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케이드, 매출 ‘급감’ 속 셀트리온·삼바 1조 ‘합작’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공세에 4년 만에 매출 ‘반토막’
애브비 먹여살린 휴미라, 내년 美 특허만료 ‘쏠린 눈’

▲ 사진=(왼쪽)삼성바이오에피스, (오른쪽) 셀트리온 사옥 전경
▲ 사진=(왼쪽)삼성바이오에피스, (오른쪽) 셀트리온 사옥 전경

빅파마들의 오리지널 의약품이 바이오시밀러의 공세 앞에 무너져 내렸다. 한때 전 세계 의약품시장을 호령하던 오리지널 약들이 이른바 복제 생물학적제제의 시장 침투에 더이상 후퇴할 곳을 찾기 힘들어진 것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상위권을 점령하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들이 시장 개방에 따라 매출 급감이 수치로 증명됐다. 반면, 오리지널 레미케이드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통해 1조 원의 매출을 합작하면서 K-바이오의 위력을 여실히 뽐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글로벌 주요 제약기업의 지난해 재무보고서를 통해 바이오시밀러와 경쟁 중인 대표적 매출 상위 오리지널 의약품(레미케이드, 엔브렐, 휴미라)의 실적 감소 원인을 해부했다.

≫ J&J 간판 ‘레미케이드’, 시장 침탈한 셀트리온·삼바 ’1조 매출‘ 합작

지난해 얀센(존슨앤존슨 제약사업 부문)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가 바이오시밀러 공략에 따라 15%의 매출 감소가 드러났다.

여기에는 국내기업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두 회사의 바이오시밀러로 인한 시장 잠식이 원인이 됐다. 실제로 두 회사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합산 매출은 1조 원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4분기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의 매출은 7억6,400만 달러(9,115억 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2%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누적치 역시 31억9,000만 달러(3조8,072억 원)로 전년(2020년) 37억4,700만 달러(4조4,637억 원)와 비교해도 14.9% 급감한 결과였다.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 중인 레미케이드는 최근 몇 년 사이 그 판매고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과거 이 약물이 2017년 63억1,500만 달러(7조5,3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판매고가 반 토막이 된 셈이다.

이 같은 매출 감소는 미국 내 시장에서 경쟁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침투가 먹혀들어 간 것이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2016년 11월 미국 출시된 이후 후속으로 경쟁제품이 더 출시되면서 오리지널 레미케이드는 매년 15% 내외로 판매고가 줄었기 때문이다.

레미케이드는 전체매출에서 미국 내 판매 비율이 약 64% 수준으로 미국 시장이 무척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미국 내 매출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다른 지역보다 매출 감소율이 더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앞서 2020년 미국 판매액은 25억8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8.6% 감소했고 지난해에도 25억800만 달러로 19.5%가 떨어졌다. 가장 최근 집계된 작년 4분기로만 보면 22.2%가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현재 미국 레미케이드 시장에서 침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곳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다.

셀트리온은 화이자와 손잡고 '인플렉트라(성분명 인플릭시맙, 유럽명 램시마)'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렌플렉시스(성분명 인플릭시맙, 유럽명 플릭사비)'를 판매 중이다.

특히 셀트리온 인플렉트라의 美 바이오시밀러 시장점유율(처방수량기준)은 지난해 말 20.9%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10.7%보다 두 배나 급성장 한 셈이고 지난해 상반기 기준(17.2%)으로 봐도 치고 올라와 시장 잠식을 가속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는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20%를 돌파한 기록이기도 하다.

유럽에서는 이미 시장점유율을 절반 이상(54%) 가져오면서 처방량만 보면 오리지널 제품을 넘어선 상태다.

파트너사인 화이자 측이 공개한 셀트리온 인플렉트라의 매출액은 작년 4분기 1억7,100만 달러(2,040억 원, 전년比 9%↓)를 기록했다. 지난해 누적 판매고로 봐도 6억5,700만 달러(7,838억 원, 3%↓)에 달하는 규모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에서 3억8,500만 달러(4,590억 원)의 판매고로 13%가 늘어난 반면, 이외 유럽 등에서는 14%가 줄어든 2억7,200만 달러(3,245억 원)로 집계됐다. 유럽에서는 처방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조정에 따른 매출 감소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해 미국 파트너사인 오가논을 통해 렌플렉시스를 팔아 1억8,600만 달러(2,220억 원, 37.5%↑)의 매출고를 올렸고 유럽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을 통해서는 ‘플릭사비’를 팔아 9,940만 달러(1,186억 원, 1.5%↑)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양사가 합해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로 1조1,244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국내 K-바이오가 위력을 발휘한 한 해였다.

 

≫ 화이자 엔브렐, 4년만에 매출 ‘반토막’…삼바, 점유율 잠식 ‘속도’

화이자의 류마티스 관절염치료제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앤브렐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판매고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 약은 유럽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와 경쟁에 직면하면서 지난해 4분기에만 매출이 14% 떨어진 2억9,700만 달러(3,540억 원) 수준에 그쳤다. 연간 누적으로도 11억8,500만 달러(1조4,130억 원)로 전년 13억5,000만 달러보다 12% 감소했다.

과거 이 약물이 2017년 24억5,200만 달러(2조9,2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판매고가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이다.

앞서 전년 4분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9년 4분기 4억1,4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던 엔브렐은 1년 만인 2020년 4분기, 판매고가 17% 급락하면서 3억4,500만 달러까지 내려 앉았다.

이렇게 공백이 생긴 시장을 채우는 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몫이었다.

이 회사의 ‘베네팔리’(엔브렐 바이오시밀러)는 현재 유럽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을 통해 주력 시판되고 있으며 지난 4분기 1억3,400만 달러(1,600억 원, 12.5%↑)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올 한 해 누적치로 보면 매출은 4억9,830만 달러(5,945억 원, 3.5%↑) 규모다.

시장 지형도에 변화가 있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삼성의 파트너사인 오가논은 ‘브렌시스’(미국 제품명)를 통해 작년 4분기 2,800만 달러(334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연간 누적 6,300만 달러(4752억 원)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 애브비 먹여살린 ‘휴미라’, 2023년 美 특허만료 분수령 될 듯

애브비도 바이오시밀러에서 오는 고민은 마찬가지다. 특허가 풀린 유럽에서 시간이 갈수록 그동안 이 회사 전체매출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시장점유율 하락 폭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휴미라’는 작년 4분기 53억3,400만 달러(6조6,000억 원, 3.5%↑)의 매출을 올리고 연간 누적으로는 206억9,400만 달러(24조6,880억 원, 4.3%↑)의 판매고를 올렸다. 드러난 수치로만 봤을 땐 걱정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전 세계 최대 의약품시장인 미국이다.

휴미라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이 약의 특허는 2023년에 풀린다. 수 년간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를 지켜오던 휴미라도 특허 만료 이후에 몰아칠 바이오시밀러의 공세 앞에 힘을 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존 시장을 지배하던 오리지널 의약품이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내준 사례는 최근의 유럽 사례를 보면 좀 더 분명해진다.

휴미라는 지난 2019년 유럽에서 특허 만료에 따른 바이오시밀러 발매로 매출이 급감했다. 실제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기록한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9.6% 빠진 33억6,400만 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앞서 2019년 기록한 미국 외 매출은 43억500만 달러로 작년 실적과 비교하면 21.9%, 약 10억 달러(1조1,900억 원)가 증발해버린 수치다.

현재 휴미라의 경쟁품목으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랄디’를 비롯해 암젠 ‘암제비타’, 산도즈 ‘하이리모즈’, 마일란·후지필름쿄와기린의 ‘훌리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삼성 임랄디의 성장이 가파르다. 파트너사인 바이오젠에 따르면 지난해 이 약의 매출은 2억3,340만 달러(2,785억 원)로 전년 대비 7.9% 성장했다.

유럽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인 휴미라의 특허가 만료된 이후 삼성이 만든 바이오시밀러의 성장 속도가 매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2019년 판매허가를 받아 향후 ‘하드리마’로 본격 시판하게 된다.

후발 주자인 셀트리온의 시장 공략도 주목할 만하다. 셀트리온은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에 대해 지난해 2월 유럽의약품청(EMA) 판매 승인을 받았고 12월에는 캐나다보건부의 판매허가를 득하면서 북미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한 상태다. 최근엔 기존 40mg 외에 80mg 용량의 제형도 유럽허가를 추가하면서 폭넓은 처방이 가능해졌다.

주목되는 점은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가 세계 최초의 고농도 제품이라는 점이다. 현재 유럽시장에서 판매되는 휴미라의 90% 이상은 고농도 제형이라는 점에서 대부분 경쟁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저농도인 만큼 후발 주자여도 품질과 가격,경쟁력에서 시장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한편, 휴미라의 대체품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애브비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린버크’는 16억5,100만 달러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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