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044만 회분 연말까지 인도 예정…계획 변경없는 방역당국
오미크론 계기로 확산하는 백신 회의론…정체되는 접종률 추이
유통기한 짧은데 재고 급증 가능성↑…“선제적 대응책 강구해야”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높아진 접종률과 방역패스 중단 영향으로 크게 줄어든 가운데 정부가 올해 도입 예정인 백신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들여올 물량 자체가 워낙 많아 재고로 쌓일 가능성이 작지 않은 데다 유통기한도 짧기 때문이다. 선제적인 재고 관리 방안이 수립되지 않으면 대규모 폐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가 올해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은 1억5,044만 회분으로 총 2조6,200억 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다. 현재 1,237만 회분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상태고, 나머지 1억3,807만 회분은 연말까지 도입될 예정이다.

방역 당국은 향후 예방 접종 상황이나 접종 계획 등에 따라 백신 공급 일정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기존 물량 도입 계획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도입될 방대한 백신 물량이 어떻게 관리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0일 기준 만 18세 이상 96.2%가 2차, 60세 이상 88.6%가 3차 접종까지 완료하면서 향후 백신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다. 즉 올해 도입될 물량 상당수가 재고로 쌓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미접종자를 비롯해 유아·청소년 및 고위험군의 3~4차 접종을 지속적으로 독려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들이 정부의 계획대로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백신을 맞아도 돌파 감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데다 우세 종으로 자리잡은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그리 높지 않다고 알려지면서 백신 접종 회의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서다.

또 식당과 카페 등 다중 이용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가 전격적으로 중단되면서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크게 줄어든 점도 접종률 제고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평가다.

특히 유아·청소년의 경우 감염되더라도 중증화로 갈 확률이 낮은데도 정부가 접종을 장려하는 것에 대한 학부모들의 거부감이 상당해 눈에 띄는 접종률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일각에서는 올해 순차적으로 도입될 백신 대부분이 악성 재고로 돌변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전 국민이 3차 접종까지 맞을 수 있는 물량이 한 해에 한꺼번에 들어오는 것인데 무리없이 관리가 가능하겠냐는 것.

이와 더불어 올해 도입된 백신이 향후 대규모로 폐기될 것이란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노바백스 백신을 제외하고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의 유통기한이 6개월에 불과해서다.

지난해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공개한 백신 폐기 이유를 살펴보면 이 같은 주장은 더욱 설득력이 생긴다. 작년 11월까지 폐기된 백신이 90만 회분이 넘는데 이 중 95% 이상이 유통기한 경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백신의 재고 증가 추이에 따라 유통기한을 일정 부분 조정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얀센 백신의 유통기한을 3개월→4.5개월→6개월로, 베트남 보건부도 화이자 백신의 유통기한을 6개월에서 9개월로 연장한 전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되더라도 백신 도입 계획이 전면적으로 수정되지 않는다면 결국 대규모 폐기 사태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현재 국내 백신 수요와 비축분 등을 감안해 적정한 재고 관리 방안을 미리 수립해 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상황에 따라 계약을 맺은 백신 개발사와 물량 인도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지 여부를 함구하고 있는데 막대한 구매 예산이 연동돼 있는 만큼 향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유통기한이 임박한 백신 샘플을 검사해 효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연장을 검토해 볼 수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멀쩡한 백신이 버려지지 않도록 사전에 개발사와 협의나 해외 공여 등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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