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떨어지는 라게브리오 승인…질보다 수급이 급한 규제당국
팬데믹에 긴급사용승인 심사 기준 유동적…후발주자에겐 기회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경구제 허가 품목을 또 하나 늘렸다. 기존 치료제에 비해 효과는 크게 떨어지지만 당장 물량을 들여올 수 있다는 점이 승인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규제당국의 심사 기준이 확진자 증감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황이 이런 만큼 상용화 기대주에 대한 시장 관심도 긴급사용승인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3일 지난해 11월 질병관리청이 요청한 미국 MSD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했다. 먼저 들어온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보다 효과는 떨어지지만 처방 대상을 넓힐 수 있는 데다 당장 부족한 물량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긴급사용승인의 실익이 크다는 설명이다.

규제당국이 그동안 낮은 치료 효과를 이유로 라게브리오의 품목 허가에 미온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근래에 승인 기준이 급변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확진자 급증세가 이어지며 그동안 확보해 놨던 팍스로비드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현 상황이 라게브리오의 품목 허가를 서두르게 된 결정적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예고한 후발주자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커지고 있다.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절실한 정부가 경구약 후보군의 임상 결과 데이터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효과나 부작용 등이 어느 정도 검증되면 수급에 방점을 두고 긴급사용승인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일동제약과 일본 시오노기제약이 공동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S-217622’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불과 넉 달여 전까지만 해도 1만4,000원~1만5,000원대를 오가던 일동제약의 주가가 최근 6만 원 고지를 돌파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S-217622가 주목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달 시오노기제약이 일본 2a상 및 2b상 결과로 일본 의약품 및 의료기기관리청(PMDA)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 상태고, 일동제약도 상반기 중으로 국내 2b상을 완료한 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승인을 신청할 것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S-217622(5일간 1일 1회 총 5정)가 팍스로비드(5일간 1일 2회 총 30정)와 라게브리오(5일간 1일 2회 총 40정)보다 복약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이 앞서고, 국내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도 투심을 자극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S-217622에 대한 증권가의 호의적인 시선도 현 시장 분위기를 지속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한화투자증권이 S-217622가 국내에서 승인되면 일동제약이 1,500억 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자 일동제약의 주가 상승세는 더 가팔라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수혜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국내 경구약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추가적인 치료 옵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S-217622는 아직 시판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잠재적 후보군일 뿐이라는 것.

또 팬데믹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고, 정부가 확보한 물량의 도입이 S-217622 승인에 앞서 본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후발주자의 수혜 규모를 현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다.

특히 S-217622가 국내에서 승인을 받더라도 제조 기술이전과 설비를 갖추는 기간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일동제약이 자체적으로 물량을 생산해 본격적으로 공급하게 되는 시점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개된 S-217622의 임상 데이터가 긍정적인 데다 기존 경구제 대비 확실한 강점이 있어 승인이 현실화된다면 개발사에 수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다만 경구제 수급 불안 장기화와 신속한 양산 체제 구축이 S-217622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 조건인데 현 시점에선 예측하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잠재적 시장가치 평가 기준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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