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체 원료약 매출 육박하는 806억 수주…노바티스 물량 추정
투여 편의성 앞세운 인클리시란 FDA 승인에 주목도 높아진 올리고
글로벌 공급처 3곳 불과한 공급자 우위 시장…“커지는 실적 기대감”

▲ 에스티팜 반월공장 전경(사진제공=에스티팜)
▲ 에스티팜 반월공장 전경(사진제공=에스티팜)

에스티팜의 고마진 원료약 사업이 서서히 그 위력을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다.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그동안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 왔는데 하나 둘씩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어서다. 현재 해당 원료약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소수에 불과한 데다 관련 신약 개발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에스티팜의 성장세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화될 것이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에스티팜이 지난 17일 유럽 소재 글로벌 제약사와 806억 원 규모의 만성질환용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Oligonucleotide/ 이하 올리고) 핵산치료제 원료의약품(API)의 상업화(Commercial) 물량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에스티팜의 주가는 급등세(10.97%↑)를 연출하며 약 2달여 만에 11만원 고지를 재탈환했다. 작년 이 회사의 올리고 API 연매출이 865억 원이었는데 이에 근접하는 대규모 계약인 데다 납품 기한도 10개월로 짧은 것이 모처럼 투심의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물량이 고지혈증 치료제 인클리시란(제품명: 렉비오)의 상업화용으로 추정되고 있는 점이 기대감을 더욱 부채질했다는 평가다. 회사 측은 비밀 유지 조항을 이유로 계약 당사자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물량 규모나 납품 시점 등을 감안했을 때 노바티스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인클리시란이 에스티팜의 주가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만성질환치료제로 전 세계적으로 환자군이 수천만에서 수억명에 달하는 데다 연 12~24회 맞아야 하는 기존 주사제보다 투약 편의성(연 2회)이 대폭 개선됐고, 치료 효과도 입증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까지 받으면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확실히 갖췄다.

상황이 이런 만큼 수년간 올리고 원료약 사업을 강화해 온 에스티팜의 실적이 올해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인클리시란이 1,000만명에게 투여될 경우 약 6톤의 올리고가 필요한데 이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업체가 전 세계에 아베시아(1.4톤), 에질런트(1톤), 에스티팜(800kg) 등 3개사에 불과해서다.

또 올리고핵산치료제가 희귀질환에서 만성질환으로 개발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에스티팜에게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올리고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것인 만큼 향후 매출 다변화와 외형 성장을 동시에 노려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글로벌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이벨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는 올리고핵산치료제 시장이 오는 2024년 36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리고 시장이 상당기간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에스티팜은 올리고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인데 올해 하반기 연간 생산량을 1.1~3.2톤(6.4mole/일)으로 확대하고, 2026년 1분기까지 연간 생산량을 2.3~7톤(14mole/일)으로 현재 대비 7.7배까지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올리고를 회사의 미래 핵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 업계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올리고 공장 증설 과정에서 글로벌 빅파마의 투자금을 끌어드리고, 확정 수수료, 물량 수주 등 안전장치를 확보, 투자 리스크를 줄이면서 미래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올리고 기반 신약 연구개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원료약 공급사는 제한적인 상황이라 공격적으로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는 에스티팜의 주목도는 향후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최근 미국에서 승인을 받은 인클리시란이 투여 편의성을 앞세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만큼 원료약을 공급하는 에스티팜의 실적 증가세가 올해를 기점으로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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