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제약바이오사 105곳 2021년 연봉 인상률 현황
105개 기업 명목임금 상승률 2.74%로 평균에도 못 미쳐
최저임금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기업도 39곳이나 달해
셀트리온헬스케어, 평균 연봉 전년대비 40% 쪼그라들어

▲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일자리 상황판, 2021년 최저임금 상승률은 및 명목임금 상승률
▲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일자리 상황판, 2021년 최저임금 상승률은 및 명목임금 상승률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제약 주권’이 강조되면서 헬스케어산업의 임금 수준에도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봉 인상률은 명목임금 상승률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전년대비 연봉이 삭감된 기업도 30곳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메디코파마뉴스>가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105곳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0년 및 2021년 사업 보고서의 임직원 임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5곳의 제약바이오사 명목임금 상승률은 평균 2.74%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일자리 상황판에 따르면 2021년 최저임금 상승률은 1.5%, 명목임금 상승률은 4.6%였다.

최저임금 상승률은 최저임금제에 따라 정부가 정한 임금의 전년대비 상승률을 말한다.

반면, 명목임금 상승률은 정규직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의 전년대비 상승률을 일컫는다. 임금총액에는 급여뿐만 아니라 상여금, 성과급 등 모두 포함된다.

분석 결과, 이들 105곳의 기업들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5,800만 원으로 2020년과 비교해 200만 원(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1.5%인 점을 고려했을 때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은 일인치’가 존재했다.

지난해 명목임금 상승률이 4.6%인 점과 비교했을 때 제약바이오기업의 경우 평균 연봉 인상률은 절반 정도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제약바이오기업의 연봉은 회계상의 급여총액을 직원수로 나눠 계산한 것이다. 기본급, 상여금, 직무수당 및 자격수당 모두 포함됐으며, 기업에 따라 고연봉 임원들이 포함될 수 있어 일반직원들이 느끼는 체감 연봉 상승률과는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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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려도 모자란데 오히려 줄여…제약바이오기업 10곳 중 3곳은 연봉 삭감

본지 분석 결과, 제약바이오기업 10곳 중 3곳은 오히려 연봉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봉이 가장 많이 쪼그라든 회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다. 이 회사는 2020년 1인 평균 2억1,400만 원의 보수를 지급했으나 지난해는 1억2,600만 원으로 41.1% 삭감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남성 직원의 급여는 2020년 3억2,900만 원에서 지난해 1억5,800만 원으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여성 직원도 9,700만 원에서 8,700만 원으로 10% 이상 삭감됐다.

진원생명과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이 회사의 1인 평균 연봉은 9,200만 원이었는데, 전년대비 5,000만 원(35.2%) 줄어든 금액이다.

남성은 1억7,000만 원에서 1억4,400만 원으로 15.3% 쪼그라들었으며 여성은 1억500만 원에서 5,300만 원으로 반토막 났다.

진원생명과학의 급여가 줄어든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회사는 2020년 12월까지 직원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차익 22억9,700만 원을 연봉에 포함시켰다.

지난해도 전년과 마찬가지로 스톡옵션 행사차익을 보수에 넣었는데 문제는 그 금액이 11억,9000만 원으로 전년대비 반토막이었다.

여기에 더해 퇴직직원의 급여 1억100만 원을 연봉에서 제외하면서 전년대비 급여가 대폭 삭감된 것처럼 비춰졌다.

강스템바이오텍도 지난해 1인 평균 급여액을 5,300만 원에서 4,200만 원으로 20.8%로 줄였다. 남성은 7,000만 원에서 5,100만 원으로, 여성은 4,000만 원에서 3,600만 원으로 각각 27.1%, 10.0% 쪼그라들었다.

특히, 하나제약은 전년대비 직원수는 늘어난 반면, 연봉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직원수는 2020년 남성 484명, 여성 131명으로 총 615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남녀 각각 496명, 140명 등 총 636명으로 21명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1인 평균 급여액은 7,300만 원에서 6,800만 원으로 500만 원(6.8%)이 삭감됐다.

이 외에도 ▲제노포커스(5,800만 원→4,700만 원, 19.0%) ▲JW신약(6,200만 원→5,200만 원, 16.1%) ▲이수앱지스(5,300만 원→4,800만 원, 9.4%) ▲진양제약(4,300만 원→3,900만 원, 9.3%) ▲SK바이오팜(8,600만 원→7,900만 원, 8.1%) ▲KPX생명과학(5,400만 원→5,000만 원, 7.4%) ▲바이오니아(4,100만 원→3,800만 원, 7.3%) 등이 1인 평균 급여액을 줄였다.

≫ 애니젠・서울제약・비씨월드・메디포스트 등 9곳 최저임금 상승률에도 못 미쳐

지난해 연봉이 동결됐거나 최저임금 상승률에도 못 미친 기업도 상당했다. 급여를 삭감했던 30곳을 제외하고도 9개 기업이 급여를 동결하거나 최저임금 상승률보다 적게 인상한 것이다.

애니젠과 서울제약은 2020년 1인 평균 급여액으로 각각 3,400만 원, 5,000만 원을 지급했으나 지난해도 같은 금액으로 보수가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메디포스트(4,800만 원→4,800만 원) ▲비씨월드제약(3,800만 원→3,800만 원) ▲CMG제약(4,900만 원→4,900만 원) ▲대화제약(4,800만 원→4,800만 원) 등이 연봉이 동결됐다.

삼진제약은 앞서의 기업과 달리 전년대비 급여를 인상했으나 최저임금 상승률(1.5%)에도 못 미쳤다.

이 회사는 2020년 7,700만 원에서 지난해 7,800만 원으로 100만 원 인상됐는데 인상률이 1.3%에 불과했다. 남성의 경우 전년과 동일했으나 여성은 5,700만 원에서 5,800만 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제약바이오기업 10곳 중 6곳 명목임금 상승률에도 못 미쳐

그렇다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봉 인상률은 명목임금 상승률과 비교해 어떤 수준일까.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명목임금 상승률은 4.6%였다. 하지만, 본지 분석 결과 제약바이오기업 10곳 중 6곳은 명목임금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일제약, 현대약품, 한국파마, 대한뉴팜, 대한약품 등은 지난해 평균 연봉 인상률이 1.7~2.0%로 최저임금 상승률 수준을 웃돌았다.

의외인 점은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던 셀트리온이다. 이 회사의 보수는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인상률은 명목임금 상승률의 절반에 불과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인 평균 급여액으로 7,700만 원을 지급했는데 전년대비 200만 원(2.7%) 상승에 그친 것이다.

광동제약과 부광약품도 마찬가지다. 광동제약은 같은 기간 6.300만 원에서 6,500만 원으로 3.2% 올랐으며, 부광약품도 5,8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3.4% 인상에 그쳤다.

그나마 명목임금 상승률에 근접한 기업은 티앤알바이오팹과 바이넥스였다. 이 회사들은 지난해 4,700만 원의 연봉을 지급했는데 전년대비 4.4% 오른 수치였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수혜를 받은 일부 바이오기업들이 매출 신장에 따라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하면서 평균 연봉 상승률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며 “바이오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가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봉 평균 인상률을 올려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명목임금 상승률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물가인상이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실질 임금이 오를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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