심 급여기준 설정으로 통과…약가 '마지막 허들'
2세대도 후속치료제 갖추며 잴코리, '퇴장' 수순
시장 선두 알레센자 방어 속 알룬브릭 도전 구도

▲ 로비큐아 제품 사진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분야에서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기대 수명 연장이 또 한 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놀라운 결과를 내놓은 2세대 ALK 양성 티로신키나아제억제제(TKI)에 후속으로 사용 가능한 3세대 TKI 로비큐아(성분명 롤라티닙)의 급여권 등장이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로비큐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를 급여기준 설정으로 통과하며 급여권 진입에 순조로운 단계를 거치고 있다. 약가협상이라는 허들만 넘으면 2세대 TKI 이후 급여 적용 옵션이 탄생하게 된다.

로비큐아는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ALK 양성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2차, 혹은 3차 치료제 허가를 획득했다.

2세대 TKI인 알레센자(성분명 알렉티닙) 또는 자이카이다(성분명 세리티닙)을 1차로 사용한 뒤 2차 또는 1세대 TKI인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 및 적어도 다른 1개의 ALK 저해제 사용한 후 3차로 허가받은 것.

≫ 로비큐아, 2세대 TKI 이후 사용 가능한 최초 옵션으로 가치

임상 2상에서 로비큐아는 2차로 사용했을 때 객관적반응률(ORR) 42.9%, 3차로 사용했을 때 39.26%라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 또한 2차에서 5.6개월, 3차에서 6.9개월을 확인했다.

2세대 TKI 이후에는 전무했던 치료옵션에 희망이 된 것. 이에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18년 3상을 진행한다는 조건 하에 로비큐아(미국 제품명 로브레나)의 승인을 앞당겼다. 식약처 또한 이 같은 방식으로 로비큐아의 허가를 내어줬다.

아직 전체 생존기간(OS) 개선에 대한 데이터는 나오지 않았지만, 2상 결과만으로도 가치 있는 옵션임이 증명된 셈이다.

로비큐아에 대한 현장의 요구는 허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허가되지 않은 치료제를 현장에서 사용하는 치료목적 사용승인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실제로 로비큐아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은 2019년 87건, 2020년 192건, 2021년 207건까지 이뤄졌다. 전체 치료목적 사용승인의 70%에 육박하는 비중이다.

지난해 허가까지 획득한 로비큐아의 다음 행보는 건보 급여권 진입이다. 건보 적용으로 환자가 본인부담금 5%로 로비큐아 사용이 가능해지면 이제 2세대 TKI 이후 당연한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 1차 알룬브릭 빠진 로비큐아 허가사항, 급여기준서는 반영될 가능성↑

우려의 목소리는 있었다. 로비큐아의 허가사항 때문이다. 허가사항 대로라면 알레센자 이후 2차 치료제로서는 사용 가능하지만, 알룬브릭 이후에는 사용할 수 없다.

알룬브릭 이후 사용 가능한 방법은 잴코리를 1차로 쓰고 2차로 알룬브릭을 쓴 후, 3차에야 로비큐아를 사용할 수 있다. 3차에 사용하는 로비큐아는 사실 사용량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로비큐아 허가 임상 당시 알룬브릭의 1차 적응증이 없어 옵션으로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연구에서 알룬브릭은 알레센자 대비 효과적인 일부 환자군이 발견되며 1차 치료의 중요한 옵션으로 자리했지만, 로비큐아 적응증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었다.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알룬브릭을 1차에 사용하더라도 2차로 로비큐아를 사용할 수 있다. 허가사항이 ‘이전에 치료받은 적 있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로 단순화 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사정은 다르다. 국내에서는 앞서 사용할 치료제가 성분명으로 규정돼 있다. 허가사항이 급여기준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의료진으로서 알룬브릭을 1차로 사용하기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암질심 결과에 이목이 쏠린 배경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지난달 보도를 통해 암질심이 로비큐아의 급여기준을 해외와 마찬가지로 단순화해 논의를 진행한 것을 알린 바 있다. 앞선 치료제에 대한 규정을 세대별로 묶는 방식이다.

급여기준 허들은 넘어섰지만, 아직 약가협상이라는 허들은 남아있다. 정부 측은 아직 3상 데이터나 나오지 않은 불확실성에 대해 주장할 수 있고, 제약사는 유일한 치료 옵션으로서 가치를 주장할텐데 이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

다만 최근 암질심을 통과한 신약의 경우, 이후 절차에서는 속도를 내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로비큐아의 급여권 진입에 대한 기대가 큰 배경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로비큐아 급여기준 시장변화 직결…세대별 묶으면 알레센자·알룬브릭 '진짜 경쟁'

로비큐아 급여권 진입 이후 ALK 폐암 시장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2018년 1차 치료제 허가 후 대세로 자리 잡은 알레센자는 같은 해 급여권에도 진입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2019년 221억 원의 매출을 올리더니 2020년에는 293억 원, 2021년에는 300억 원을 무난히 넘겼다.

알레센자의 등장으로 기존 옵션인 잴코리는 하향세를 겪고 있다. 잴코리 이후 알레센자를 사용하는 순차치료도 가능하지만, 알레센자의 1차 치료제 사용 데이터가 워낙 좋다.

실제로 잴코리는 2019년 203억 원에서 2020년 146억 원까지 매출이 줄었다. 2021년에는 100억 원 수준까지 처방이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자이카디아 또한 국내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알레센자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제품은 알룬브릭이다. 알룬브릭 또한 알레센자의 버금가는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룬브릭은 2020년 8월 1차 치료제 허가를 획득한 데 이어 2021년 4월 급여권에도 진입해 있다.

문제는 알룬브릭을 1차로 사용한 이후 로비큐아를 사용할 수 없다는 허가사항이다. 사용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알레센자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

다만 이번 로비큐아 급여기준이 논의 중인 것처럼 앞선 치료제를 2세대로 묶는다면 알룬브릭은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비큐아의 급여기준이 예상대로 마련된다면 알레센자와 알룬브릭의 진짜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ALK 시장 변화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은 최근 훌륭한 옵션이 잇따라 나오면서 치료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시장”이라며 “장기 생존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TKI 사용량도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알레센자를 알룬브릭이 추격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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