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세이지 주라놀론, 3상 이어 4가지 임상 통합분석 결과까지
신경활성 스테로이드 약물 2번째이자 첫 경구제…단기 치료옵션 기대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차기 우울증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신경활성 스테로이드 계열 경구제 후보물질이 임상 연구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산후 우울증을 포함한 주요 우울장애(MDD)에 단기 치료로 효과를 입증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미국불안및우울증협회(ADAA) 2022년 연례학술대회에서는 바이오젠과 세이지 테라퓨틱스의 신약 후보물질 주라놀론(Zuranolone)으로 진행한 4가지 임상 시험의 통합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주라놀론은 1일 1회 경구용 신경활성 스테로이드 제제로 2020년 바이오젠이 31억 달러(한화 3조8,000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통해 세이지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후보물질이다.

대형 계약은 현재 우울증 치료제가 향정신성의약품 중심으로 사용되는 가운데 안전성과 효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주라놀론은 주요 신경 스테로이드 중 하나인 알로그레그나놀론 유사체를 이용해 뇌에 발현하는 기전이다. 앞서 세이지는 2019년 이 기전의 주사제인 줄레쏘(성분명 브렉사놀론)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다만 줄레쏘는 60시간 이상 연속 정맥주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어 경구제에 대한 요구가 컸다.

≫ 주라놀론 임상연구 통합분석 결과, 삶의 질 개선 뚜렷

이번 ADAA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주라놀론은 4가지 임상 시험을 통해 주요 우울증 환자의 삶의 질(QoL)과 웰빙의 상당한 개선을 이뤄냈다. 일반인 수준에 가깝게 개선됐다는 것인데 주라놀론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는 결과다.

발표를 진행한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통합 분석에 따르면 주라놀론 치료의 이점은 우울증 증상의 감소를 넘어 환자가 인식하는 삶의 질과 전반적인 건강을 잠재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에서는 4가지 연구에서 이뤄진 신체 기능, 통증, 전반적 건강, 활력, 사회적 기능 및 감정적 증상 등을 포함해 환자가 보고한 Short Form-36(SF36v2)가 이용됐다.

그 결과 기준점에서 유사한 SF36v2 점수를 보이던 주라놀론 치료군과 위약군이 15일째에 신체기능(0.8점 상승)을 포함한 대부분의 평가 영역에서 큰 폭의 개선이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특히 활력(3.1점 상승), 사회적 기능(1.1점 상승), 감정적 증상(1.5점 상승) 등에서 효과가 크게 나타났으며, 일반적인 건강은 15일 만에 정상인 수준의 개선이 이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42일째 측정에서도 효과가 유지됐다. 세부적으로 사회적 기능은 기준점 29.66점에서 15일 42.82점, 42일은 43.59점으로 나타났다. 또 감정적 증상도 기준선 24.43점이 15일 39.13점, 42일에는 39.82점까지 상승했다.

연구진은 “주요 우울증 환자들은 종종 증상의 감소보다 정상인의 기능으로 회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기능 회복은 우울증의 더 나은 예후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주축 임상 3상 결과, 3일째부터 평가변수 달성

이번 결과는 지난해 10월 유럽신경정신약리학회(ECNP)에서 공개된 주축 임상 3상 결과에 이어진 긍정적 발표로 볼 수 있다.

주축 임상 3상 결과에서 주라놀론은 3일 만에 증상 개선을 보이며 효과적인 단기 치료 옵션으로 떠올랐다.

해당 임상은 주요 우울증 환자 537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위약대조 연구로 진행됐다. 참가자의 평균 나이는 40세였으며 여성 비율은 65%, 참여 환자 가운데 30%는 이미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상황이었다.

연구진은 약물투여 15일째 17개 항목의 해밀턴 우울증 점수(HAMD-17) 감소를 평가변수로 설정했다. 기준선에서 HAMD-17 점수는 주라놀론군이 26.8점, 위약군이 26.9점이었다.

그 결과 15일째 HAMD-17 점수는 주라놀론군이 14.1점, 위약군이 12.3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라놀론군은 3일째부터 위약군과 비교해 통계적 유의성에 부합하는 감소가 이뤄졌다.

3일째 반응률은 주라놀론군이 29.3%, 위약군은 16.3%였으며 HAMD-17 점수의 완전 해소는 주라놀론군에서 7.6%, 위약군에서 2.3%로 나타났다. 다만 반응률과 완전 해소는 15일과 42일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 했다.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사건이 발생한 부작용 비율은 주라놀론군이 60.1%로 위약의 44.6% 대비 높았으며, 중대한 이상반응 또한 주라놀론군은 3.0%로 위약군의 1.1%에 비해 높았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졸음, 현기증, 두통, 진정, 설사였으며 자살 생각이나 금단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이 결과에 대해 당시 현장에서는 “유의미한 HAMD-17 감소에도 불구하고 위약군 또한 상당한 감소를 보여 약물의 진정한 효능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긍정적인 결과임에도 의문점이 아직 남아 있던 상황이었던 것.

주축 임상 3상 결과와 더불어 이번에 발표된 4가지 연구의 통합분석이 주라놀론 허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바이오젠과 세이지에 따르면 주라놀론의 FDA 허가신청은 올해 하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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