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곳 CEO 임기 만료, 재선임‘이목’…대표 교체 12곳 달해
25일 16곳 ‘슈퍼주총데이’…포스트 코로나 대비 변화 모색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지난 한 해를 결산하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온 가운데 제약바이오업계는 올해 대면을 원칙으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올 주총에서는 대표이사 선임 여부 등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를 전망이다.

8일, 메디코파마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통해 주요 상장제약사 50곳의 주총 일정을 분석했다.

우선, 3월 18일 고려제약·유한양행·환인제약을 시작으로, 21일 대한뉴팜·알리코제약, 23일 진양제약, 24일 영진약품·오스코텍·코미팜·한독·신신제약·경보제약·코오롱생명과학이 주총을 연다.

3월 25일은 무려 16곳의 기업이 주총을 여는 ‘슈퍼주총데이’다. 이날 총회를 하는 회사는 광동제약·국제약품·대성미생물·대원제약·보령제약·삼일제약·삼진제약·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씨젠·일동제약·일성신약·종근당·코아스템·휴온스 등이다.

28일에는 녹십자엠에스·동아에스티·디에이치피코리아·애니젠·펩트론, 29일 GC녹십자·JW중외제약·경동제약·메디포스트·삼성바이오로직스·삼천당제약·안국약품·앱클론·피씨엘, 30일 동화약품·쎌바이오텍·이연제약·하나제약·한국파마, 31일 아이큐어가 주총을 연다. 제일바이오는 4월 6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임기가 만료된 주요 제약사 최고 경영자(CEO)들의 재선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임기가 만료된 CEO의 상당수가 재선임을 받지 못하거나 임기는 남았지만 대표이사 중도 사퇴로 역할이 변동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주총 일정이 공개된 기업 50곳 중 12곳이 대표이사를 바꿨거나 바뀔 예정이다.

동국제약은 13년 동안 대표이사직을 맡은 오흥주 사장이 연초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공석이 된 총괄 사장 자리에 미국 MIT MBA 출신 송준호 전(前) 전략기획실장이 맡게 됐다.

이번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인 송준호 총괄 사장은 영업과 관리 등 회사 경영 전반의 변화와 혁신을 책임지게 된다.

지난해 8월 이사회에서 임기가 남은 안재현·이삼수 공동대표를 최고경영위원회 의장으로 역할을 변경하고 장두현 경영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한 보령제약은 최근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는 김정균 신임 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과 장두현 사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그동안 오너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던 안국약품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한다.

안국약품은 최근 기존 어준선, 어진 대표이사 사임에 따라 원덕권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한다고 밝혔다.

지난 50여 년 동안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며 안국약품을 이끌었던 어준선 대표이사는 올해 84세다. 고령인 어 회장의 임기가 오는 3월 29일까지였던 만큼  사임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바 있다.

하지만, 후계자로 안국약품을 이끌어오던 어진 대표이사의 임기는 2024년 3월 25일까지로 아직 2년이나 남아있는 상황에서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해 제약업계 내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오너 일가의 사임에 따라 안국약품을 이끌게 된 원덕권 신임 대표이사는 매출 실적 개선과 실적 증대를 위한 신약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삼진제약은 최용주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회사는 그동안 장홍순, 최용주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올해 두 대표 모두 임기가 만료되는데, 최용주 대표만 재선임 명단에 오른 것이다.

4년 동안 영진약품을 이끌어온 이재준 대표 역시 재선임 명단에 빠지면서 이번 총회를 끝으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영진약품 국제사업부장, 종근당 글로벌사업본부장을 역임한 이기수 씨가 신임 등기이사 명단에 올라와 있어 대표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동화약품은 기존 유준하 대표이사와 새롭게 영입한 한종현 대표이사의 투톱 체제로 전환된다.

이번 주총에서 임기 만료되는 유준하 대표이사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과 최근 영입한 한종현 前 동아에스티 대표이사 사내이사 선임 건이 상정된 것이다.

한종현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동화약품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돼, 유준하 현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회사를 경영하게 된다.

한종현 신임 대표는 이 회사에서 의료기기와 화장품 등 헬스케어 사업을 담당하고, 유준하 대표는 기존 의약품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월 연구개발(R&D) 부문 총괄로 박재홍 사장을 영입하는 한편, 김민영 사장에게 경영 총괄을 맡기며, 이번 주총에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안건으로 올렸다.

박재홍 신임 사장이 2008년 이후 20년 넘게 글로벌제약사에서 항암제·면역치료제 분야의 초기연구·중개연구를 중점적으로 담당했던 점을 고려해봤을 때 향후 동아에스티가 면역항암제 분야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총회 개최일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대웅제약과 HK이노엔은 일찌감치 차기 사령탑을 내정했다.

HK콜마는 지난해 12월 29일 HK이노엔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곽달원 부사장을 내정했다.

곽 사장은 앞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글로벌 진출 및 수액 사업 확대, 파이프라인 강화를 통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도 지난해 말 이창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하며 40대 젊은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했다. 2022년 임원인사에서 공동 대표를 맡아 온 윤재춘 사장을 지주회사인 대웅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이창재 부사장을 사장으로 올리면서 전승호 사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를 맡게 했다.

이 외에도 ▲메디포스트 황동진 사장 ▲녹십자 엠에스 안은억 대표이사 ▲디에이치피코리아 여대훈 대표이사 ▲JW중외제약 이성열 대표이사 ▲삼천당제약 윤대인 대표이사 회장 등이 재선임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대다수 제약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유지해 안주하기보다는 대표 변경을 통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기만료된 CEO 대다수가 무난히 재선임에 성공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상당수의 제약사가 대거 대표이사를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고 지난 2년 동안의 실적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 CEO 교체를 통해 변화와 개혁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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