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입 팍스로비드 7만여 명…재택치료 환자 85만명
잇따른 품절에 처방 불가 통보…환자 민원 폭주해
백신 도입 당시 품귀 현상에 고무줄 접종 논란 제기돼
政, 재분배 통해 효율화하겠다…제약사와 도입 협의 중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성분명 니르마트렐비르·리토나비르)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현장에서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물량 부족으로 접종간격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신종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의 ‘평행이론’이 성립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화이자社가 개발한 코로나19 경증・중등증 경구 치료제 팍스로비드 총 76만2,000명분을 확보했으나 현재 국내 도입된 물량은 7만3,000명분이다.

이 약은 증상 발현 5일 내 투약하면 입원·사망 위험을 88%까지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처방 대상은 중증화 위험이 있는 면역저하자와 40대 이상 기저질환자,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문제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재택치료 환자가 급증하면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4만3,628명 발생했으며, 위중증 환자 수는 885명으로 전날(896명)에 이어 이틀 연속 800명대를 기록했다.

재택치료 환자도 112만50명으로 전날(102만5,973명)보다 9만4,077명 늘었다.

이 중 고위험군으로 하루 2회 건강 모니터링을 받는 집중관리군은 17만2,831명으로 15.43%를 차지했다. 집중관리군에는 60세 이상, 50세 이상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가 포함돼 있어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군에 해당된다.

투약해야 할 대상자가 국내 도입된 물량을 넘어서면서 현장 일선에서는 처방을 하지 못해 우려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 내과의원을 운영 중인 A전문의는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내원해 PCR 검사를 했더니 양성이 떴다. 이후 팍스로비드를 처방하려고 했으나 품절이라는 안내 멘트만 돌아왔다”며 “어떻게든 구하려 알아봤으나 부천시 관내에서는 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도 3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들어 팍스로비드 품귀 현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며 “당초 65세였던 처방 대상을 확대함과 동시에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치료제 수요가 급증해 품귀 현상을 빚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이 같은 우려에 정부는 공급 물량에 지역별 편차가 발생했다며 재분배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방대본 고재영 위기소통팀장은 최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전체 재고가 부족하지는 않지만 시·군·구간 공급 물량에 편차가 있어 일부 기관의 재고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물량 재분배를 통해 효율화하도록 조치하는 한편, 예정된 물량이 빠른 시일 내 도입될 수 있도록 제약사와 긍정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치료제 품귀 현상, 백신 보릿고개에 접종 간격 고무줄 논란 때와 유사해

팍스로비드 품귀 현상은 지난해 초 시작된 백신 보릿고개 논란이 일던 당시와 상당히 유사하다.

2021년 2월 26일 코로나 종식이라는 기대 속에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는데 당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이 먼저 사용됐다. 해당 백신은 접종 간격을 각각 8주와 3주로 시작됐다.

하지만 백신 접종 한 달 여만인 4월 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백신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서 국내 백신 공급 역시 차질을 빚었다.

당시 정부가 계약한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총 7,900만 명분이었으나 1분기 확보한 물량은 총 134만3,500명분, 2분기 도입이 확정된 물량은 769만 5,000명분 등 903만8,500명분이었다. 당초 정부가 계획한 상반기 접종 대상자 1,150만 명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1차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2차 접종용 비축분을 1차 접종에 활용하면서 백신 부족 현상은 지속됐다.

4월 말까지는 하루 10만~20만 명이 백신 접종을 했다면 5월에는 1일 접종 건수가 1만 명 안팎으로 대폭 감소했으며, 6월에는 접종 공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간격을 8주에서 10주 간격으로 바꾼데 이어 2분기 백신 부족이 현실화된 이후에는 12주 간격으로 늘렸다.

화이자 백신 역시 당초 3주에서 4주 간격으로 바꾸더니 지난해 8월 모더나 백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자 이를 6주 간격으로 재조정했다.

이와 함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 교차접종까지 허용했다.

결국 모더나 백신이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9월 중순에서야 백신 수급이 안정됐다.

현재 겪고 있는 팍스로비스 품귀 현상과 유사한 것이다.

앞서의 김우주 교수는 “지난해 백신 수급 과정에서 겪었던 품귀 현상이 치료제에서 반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는 백신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치료제가 보다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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