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확진자 미접종 동거인 격리해제・방역패스 폐지
오미크론 확산에 의료진 감염 속출…현장은 ‘아비규환’
전문가들 “12월 델타 변이 때보다 지금이 더 위험해”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사적모임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을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방역조치가 해제된 가운데 현행 의료체계로는 1주일도 버티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왔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의료진 감염이 속출해 이미 의료현장은 아비규환인 상황에서 방역 완화로 급증한 확진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델타 변이 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위험한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역당국은 지난 1일 0시부터 식당·카페 등 11종의 시설, 감염취약시설, 50인 이상의 모임·집회·행사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이나 행사 입장 시에 QR코드를 인증하거나 음성확인서를 제시할 필요가 없게 됐다.

방역패스 해제 시설은 ▲유흥시설(유흥주점·단란주점·클럽·나이트·헌팅포차·감성주점·콜라텍·무도장) ▲노래(코인)연습장 ▲ 실내체육시설 ▲ 목욕장업 ▲경륜·경정·경마, 카지노 ▲식당·카페 ▲ 멀티방 ▲PC방 ▲ 스포츠경기장(실내) ▲파티룸 ▲마사지업소·안마소 등 11종의 다중이용시설이다.

이날부터 밀접 접촉자 격리 지침도 바뀌어 확진자의 동거인은 모두 수동감시 대상으로 전환됐다.

그동안 동거인 중 백신 미접종자는 7일간 자가격리를 했으나 1일부터 예방 접종 이력과 상관없이 모두 격리 의무를 해제하고 수동감시 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코로나19 유행 확대는 불가피해졌다. 앞서 방역당국은 3월 초∼중순 확진자가 하루 최대 18만∼35만 명 발생하고, 중환자는 1,200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방역 완화로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의료계가 현행 의료체계 하에서는 1주일도 버티기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는 이유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최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방역 완화로 확진자가 어느 정도 늘어날지 측정이 불가능하다”며 “다만, 유행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단기간에 많은 환자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중환자와 사망자 수도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아직까지 국내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준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현장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병상만 늘어났을 뿐 의료인력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더라도 병상 전체를 활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의료인력까지 감염 확산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도 완화됐다. 현행 의료체계로는 1주일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방역패스 중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최근 본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최근 법원에서 잇따라 방역패스의 집행정지 신청을 결정하면서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렸겠지만 이는 카페나 식당, 도서관, 독서실 같은 국민의 기본권과 학습권에 침해 받는 곳만 해당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유흥시설을 포함한 다중이용시설 전부를 방역 완화했다. 미접종자들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역당국에서는 현재 의료체계가 잘 감당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미 현장은 아비규환 상태다. 이미 의료기관마다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진료와 시술, 수술이 지연되거나 연기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방역 완화는 확진자 폭증을 일으킬 것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현행 의료체계는 1주일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울분을 토했다.

≫ 오미크론 변이 유행 진폭 낮게 끌고 갈 수 있는 전략 마련 시급

특히,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델타 변이 확산으로 중환자 병상이 부족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지금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위중증 환자가 급증했다. 전국 중증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이 80%를 넘어서면서 입원 대기 중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의료계 내부에서는 ‘회복이 힘든 환자는 중환자실 입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터져나왔다.

실제로 <메디코파마뉴스>가 코로나19 발생 현황과 중환자 병상 현황을 토대로 위중증 환자수와 중환자 병상 가동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환자의 중증화율이 1% 늘어날수록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평균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델타 변이가 본격적으로 확산을 시작한 지난 7월 7일 중증화율이 1%였을 때 중환자 병상 사용률은 26%에 불과했으나, 중증화율이 2.1%까지 치솟았던 10월 26일에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42%까지 급증한 것이다.

문제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위중증 환자 수는 2월 셋째 주 367명에서 넷째 주 655명으로 커졌고, 같은 기간 사망자도 309명에서 541명으로 증가했다.

3월 1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는 13만 8,993명, 재원 중 위중증 환자는 727명, 사망자 112명을 기록했다.

앞서의 김우주 교수는 “지난해 12월 신규 확진자 수는 최고 7,000명대였다면 지금은 17만 명씩 발생하고 있다.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 수도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며 “영유아 사망, 재택치료 중 사망, 병상 없어 떠도는 임산부 문제 등 모두 현행 의료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해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히려 방역을 완화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2월 델타 변이 때는 전초전이었다면 지금은 본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신규 확진자가 25배 뛴 만큼 위중증 환자도 증가할 것이다. 12월보다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등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교수 역시 지난해 12월보다 지금이 더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엄 교수도 “델타 변이 때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중태에 빠진 환자에 대한 양적 부담 외에 별다른 것이 없었다. 코로나 중증 환자다보니 격리병동에서 진료 및 대처가 가능해 상대적으로 대응이 복잡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면서 암 환자 등 기존의 중환자들이 신종 감염병에 확진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대응하는 문제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미 확산세가 심각한 만큼 일정 수준 이상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최대한 유행의 진폭을 낮게 끌고 갈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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