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2021년 제약사 이사보수한도 집행현황 해부
기업 평판 타격이나 경영권 간섭 우려도…‘양날의 검’
지난해 제약사 주총 의결권 행사…4곳 중 1곳은 ‘반대’
분석 대상 절반은 이사보수한도 대비 집행률 50% 이하

제약사들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국내 지분시장에서 최대 큰 손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를 강화하면서 의결권 향방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자사 주식을 보유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대외적인 신뢰도에 긍정적일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찬반에 따라 회사의 평판 타격이나 경영권에 대한 간섭까지 번질 수 있는 만큼 ‘양날의 검’을 든 것과 같다.

앞서 최근 국민연금이 주주대표 소송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전해진 데다 지난해 국민연금 측이 상당수 제약사(바이오 포함)의 정기주주총회(이하 주총)에서 일부 의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면서 우호적이지 않았던 만큼 국민연금에 지분 상당수를 내준 제약사들로서는 연금의 행보에 신경을 곤 두 세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과거 사례로 보면 특히 이사보수한도 상향에 대해 국민연금의 반대가 많았다. 올해도 그 행보가 주목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올해 주총에 올라온 이사보수한도 및 과거 이와 관련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현황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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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제약사 40여 곳에서 주총시 의결권 행사 전망

올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은 지난해 말 기준 지분을 보유한 곳으로 5% 이상 지분을 보유해 공개된 26곳을 포함해 약 40여 곳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LG화학, 삼양홀딩스, 한미약품, SK케미칼, SK바이오팜, 한독, 종근당, 한국콜마, 대웅제약, 환인제약, 녹십자홀딩스, 마크로젠, 지씨셀, 동아에스티, 부광약품, 올릭스, 에스티팜, 한올바이오파마, 동아쏘시오홀딩스, 서흥, 종근당홀딩스 등이 해당된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이 일반투자 목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케미칼, 한국콜마, 한올바이오파마,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티, LG화학을 보유하면서 이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나머지 기업들은 단순투자 목적이다.

문제는 국민연금 측이 지난해 제약사들의 주총에서 이사보수한도, 감사보수한도, 정관변경, 이사선임,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임원퇴직금규정 개정 등을 반대한 바 있다는 점이다.

≫ 국민연금, 지난해 4곳 중 1곳 이사 보수한도 ‘반대’

특히 ‘이사보수를 결정하는 한도 안건’에 대해서는 본지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의결권을 행사한 43곳 중 13곳에서 반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보수 한도 수준과 보수금액이 기업 규모나 경영 성과 등에 비해 과다해 주주권익을 침해한다고 판단해서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 에 따르면 이사회가 제시한 안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추어 과다하거나 보수금액이 경영성과 등에 비춰 과다한 경우 반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과다 금액 판단 기준으로는 명시된 내용이 없다. 다만 앞서 국민연금 측이 이사보수 한도가 실제 지급액의 2배를 넘지 않는 게 합리적일 것 같다는 견해를 내놓은 바 있어 이를 기준으로 유추할 수는 있다. 즉, 한도금액을 찬성 받기 위해선 집행률이 50%를 넘어야 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여기에는 개별 임원에 대해 퇴직위로금 등 판단 자료를 회사가 국민연금에 제공하는 경우 사안별로는 예외를 두고 있다. 이는 개별 사유에 따라 집행률이 50% 이하에서도 찬성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지침에 따르면 수탁자 책임 활동의 ‘중점관리사안’으로 임원보수한도에 대한 적정성을 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사보수한도에 대한 반대 행사가 늘어나는 배경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이사보수 한도에 대해 반대표를 받았던 제약사로는 SK케미칼,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대웅제약, 보령제약, 한올바이오파마, 코아스템, 앱클론 등이 해당됐다. 또 국민연금이 직접지분을 투자하지는 않고 있지만 위탁한 운용사별로 찬반을 확인한 결과, 씨젠, 알리코제약, 대원제약, 대한약품 등도 일부 반대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결권을 행사한 4곳 중 1곳에서 반대표를 던진 것인 만큼 올해 더욱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한 국민연금이 주총 시 반대 행사가 많을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사실 제약사들은 특성상 최대주주 및 우호지분이 많아 국민연금의 반대로 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다. 이사보수 한도 안건은 상법상 주총 보통결의 사항으로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과 의결권 총 지분의 25% 이상 찬성을 득해야 하는데, 국내 제약사 상당수의 최대주주가 50% 이상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그동안 투명경영·정도경영을 강조해왔던 제약사로서는 국민연금이 반대했다는 자체가 신뢰성을 추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 있다.

 

≫ 제약사, 보수한도 대비 집행률 52% 수준 머물러

그렇다면, 이사보수 한도가 어느 정도 이길래 국민연금 측의 반대가 있는 것일까.

<메디코파마뉴스>는 주요 상장 제약사 78곳의 올해 주총 안건으로 올라온 이사보수 한도와 지난해 보수한도 및 집행금액을 살펴봤다. 이사보수 한도는 임원(상근, 시아근, 사외이사 포함)들에게 당해 사업연도에 지급할 연간 총 보수(월급, 상여금, 퇴직위로금 포함)의 상한액을 뜻한다.

그 결과 지난해 조사대상 78곳에서 이사보수 한도 대비 실제 지급된 보수는 평균 52% 수준으로 다소 괴리가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26곳으로 좁혀보면 보수 집행률은 다소 높아진 평균 57%로 나타났다.

기업별 한도 대비 집행비율을 보면 종근당홀딩스가 20억 원 한도에 2억1,700만 원을 지급해 11%의 집행률로 가장 낮았다. 종근당홀딩스의 경우 낮은 집행률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임원보수 한도에 대해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이는 집행률은 낮지만, 개별 사안으로 인해 충분히 예외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어 서울제약(집행률 13%), 알리코제약(14%), 차바이오텍(16%), 경남제약(18%), 안국약품(20%), 삼성제약(21%), 신풍제약(23%), SK바이오사이언스(23%), 대화제약(23%), 경보제약(24%), 대웅(28%) 등이 한도 대비 집행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앱클론, 이연제약, 바이넥스, 화일약품, 삼양홀딩스, 제일약품, 에스티팜, 한독, 동아쏘시오홀딩스, 에스디바이오센서, 하나제약, 국전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웅제약, CMG제약, 한국파마, 경동제약, 씨젠, 광동제약, 삼아제약, 고려제약 등도 집행률이 50%를 넘지 않았다.

반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70억 원 한도에 69억 원이 실지급 되면서 99%의 집행률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삼진제약(집행률 97%), 삼일제약(96), 지씨셀(93%), 셀트리온(91%), 녹십자홀딩스(89%), 유나이티드제약(82%), 한미약품(81%), 보령제약(79%), 부광약품(79%), GC녹십자(79%), 현대약품(78%), 팜젠사이언스(76%), 올릭스(76%), 영진약품(76%), SK바이오팜(75%), 진양제약(71%), 대한뉴팜(70%) 등도 70%가 넘는 수준으로 조사됐다.

≫ 이사 보수한도, 올해도 10여 곳 늘어나

올해 이사보수에 대한 한도가 전년보다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지씨셀로 2021년 15억 원에서 올해 30억 원으로 두 배가 늘어났다. 이는 녹십자랩셀과 녹십자셀의 합병으로 인해 전체이사의 수가 4명에서 7명으로 증가한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진양제약도 지난해 30억 원에서 올해 60억 원으로 두 배가 늘었다. 이어 팜젠사이언스(20억 원→30억 원, 50%↑), 한미약품(35억 원→50억 원), 한미사이언스(35억 원→50억 원, 43%↑), 에스티팜(15억 원→20억 원, 33%↑), 부광약품(19억 원→25억 원), 올릭스(17억 원→22억 원, 29%↑), JW중외제약(22억 원→25억 원, 14%↑), 한독(40억 원→45억 원, 13%↑) 등도 한도액이 늘어난 기업이었다.

≫ 씨젠·삼바·SD바아오센서·SK바...보수한도만 ‘100억 대’

한편, 올해 이사보수 한도가 가장 컸던 곳으로는 씨젠과 삼성바이오로직스로 각각 150억 원으로 가장 컸고 이와 함께 에스디바이오센서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한도도 100억 원에 달했다.

이외 셀트리온(한도 90억원), 삼일제약(80억 원), LG화학(80억 원), 삼양홀딩스(80억 원), 셀트리온헬스케어(70억 원), 안국약품(67억 원), 진양제약(60억 원), 한미약품(50억 원), 한미사이언스(50억 원), SK케미칼(50억 원), SK바이오팜(50억 원) 등이 50억 원 이상을 한도로 설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사 보수한도에 대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반대하는 주된 배경은 장기간 실제 보수 지급률이 특별한 이유 없이 50%를 하회하면서 경영성과에 비해 과다한 보수료가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반대 의견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들도 반대를 당하면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는 만큼 실제 지급률과 비교해 합리적인 보수 한도를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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