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106곳 근속연수 해부
동화·유한 등 10년 이상 근속…전통제약사, 평균치 웃돌아
근속연수 6년 미만 바이오사 40곳 달해…씨젠 3년도 안돼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근속연수 양극화가 뚜렷한 것으로 본지 분석 결과 확인됐다. 케미컬 중심의 전통제약사들은 근속연수가 평균치를 웃돈 반면, 대다수의 바이오사들은 하위권에 머무른 것이다.

18일 <메디코파마뉴스>는 2021년도 경영실적을 발표한 제약바이오기업 106곳의 사업보고서를 통해 기업별 평균 근속연수를 들여다 봤다.

근속연수는 ‘좋은 기업’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장기근속자가 많은 회사일수록 급여를 비롯한 근무환경이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SK하이닉스·네이버·카카오·삼성SDI·현대자동차·LG화학·기아·포스코홀딩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기업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2.5년이었다.

기아가 22.4년으로 근속연수가 가장 길었으며 포스코홀딩스 19년, 현대자동차 18.9년, LG화학 12년, 삼성전자 11.9년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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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속연수 상위권 차지한 전통 제약사, 가장 긴 곳은 동화약품

그렇다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얼마나 될까.

분석 결과, 제약바이오사 106곳의 평균 근속연수는 6.6년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케미컬 중심의 전통 제약사와 바이오의약품 중심의 바이오사 직원들의 근속연수 양극화가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통 제약사가 평균치를 웃돌며 상위권을 차지한 반면, 바이오사는 대부분 하위권에 머문 것 것이다.

평균 근속연수 6.6년 이상인 제약바이오기업은 총 48곳인데 전통 제약사는 36곳으로 75%에 달했다.

이 중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회사는 15곳이었는데, 무려 11곳 전통 제약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가장 긴 곳은 동화약품이었다. 이 회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13.7년으로 전통 제약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13년을 넘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14.3년, 여성이 11.9년으로 2.4년 차이를 보였다.

12년 이상인 곳은 유한양행과 삼진제약,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4곳이었다.

유한양행의 평균 근속연수는 12.7년이었는데, 남성이 13.7년, 여성이 9.5년으로 4.2년의 차이를 보였다.

삼진제약도 직원들의 이직이 적은 곳이었다. 평균 근속연수가 12.7년으로 유한양행과 똑같았다. 성별로는 남성이 13.0년, 여성이 11.8년으로 성별 격차도 1.2년으로 비교적 적었다.

동아에스티와 일동제약도 평균 근속연수가 12년으로 상위권에 속했다. 동아에스티는 남성 13.0년, 여성 9.3년으로 성별 격차가 3.7년이었다.

반면 일동제약은 남성 11.0년, 여성 12,0년으로 앞서의 기업들과 달리 여성 직원들의 근무기간이 1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부광약품(11.9년) ▲조아제약(11.5년) ▲신풍제약(11.4년) ▲국제약품(10.9년) ▲한독(10.3년) ▲영진약품(10.1년) 등이 직원들이 평균 10년 이상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속연수가 9년 이상인 기업도 8곳에 달했다. 광동제약, 9.8년, 대한약품 9.6년으로 10년에 육박했으며, 현대약품 9.4년, 일양약품 9.3년, GC녹십자 9.2년, JW중외제약과 고려제약은 9.1년, 경동제약 9.0년 순으로 확인됐다.

회사 규모는 작아도 평균 근속연수 8년 이상인 기업도 3곳이었다. 한국파마 8.7년, 동성제약 8.5년, 명문제약 8.3년이었다.

≫ 신규 채용에 인력 이탈로 근속연수 하위권 맴도는 바이오사들

반면, 대부분의 바이오기업들의 근속연수는 평균 이하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평균 근속연수가 5년 미만인 곳도 30곳에 달했다.

근속연수가 가장 짧은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였다. 이 회사의 직원들이 근무한 평균 일수는 1.1년에 불과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1.2년, 여성이 11개월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제외한 평균 근속연수 3년 미만인 기업도 7곳에 달했는데 티앤알바이오팹 2.2년, 프로스테믹스 2.3년, 엘앤씨바이오 2.4년 순이었다. 강스템바이오텍과 휴메딕스 직원들은 평균 2.8년 근무했다.

평균 근속연수가 3년에 머무르는 기업도 12곳에 달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근속연수가 3.0년, 앱클론 3.1년, 애니젠 3.2년에 불과했으며, 에이비엘바이오, 휴젤도 직원들이 회사를 다닌 기간은 3.3년에 그쳤다.

SK바이오팜, 삼성바이오로직스, 펩트론, 휴온스, 코아스템 등도 3.4년으로 상대적으로 근속연수가 짧았다.

지난해 매출액 상위권을 차지한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 셀트리온은 근속연수에서는 하위권을 맴돌았다.

지난해 3조 원에 육박하는 성적으로 매출액 1위를 기록한 에스디바이오센서의 평균 근속연수는 2.9년에 불과했다.

씨젠 역시 직원들의 근무기간은 2.8년으로 짧았지만 지난해 매출은 1조4,000억 원에 달했다.

셀트리온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2조 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의 직원수는 2,207명인데 근속연수는 5.2년에 불과했다.

평균 근속연수 6.6년 이상인 바이오사는 12곳에 불과했다.

근속연수 10년 이상인 기업은 단 3곳이다. 한올바이오파마가 13.3년으로 가장 길었으며, KPX생명과학 13.0년, 메타바이오메드 10.0년 순이었다.

이어 종근당바이오(9.6년), 우진비앤지(9.4년), 진원생명과학(8.0년), 제일바이오(8.0년), 파미셀(7.6년), 엔케이맥스(7.3년), 코미팜(7.1년), 팜젠사이언스(7.1년) 등만 평균 근속연수를 웃돌았다.

바이오기업들의 근속연수가 짧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들어 바이오산업이 차세대 미래성장동력으로 손꼽히면서 신규 채용 및 인력 이탈 등으로 인해 직원들의 근무기간이 짧아진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이후 진단키트, 의료기기, 연구개발, CDMO(위수탁생산) 등을 통해 급성장한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 발굴을 위해 공격적으로 인력 채용을 늘리면서 고스란히 근속연수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실제로 코로나19 대표 수혜기업인 씨젠의 경우 2020년 616명이었던 직원이 지난해 1,070명으로 454명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이 회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3.4년에서 2.8년으로 내려 앉았다.

삼성바이오로직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이 회사의 직원수는 2,886명에서 3,959명으로 1,073명 늘어났는데 근속연수는 3.6년에서 3.4년으로 줄어들었다.

더욱이 바이오산업은 전통 제약산업과 달리 역사가 길지 않은 만큼 직원들의 근무기간 역시 짧을 수 밖에 없다. 각각 2016년, 2018년 설립된 휴온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평균 근속연수 증가는 그만큼 기업 운영이 안정적이며 급여나 근무환경 등 복리후생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약주권’이 강조되고 있는데다 정부의 제네릭의약품 규제 강화로 신약 개발로 체질 개선에 나서는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인력 채용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 이탈 및 신규 채용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기업일수록 근속연수는 더 짧아질 수 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여나 복지 등 직원들의 복리후생이 좋다면 장기간 근무하는 직원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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