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제약바이오기업 104곳 2021년 기부금 지출 현황
매출 대비 기부금 지출 평균 0.19% 불과…사회공헌 ‘인색’
매출 늘었어도 기부금 삭감 37곳…0원인 곳도 14곳에 달해
매출액 대비 기부금 지출 비율 1% 이상 기업 4곳에 ‘불과’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코로나19로 실적이 악화되자 사회공헌을 위한 활동부터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당수 기업들이 기부금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28일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제약바이오사 104곳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2020년 및 2021년 사업보고서를 근거로 기업별 기부금 지출 현황을 들여다 봤다.

분석 결과, 이들 104곳의 기업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지출한 기부금은 602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195억 원(24.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동안 기업 1곳당 평균 5억7,000만 원을 기부금으로 사용한 셈으로 단순 수치로만 볼 때 제약바이오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했다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은 일인치’가 존재했다.

이들 104곳 중 48곳은 전년대비 매출액이 크게 늘어났지만 기부금을 대폭 삭감하거나 사회공헌 활동을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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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바이오 2곳 중 1곳, 전년대비 기부금 ‘축소’

지난해 제약바이오기업 104곳 가운데 22곳은 매출이 역성장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30곳이 쪼그라들었다.

그래서일까. 제약바이오기업 2곳 중 1곳은 전년대비 기부금 지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89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신풍제약은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4.3% 역성장 했다. 이에 따라 사회공헌 활동도 위축된 모양새다. 2020년 5억,8000만 원이었던 이 회사의 기부 규모는 지난해 4,100만 원으로 96.3% 줄어들었다.

영진약품도 지난해 기부금 지출을 전액 삭감하다시피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96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5.9% 역성장한 수치다. 하지만 영진약품이 지난해 내놓은 기부금은 366만 원이었다. 2020년 같은 기간 9,800만 원을 지출한 것과 비교하면 96.3% 쪼그라든 규모다.

≫ 사회공헌에 인색한 제약바이오…매출 늘어도 기부금은 ‘삭감’

심지어 매출이 늘었어도 기부금을 삭감한 곳이 37곳에 달했다.

엘앤씨바이오는 지난해 기부금을 전액 삭감하다시피 했다. 2020년 592만 원에서 지난해 60만 원으로 89.9% 쪼그라든 것이다. 반면, 이 회사의 매출액은 같은 기간 330억 원에서 457억 원으로 38.5% 성장했다.

쎌바이오텍과 대봉엘에스도 지난해 각각 2.8%, 8.8% 외형이 불어났다. 하지만 대봉엘에스는 기부금 지출을 1억2,200만 원에서 2,300만 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쎌바이오텍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이 회사가 사회 공헌에 들인 돈은 2020년 1,200만 원에서 올해 200만 원으로 급감했다.

부광약품도 1,697억 원에서 1,825억 원으로 매출이 7.6% 성장했으나 기부금은 5억8,7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75.5% 쪼그라들었다.

펩트론은 매출액과 기부금 지출액이 반비례 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20년 31억 원에서 지난해 66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나 기부금은 4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 외에도 셀트리온(52억 원→17억 원, 66.4% ↓), 일양약품(2억 원→8,000만 원, 61.0% ↓), 차바이오텍(5억6,000만 원→2억6,000만 원, 53.0% ↓), 안국약품(4억 1,000원→2억1,000만 원, 48.4% ↓)이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부금 지출은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 외형 성장에도 사회공헌 ‘외면’…기부금 전액 삭감한 기업 4곳 달해

지난 한 해 외형은 성장했지만 오히려 사회공헌 활동을 외면한 기업도 4곳이나 됐다. 현대약품, 옵티팜, 강스템바이오텍, 프로스테믹스 등이다.

프로스테믹스는 2020년 매출 207억 원에서 지난해 325억 원으로 56.9% 성장을 이뤄냈다.

이와 비례해 사회공헌 활동도 늘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이 회사의 기부금 지출 내역은 ‘0원’으로 전액 삭감됐다. 2020년 같은 기간 1억4,400만 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쓴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약품 역시 지난해 사회공헌 활동은 전무했다. 이 회사가 2020년 500만 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지만 지난해는 이 금액 조차 전액 삭감했다. 이와 반대로 현대약품의 매출은 1,330억 원에서 1,398억 원으로 5.1% 늘어났다.

옵티팜과 강스템바이오텍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20년 두 회사는 각각 400만 원, 700만 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으나 지난해 전액 삭감해 ‘0원’이었다. 반면, 이 두 곳의 매출은 전년대비 각각 9.3%, 35.7% 성장했다.

≫ 사회공헌, 매출 규모와 ‘무관’…역성장에도 기부는 ‘화끈하게’

기부금에 인색한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번만큼 사회에 환원하는 회사도 있었다.

전년 동기 대비 34.6% 성장률을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부 행렬에 적극 동참했다. 2020년 2억4,000만 원에서 지난해 10억5,000만 원으로 대폭 올린 것이다.

고려제약과 명문제약도 성장에 발맞춰 기부금도 늘렸다.

고려제약은 지난해 74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1.5% 성장한 수치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2020년 30만 원에 불과했던 기부금을 지난해 2,000만 원으로 증액했다.

명문제약도 같은 기간 매출이 7.7% 늘어났는데, 기부금은 360만 원에서 4,400만 원으로 증가했다.

파미셀과 아스타는 매출이 증가하자 지난해 처음으로 사회공헌 활동 비용을 지출했다.

파미셀과 아스타는 지난해 각각 34.8%, 103.2% 매출 성장률을 이뤄내면서 기부금으로 각각 2,000만 원, 50만 원을 사용했다.

역성장에도 불구하고 화끈하게 기부한 곳도 있었다. 조아제약, 디에이치피코리아. 에이비엘바이오, 오스코텍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조아제약은 지난해 576억 원의 매출을 냈지만 11.9% 역성장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통 크게 기부했다. 2020년 6,000만 원에 불과했던 금액이 지난해는 3억5,000만 원으로 483.4% 늘어났다.

5.8%의 역성장을 기록한 디에이치피코리아는 기부금을 줄이는 대신 오히려 전년 대비 335.6% 늘리며 적극적으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쳤다.

이 회사는 608억 원에서 573억 원으로 매출이 소폭 줄어들었지만, 기부금은 1,500만 원에서 6,500만 원으로 네 배 이상 증액했다. 비록 매출 대비 0.1%에 불과한 금액이지만 기부금을 조금이라도 늘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에이비엘바이오와 오스코텍은 전년대비 각각 34.2%, 91.0%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은 각각 190만 원, 270만 원으로 늘렸다.

≫ 매출액 대비 기부금 지출 1% 기업, 단 4곳뿐

지난해 매출액 대비 기부금 지출 비율은 0.19%에 불과했다. 1%를 넘은 기업도 엔케이맥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SCM생명과학, 제넥신 등 단 4곳뿐이었다.

지난해 13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엔케이맥스는 같은 기간 2억5,800만 원의 기부금을 지출하며, 매출액 대비 기부금 지출 비율이 1.98%에 달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해 사회공헌 활동 비용으로 41억 원을 사용했는데, 이는 2,210억 원의 매출 중 1.84%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에스씨엠생명과학과 제넥신도 각각 1.71%, 1.69%를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지난해 4억 4,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한 에스씨엠생명과학은 같은 기간 750만 원의 기부금을 사용했다.

제넥신도 같은 기간 370억 원의 매출 중 6억 2,100만 원을 사회공헌 활동 비용으로 지출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쫓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는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 성과를 활용해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제약바이오기업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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