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제약바이오 106곳 144명 대표이사 연봉 해부
SK바이오팜 조정우 대표 117억 원으로 연봉왕에 ‘등극’
씨젠・진원생명과학・바이오니아 대표 순으로 고액 연봉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제약사의 외형이 클수록 임직원 임금이 높을 것이란 일종의 정설이 현실에서도 반영되고 있을까. 본지 분석 결과 이 정설은 현실과 차이를 보였다. 중소제약사의 대표이사 연봉이 상당수 상위권에 포진했기 때문이다.

29일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106곳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1년 사업보고서의 임원의 보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37곳 42명 대표이사는 평균 17억 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보수를 가장 많이 받은 ‘연봉왕’은 SK바이오팜의 조정우 대표이사다. 조 대표는 지난 한 해 동안 총 117억4,000만 원을 받았다.

급여는 10억2,800만 원이었지만 성과급 등 상여금으로 107억1,200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조 대표는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미국과 유럽, 아시아 판매 기반 구축 등 목표한 업무성과를 달성한데다 내부통제와 관련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등 준법경영, 윤리경영문화가 확산 및 ESG 경영이 될 수 있도록 한 점을 인정받아 상여금 5억3,000만 원이 책정됐다.

이와 함께 2020년 7월 화려하게 IPO 성공했으며, 2020년 미국에서 런칭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가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특별보상금 101억8,2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진원생명과학 박영근 대표이사는 지난해 67억6,300만 원을 받으며 연봉 2위를 기록했다.

박 대표의 급여는 10억1,100만 원이었으나 코로나19 제품 3종에 대한 임상2상 연구 수행과 유전자 전달 장치 개발을 높이 평가받아 상여금으로 38억3,000만 원으로 책정되며 크게 상승했다.

여기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 이익 19억2,200만 원이 포함되면서 연봉 2위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특히, 박 대표는 급여 총액에 포함되지 않는 보수로 스톡옵션 106만 주를 부여받기도 했다.

씨젠 천종윤 대표가 지난해 수령한 보수는 60억 원에 달했다. 천 대표의 보수에는 급여 14억6,900만원, 상여금 15억3,100만원, 기타근로소득 30억 원이 포함됐다.

씨젠 측은 “창립 후 기술 및 제품개발을 통해 회사의 지속 성장에 기여하고 2020년 전 세계 코로나 팬데믹 대응에 매진해 회사의 위상 강화에 기여한 공로상을 수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천 대표는 씨젠의 지분 18.2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가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31.17%를 이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실질적인 오너이다.

무엇보다 은퇴도 하기 전에 공로상 수여 및 상금이 지급된 것은 이례적이다. 오너가 스스로 잘했다고 셀프 공로상을 주고 거액을 상금으로 받았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니아 박한오 대표이사도 지난해 보수로 41억6,800만 원을 수령했다. 박 대표의 보수에는 급여 15억 원, 상여금 26억6,800만 원이 포함됐다.

바이오니아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진단키트 판매 등에 힘입어 2020년 매출액 1,581억 원으로 전년대비 611% 성장했으며, 지난해 상반기에도 668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16.45% 외형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5억여 원을 상여금으로 받게 됐다.

최근까지 HK이노엔 대표이사를 맡았던 강석희 前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38억3,500만 원이었다.

급여는 5억5,200만 원으로 다소 적은 편이었으나 퇴직금 31억6,200만 원을 수령하면서 연봉 순위 상위권에 자리잡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존림 사장은 지난해 보수로 31억2,500만 원을 받았다.

존림 사장의 급여액은 5억9,800만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개 플랜트 DS생산이 풀가동한데다 모더나社의 코로나19 백신을 수주하면서 DP 손익분기점을 조기 달성해 24억3,700만 원을 상여금으로 받았다.

코아스템 김경숙 대표이사와 안국약품 어진 前 회장도 상위권에 자리 잡았으나 퇴직금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연봉이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경숙 대표의 보수는 24억 원이었는데 이 중 중간 정산으로 받은 퇴직금이 19억5,000만 원에 달했다.

최근 경영에서 물러난 어진 前 회장도 연봉은 9,500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52년 동안 이 회사에 재직했던 어 前 회장의 퇴직금이 18억 원을 초과하면서 연봉 순위 상위권에 자리잡게 됐다.

≫ 녹십자 허은철 사장, 5대 상위사 대표이사 중 연봉 가장 높아

그렇다면 5대 상위사 중 연봉을 가장 많이 받은 대표이사는 누구일까.

<메디코파마뉴스> 분석 결과, 녹십자 허은철 사장은 지난해 보수로 10억9,700만 원을 수령하며 5대 상위사 중에서는 ‘연봉왕’으로 등극했다.

앞서의 대표들이 급여 보다 상여금이 많았던 것과 달리 허 사장은 급여가 7억9,300만 원으로 전체 연봉의 80%에 달했다. 성과금은 3억 원에 불과했다.

유한양행 조욱제 사장은 지난 한 해 동안 총 10억5,800만 원을 수령했는데, 이 중 순수 급여액만 7억1,800만 원, 상여금은 3억3,400만 원이었다.

유한양행은 “조 사장이 연매출 신장, 개량신약 출시 및 지속적인 제품 비중 확대, 최근 4년간 약 4조 원 규모에 달하는 다섯 건의 R&D 기술수출 계약 기여,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품목허가 승인 기여, 사업다각화 및 전략적 지분 투자 등의 회사 기여를 감안해 상여금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을 이끌고 있는 우종수, 권세창 사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각각 7억700만 원, 6억3,400만 원을 지급받았다.

한미약품 사장들 역시 전체 연봉 중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종수 사장은 지난해 급여로 5억7,700만 원을 수령했는데 전체 연봉의 81.61%였다. 권세창 사장도 같은 기간 5억4,800만 원을 급여로 받았는데 전체 연봉의 86.30%에 달한 금액이었다.

대웅제약 전승호 사장은 2021년 급여 3억 원, 상여금 1억 원, 기타 근로소득 2억 원 등 총 6억 원을 보수로 수령했다.

전 사장은 다른 상위사 대표와 달리 연봉에 포함되지 않은 보수로 스톡옵션 9,000주를 부여받았다. 부여행사가 13만5,103원인 점을 고려했을 때 12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해당한다.

종근당 김영주 사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5억9,700만 원을 받았는데, 다른 대표들과 달리 별도의 상여금 없이 전액 급여로만 받은 금액이다.

한편 이번 분석 대상 중 69개사 101명의 대표이사들은 연봉이 5억 원 미만에 해당돼 사업보고서에 별도록 기재되지 않았다. 기업공시 작성기준에 따라 보수지급금액 5억원 이상인 이사ㆍ감사의 개인별 보수현황만 기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린 바이오사를 중심으로 대표이사들의 보수액이 높게 지급되고 있다”며 “급여는 적은 대신 성과금 등 별도의 상여금을 높게 책정해 고가의 연봉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이사의 보수액보다 중요한 것은 평사원들의 연봉”이라며 “기업들은 평사원들이 안정적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위해서라도 형평성 있게 적절한 급여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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