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글로벌 빅마켓 인정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 치료제
국내 도입도 초읽기…옵션 없던 만성심부전 아우르는 새 시장

▲ 자디앙 제품 사진(제공: 베링거인겔하임)
▲ 자디앙 제품 사진(제공: 베링거인겔하임)

베링거인겔하임의 SGLT-2 억제제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이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박출률 계수와 무관한 만성심부전 적응증을 획득했다. 그간 옵션이 극도로 부족했던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까지 아우르는 적응증이다.

일반적으로 안전성 문제가 없는 기존 치료제의 적응증 확대는 글로벌 빅마켓 허가 이후 국내 허가도 속도를 낸다. 실제로 지난해 자디앙의 박출률 감소 심부전의 경우 유럽 허가 4개월, 미국 허가 3개월 만에 식약처가 적응증을 승인한 바 있다.

자디앙의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 적응증에 대한 국내 허가 신청은 지난해 말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에 대한 첫 옵션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 미국 이어 유럽서도 박출률 무관 만성심부전 적응증 획득…“입증된 이점”

지난 7일(현지시간) 유럽 집행위원회(EC)는 박출률 계수와 상관없이 전체 만성심부전 환자에 대한 자디앙의 시판을 승인했다.

이번 승인에 대해 베링거인겔하임은 보도자료를 통해 “심부전은 유럽에서 1,500만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치고 200만 명에 달하는 입원을 유발한다”며 “이 환자 중 절반은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 환자이지만, 그간 미충족의 영역이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에 이어 열흘 만에 또 다른 글로벌 최대 마켓의 허가를 획득한 것.

미국과 유럽의 허가는 40세 이상의 만성심부전 환자 5,98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인 EMPEROR-Preserved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이 연구에서 자디앙군은 심혈관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위약군 대비 21%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0.79 HR, 0.69-0.90 95% CI). 이 같은 이점은 박출률이나 당뇨병 상태와 무관하게 나타났다.

자베드 버틀러(Javed Butler) 미시시피의대 학장은 “3상 연구에서 자디앙은 심부전 환자에게 다양한 박출률에 걸쳐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이점을 보여줬다”며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인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 환자에게도 입증된 이점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 국내 심부전 환자, 연간 15만 명…시장 규모 획기적 확대 예상

앞서 자디앙은 지난해 7월과 8월, 유럽과 미국에서 박출률 감소 만성심부전 적응증을 획득한 바 있다.

다만 이 적응증은 자디앙의 최대 경쟁 제품이라고 볼 수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가 2020년 먼저 획득해 새로운 옵션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박출률 감소 만성심부전은 국내에서도 2020년 12월 포시가가 먼저 적응증을 획득한 뒤 지난해 11월에야 자디앙이 해당 시장에 진입했다.

문제는 박출률 감소 만성심부전은 전체 만성심부전의 50%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나머지 50%가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이다.

박출률 감소 만성심부전의 경우 포시가 외에도 여러 기존 옵션이 존재했지만,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은 옵션 자체가 없었다. 노바티스의 엔트레스토(성분명 사쿠비트릴/발사르탄) 역시 ‘박출률 계수가 정상보다 낮은 경우’에 대한 적응증만 있어 전체를 아우르지 못 한다.

국내에서도 자디앙이 박출률 무관 만성심부전 적응증을 획득한다면 시장의 획기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도 처방 가능한 치료제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정보에 따르면 2020년 심부전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14만6,235명이다. 이는 지난 2017년 12만3,284명 대비 18%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증가 추세에다가 최근 심부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진단기술이 발전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학계에서는 심부전의 위중성과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은 환자 보다 실제 심부전 환자가 대단히 많을 것이란 설명이다. 인식 개선만 이뤄진다면 고령화와 더불어 큰 폭의 시장 성장이 예상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SGLT-2 억제제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그간 옵션이 없던 만성심부전에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국내 허가가 이뤄진다면 급여 진입 이전에도 상당한 처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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