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SK케미칼・현대・OCI 등 주총서 바이오 진출 공식화 선언
윤석열 당선인, 5대 메가테크에 바이오・헬스 포함해 집중 육성
SK바사・SK바이오팜・삼바 등 바이오산업 진출 성공 사례도

▲ 사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 SK케미칼, OCI, 현대중공업 사옥 전경
▲ 사진=(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 SK케미칼, OCI, 현대중공업 사옥 전경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차세대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힌 바이오산업이 관련 규제까지 완화되자 대기업들이 앞다퉈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 SK 등 바이오 산업에 먼저 진출한 기업들이 성공한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을 5대 메가테크에 포함시켜 집중 육성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던 점을 고려한 대기업들이 관련 산업이 돈 되는 일임을 빠르게 판단하고 바이오・헬스케어산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SK케미칼, 현대중공업, OCI은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5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동우 대표이사가 바이오, 헬스케어를 롯데의 신성장 동력으로 공식화하고, 바이오 및 헬스케어를 롯데지주가 직접 투자하고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2021년 8월 신설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혁신실 신성장2팀(바이오), 신성장3팀(헬스케어)에서 주도할 계획이라는 것이 롯데 측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롯데지주는 700억 원을 투자해 롯데헬스케어 법인을 설립, 진단과 처방 등 건강관리 전 영역에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플랫폼 구축할 계획이다. 바이오사업도 외부 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 역시 2025년까지 제약바이오에 6,000억 원 이상 투자와 신규 세포·유전자치료제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5일 장래사업·경영계획 공시를 통해 2025년까지 제약·바이오에 6,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1조 원 이상의 매출 목표를 발표했다.

또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 개발, AI를 활용한 신약 탐색 플랫폼 구축, 유망 벤처 투자 및 파이프라인 확보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유전자편집, 유전자치료제, 표적단백질 분해, 세포치료제 등 신규 바이오영역 추진을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디지털 헬스케어 및 신약 개발로의 영역 확장을 공식 선언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28일 사명을 HD현대로 바꾸고 헬스케어 등 4대 미래산업 분야와 화이트바이오 등 자회사의 신사업 지원계획을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신규 법인 ‘암크바이오’를 설립해 신약개발 등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모바일 헬스케어 기업인 메디플러스솔류션을 인수하는 한편, 미래에셋그룹과 디지털 헬스케어 및 바이오 분야 유망 벤처기업 발굴을 위해 340억 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OCI도 국내외 바이오 회사 투자·협업을 통한 제약바이오 연구개발 플랫폼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15일 올해 경영목표・사업목표 발표를 통해 바이오기업과의 협업과 투자를 통해 제약바이오 연구개발 플랫폼을 지속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 2월 OCI는 부광약품에 1,461억 원을 투자해 제약바이오 지속성장 모델을 구현 중이다.

이와 함께, 기존 나노약물전달시스템 개발기업 SN바이오사이언스와 다중표적 항암 항체치료제 개발 기업 파노로스바이오사이언스에 각각 50억 원을 투자하고, 암 조기진단기업 이스라엘 Nucleix에 550만 달러, 면역항암 세포치료제 개발기업 미국 Adicet에 780만 달러를 투자했다.

2017년 CJ헬스케어 매각으로 제약사업에 손 뗀 CJ그룹도 다시 바이오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생명과학정보 기업 천랩을 인수하고 지난 1월 ‘CJ바이오사이언스’로 사명을 바꿨다.

이 회사는 자사가 보유한 미생물, 균주, 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물질발굴 역량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차세대 신약 기술개발을 신산업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을 향후 진단·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의 분야로 확장해서 적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에는 네덜란드 소재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업인 ‘바타비아’를 인수하며 관련 사업을 본격화할 것을 예고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기업인 고바이오랩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양사는 합작법인을 통해 차별화된 기능성을 가진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마트 건강기능식품 자체브랜드 바이오퍼블릭과 합작법인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통해 건기식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점차 사업 영역을 늘려 헬스케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바이오・헬스케어산업 전망 ‘맑음’, 진출 기업 성공 사례까지

대기업들이 앞다퉈 바이오・헬스케어산업에 뛰어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의 전망이 밝은데다 이미 관련 산업에 진출한 기업들의 성공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이 사업이 돈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 글로벌 바이오산업 시장 전망은 2020년 4,617억 달러에서 2027년 7,035억 달러로 연평균 6.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진단 및 치료 솔루션 수요 증가에 따라 2020년 5,041억 달러에서 2027년 9,114억 달러로 연평균 7.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이 성장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보건산업 수출은 전년대비 38.3% 증가한 217억 달러, 2021년 247억 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액을 달성했으며, 올해 보건산업 수출액은 바이오의약품 및 백신, 치료제 시장 확대와 진단용 제품 수요가 지속되며 276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0년 237조 원 규모였던 국내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45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바이오산업이 미래 먹거리라는 점을 파악하고 일찌감치 사업에 뛰어든 삼성, SK, LG 등의 성공 사례도 눈에 띈다.

2011년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 9년 만에 매출 1조 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는 1조6,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를 겪으며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하반기 바이오의약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생산능력(capacity)의 4공장(25만6,000L) 증설에 착수했으며, 올해 말 부분 가동, 2023년 풀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2012년에는 미국 바이오의약품 기업 바이오젠과 합작법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출범시켰다.

이 회사는 지난 10년 간 10개의 바이로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과 파이프라인을 개발했다.

이 중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과 ‘휴미라’,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SB2, SB4, SB5는 한국과 미국, 유럽 등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황반변성치료제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SB11)는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SK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동안 신약 개발 기업 SK바이오팜과 백신 개발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을 주축으로 종합 바이오 사업을 진행하며 제약바이오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AZ)社와 노바백스社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해 국내를 비롯해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또한, 이 회사는 합성항원 방식으로 국내 토종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뛰어들어 현재 임상 3상까지 진행 중인데 이미 백신 1,000만회 접종분에 대한 국내 공급 계약을 질병관리청과 체결하기도 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와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미국·유럽 제품명: 수노시)’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

특히, 세노바메이트는 글로벌 시장 진출 시 일반적으로 현지기업과 손을 잡는 것과 반대로 독자적인 직판 체계를 구축해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SK바이오텍은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의약품 CMO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017년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며 바이오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처음으로 FDA 승인을 받은 팩티브(퀴놀론계 향균제)를 개발했으며 국산신약 19호로 개발한 당뇨병 치료 신약 제미글로(제미글립틴) 시리즈 개발 성공해 LG화학의 매출 실적을 견인했다.

최근에는 유전성 비만치료제, 통풍 치료제,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 면역항암 세포치료제 등 신약 파이프라인(후보 물질)을 40여 개로 확대하며 FDA 승인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윤석열 당선인,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 및 적극 육성 지원

이 같은 전망과 성공 사례에 더해 차기 정부까지 나서서 바이오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나서면서 대기업의 관련 산업 진출에 불을 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시절 5대 메가테크에 바이오・헬스산업을 포함해 집중 육성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설치해 부처 간 흩어져 있던 연구개발 지원 기능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2조8,000억 원에 달하는 정부 R&D 지원 비용을 5조6,000억 원 규모로 2배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초고속 백신 개발 및 제조기술, 포스트코로나 백신 치료제, 필수백신, 디지털방역 뿐만 아니라 첨단의료분야(재생의료, 정밀의료, 뇌과학, 노화, 유전자편집, 합성생물학 등) 바이오 디지털분 분야에 국가 R&D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바이오 디지털 분야 국가 R&D 확대안도 내놨다. 성인 100만명을 대상으로 전체 유전자분석·제대혈 코호트 구축을 시행하는 동시에 데이터를 접목한 바이오 R&D 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서비스 혁신 및 민간사업 활성화 제도 도입과 지원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확대하는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개인 의료데이터 및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관리한 ‘디지털 헬스케어 주상담의’ 제도를 도입하고, 도서・산간 지역 및 소외계층 대상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 계획에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의 긍정적인 전망, 진출기업의 성공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대기업들의 해당 시장 진출은 앞으로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지만 해당 시장은 단시간에 실적을 낼 수 있는 분야는 아닌 만큼 당장 기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 분야”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기업들이 개발한 제품과 서비스는 전체 시장에 대한 신뢰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해당 시장에 진출하는 대기업들은 성공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과 전폭적인 투자가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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