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제약사 보유 숨겨진 상장주식 전격 해부
경영참여로 투자한 주식, 평가이익만 수천억대 ‘깜짝’
셀트리온·녹십자·대웅제약·한독, ‘막대한 이익 보유’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지난해 주가 침체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이 당초 경영참여 목적으로 헐값에 투자했던 상장주식의 가치가 치솟으면서 재미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된 수익 규모(평가차액)만 수천억 원대다. 지난해 기준으로 셀트리온 2조2,400여억 원, GC녹십자 5,700여억 원을 포함해 대웅제약, 한독 등이 막대한 이익을 보유한 대표적인 기업들로 확인됐다.

경영참여 상장주식의 현재 주식 시가는 재무제표에는 반영되지 않고 취득 장부가만 표시된다. 일종의 ‘숨어있는 자산’인 셈이다. 이는 기업을 양도하거나 주식을 내다 팔 때 그 가치가 극대화된다. 영업이익 외에도 든든한 비상금을 보유한 국내 제약사들이 주목되는 까닭이다.

실제로 미평가 보유 주식의 처분으로 인한 이득 사례는 글로벌 빅파마인 노바티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노바티스는 보유하고 있던 로슈社의 지분 33%를 총 207억 달러(한화 약 24조7,883억 원)에 매각하면서 4분기에만 약 140억 달러(약 16조7,650억 원)의 깜짝 이익을 챙겼다. 이로 인해 노바티스는 지난해 당기순이익만 보면 240억 달러(약 28조4,700억 원)를 기록해 화이자(순이익 220억 달러)와 존슨앤존슨(209억 달러)을 밀어내고 전 세계 제약사 중 순이익 1위로 올라선 바 있다.

한편, 단순투자 목적으로 상장주식을 보유하는 경우에는 시세 차익에 따른 평가손익을 분기 결산마다 반영해 장부에 올려야 한다. 단순투자 목적으로는 유한양행, 경동제약, 녹십자, 한독, 셀트리온, 동아에스티, 동화약품, 휴온스, 텔콘RF제약 등이 100억 원 이상을 다른 회사 상장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토대로, 각 기업들이 언제든지 내다 팔 수 있는 상장주식 현황을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평가해 살펴봤다. 조사대상 50개사 중 27곳에서 타법인 상장사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경영참여 목적의 상장주식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작년 장부가와 시가 차액 기준으로 셀트리온(평가차액 2조2,421억 원), 녹십자(5,713억 원), 대웅제약(2,231억 원), 한독(1,501억 원), 보령제약(783억 원), 팜젠사이언스(756억 원), 삼천당제약(234억 원) 등이 100억 원 이상 대규모 숨은 이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텔콘RF제약은 사업영역 확대를 위해 투자한 케이피엠테크의 주가 하락으로 오히려 496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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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시가 평가시 장부가 10배인 2조5,000억 '밸류 업’

주요기업별로 보면, 우선 셀트리온이 경영참여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제약의 시가 평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2조4,974억 원이었다. 이는 당초 회사가 기재했던 장부가 2,553억 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그 차익 규모만 2조2,421억 원에 달했다. 재무제표에는 반영되지 않은 거대 규모의 숨어있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제약의 주식을 2,007만5,833주를 소유하고 있다. 이는 54.96% 지분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는 2,553여억 원을 들여 2조2,421억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다만 올해 들어 제약바이오주의 급락으로 셀트리온제약의 주가도 하락하면서 지난해 말 12만4,400원이던 주가는 지난달 25일 기준 8만5,500원으로 내려온 상태다. 지난해보다 이익 폭도 7,810억 원이 낮아진 1조7,165억 원으로 나타났다.

≫ 녹십자, 지씨셀 270억 투자로 작년 기준 5,700억 규모로 불려

GC녹십자는 경영참여 목적으로 종속회사 3형제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가 기록한 이들의 장부가는 녹십자엠에스 284억 원, 녹십자웰빙 112억 원, 합병법인인 지씨셀로 321억 원이다. 이들 3사의 평가액은 지난해 기준 각각 634억 원, 398억 원, 5,347억 원으로 치솟으면서 녹십자 3형제로 인해 총 5,713억 원 규모의 평가차액을 확보하게 됐다.

이 중 눈에 띄는 종목은 지씨셀로, 당초 녹십자랩셀에 20억 원, 녹십자셀에 270억 원을 투자했던 녹십자는 두 회사의 합병 및 주가 급등으로 인해 보유 주식의 시가가 5,347억 원으로 올라왔다. 무려 20배를 벌어들이는 효과를 낸 것. 다만, 올해 들어 지씨셀의 주가도 하락해 이익 규모는 지난달 25일 기준 3,330억 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 대웅제약, 한올바이오파마 평가시 2,200억 규모 늘어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의 지분 31%를 가지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한올바이오파마의 장부가는 1,161억 원 수준으로 작년 평가금액은 3,392억 원에 달한다. 이를 고려하면 회사는 약 2,231억 원의 차액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한올바이오파마의 매출은 전년보다 14.7% 성장하고 영업이익은 69%가 늘어난 102억 원을 올리면서 실적 개선이 뒤따랐다. 향후 대웅제약의 기업가치를 더 올려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 한독, 제넥신 평가시 최초 취득가 1,685억 순가치 올라

한독은 경영참여 목적으로 상장사 중 제넥신과 미국 바이오벤처 레졸루트(Rezolute)를 보유하고 있다. 제넥신으로 시가평가를 할 경우 1,685억 원이 넘는 평가차액이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협력업체인 제넥신 보유주식 역시 시가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한독이 보유한 제넥신의 지분은 15.31%(3,781,017주)로 장부가는 519억 원인 상황이다. 작년 시가 규모는 2,204억 원으로 1,685억 원의 차액을 낸 것. 최초 취득가와 비교하면 약 4배 이상의 수익을 늘린 것이다.

반면, 나스닥에 상장된 레졸루트(Rezolute) 보유로 인해서는 다소 손해를 봤다. 300억 원을 투자했지만, 평가액은 115억 원에 그치면서 185억 원이나 가치가 줄었다.

이외에도 경영참여 목적으로 보령제약은 바이젠셀에 37억 원을 투자해 20배가 넘는 783억 원의 이익을 냈다. 또 팜젠사이언스는 엑세스바이오에 712억 원을 투자해 756억 원, 삼천당제약은 디에이치피코리아에 190억 원을 투자해 240억 원의 막대한 숨은 평가이익을 냈다.

≫ 제약사, 지난해 단순 주식매매 장사는 ‘낙제점’

제약사들이 경영참여 목적으로 상장주식을 장기보유해 재미를 봤다면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한 단기 투자 상장종목들은 대체로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제약사들이 대부분 투자한 제약바이오 주가가 지난해 침체를 겪었기 때문이다.

조사대상 중 지난해 단순투자로 주식을 보유한 곳은 제약사 18곳으로 주식 보유 규모는 3,300억 원에 달했다. 이들 종목의 작년 3분기 기준 평가손실은 141억 원 규모였고 이를 연말까지 보유했다면 519억 원이 손실이 분석된다. 수익률로 보면 –16% 수준인 셈이다.

기업별로 보면 우선 셀트리온이 바이오톡스텍으로 손해를 봤다. 회사는 바이오톡스텍 1,631,134주를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톡스텍은 비임상 CRO(임상시험대행) 수행 기업으로 셀트리온은 바이오톡스텍 지분 11.12%를 보유한 2대 주주이다.

바이오톡스텍은 투자수익 목적으로 시가평가 대상이며 회사의 손익계산서에도 영업외이익으로 반영된다. 하지만, 지난해 주가가 47.24% 하락하면서 이에 따라 작년 약 117억 원의 평가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평가손실 반영에도 불구하고 셀트리온이 보유한 바이오톡스텍의 최초 취득가는 20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 말 시가평가액이 131억 원에 달하는 만큼 누적으로는 투자액의 6배를 넘는 약 111억 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녹십자는 시가평가가 가능한 주식으로 파멥신(3분기기준 장부가 34억 원), 유바이오로직스(64억 원), 한일시멘트(39억 원), 한일홀딩스(32억 원), 매크로재닉스(MacroGenics, 36억 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작년 말 시가평가를 합하면 180억 원 규모로 약 40억여 원의 영업외손실이 반영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독은 해외 상장주식인 바이옴엑스(BiomX, 14억 원), 에이디셋바이오(Adicet Bio, 27억 원), 컴퍼스 테라퓨틱스(Compass Therapeutics, 82억 원)를 보유했으며 국내 주식으로는 SCM생명과학(63억 원)에 투자했다. 이들의 작년 말 시가평가를 합하면 197억 원 수준으로 약 95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텔콘RF제약도 에이비온에 투자해 작년 81억 원의 이익이 예상되지만 나스닥 상장주인 휴머니젠(Humanigen)에서는 67억 원의 손실을 입어 이익 폭을 대폭 줄이게 됐다.

경동제약은 20여 개에 달하는 종목에 대해 320억 원 가량을 투자하면서 조사대상 중 가장 많은 상장주식 종목을 사들였다. 10억 원 이상을 투자한 종목만 한국단자공업(156억 원), 대한항공(15억 원), 환인제약(37억 원), 삼성물산(32억 원), 현대자동차(11억 원), 유한양행(14억 원), 롯데케미칼(14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이들 종목을 통해 작년 25억 원의 보유이익을 낼 것으로 점쳐진다.

이밖에도 동화약품은 3분기 기준 제넥신(47억 원), 제테마(35억 원), 환인제약(65억 원), 뷰노(47억 원)에서 194억 원 정도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대약품은 환인제약(82억 원), 경보제약은 명보제약(66억 원), 휴온스는 이오플로우(118억 원)와 팬젠(88억 원), 동구바이오제약은 뷰노(43억 원)와 지논앤컴퍼니(38억 원) 등을 소유해 상장주식을 많이 보유한 제약사로 이름을 올렸다.

한편, 조사대상에서는 신풍제약, 광동제약, 동성제약, 일양약품, 환인제약, 삼진제약, 유나이티드제약, 국제약품, 명문제약, 제일약품, 삼아제약, 위더스제약, 비씨월드제약, 신신제약, 국전약품, 한국파마, 서울제약, 한국유니온제약 등은 타법인 주식 중 상장사 종목을 보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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