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 '눈 앞'…임상 속도 및 결과는 ‘실망의 연속’
개발사 시장 기대치 이미 바닥…상용화·경쟁력 의구심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개발 중인 국산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팬데믹이 정점을 지나가고 있지만, 그간 개발사들이 발표했던 중간 연구 결과나 현재의 임상 속도 등을 감안하면 빠른 시일 내에 눈에 띄는 결과물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애초부터 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약물재창출 방식의 이면을 주가 부양과 방역 주권이라는 미명 하에 모두가 애써 외면해 왔던 게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이 진정되고 엔데믹 전환이 가시화되면서 약물재창출 방식의 국산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가 급속도로 시장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MSD의 라게브리오가 시판 승인을 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국내 개발사들은 여전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양약품, 부광약품, 엔지켐생명과학,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은 임상을 중단하거나 숨고르기를 하고 있고, 현재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대웅제약(DWJ1248정/2·3상), 신풍제약(피라맥스정/3상), 대원제약(DWTG5101/2상), 현대바이오사이언스(CP-COV03/1상) 등도 개발이 언제 마무리될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이들 업체에게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이슈는 이제는 호재보다는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재작년과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임상 계획 및 일정 등에 관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주가 급등세가 연출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이처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장기간 난항을 거듭하고, 시장의 시선도 갈수록 차가워지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은데도 지난 2년간 긍정적인 면만 맹목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에 시장 전반이 매몰돼 있었다는 것.

그동안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개발에 뛰어든 국내 업체의 행보는 대체로 유사했다. 시험관 내 세포 실험(in vitro)을 통해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확인하고 임상을 추진하는 패턴이었다. 특이한 것은 이 과정에서 상당수 업체가 세계 최초 치료제로 이름을 올린 렘데시비르 대비 항바이러스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시장의 기대감을 자극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의 주가 상승 견인차 역할을 했던 시험관 내 세포실험(in vitro) 결과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걸까.

의료계 전문가들은 특수하게 세팅해 놓은 실험 환경에서 확인된 항바이러스 효과가 전임상(동물실험)이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약물 투여 효과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떨어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심각한 부작용이 확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임상 과정에서 신약 개발이 중단된 사례는 적지 않다. 동물실험이 성공했더라도 실패 사례 역시 압도적으로 많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동물실험에 성공한 후보물질 90% 이상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실패했다. 시험관 내 세포 실험 결과로 시작된 약물재창출 방식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현실보다는 허상에 가까웠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여기에 현재 임상이 진행 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들이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토대로 개발되고 있고, 그간 발표된 중간 연구 결과가 대체로 만족스럽지 못한 점도 약물재창출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또 다른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 초기에는 대안이 없었던 만큼 안전성과 비용 절감 등의 측면에서 장점이 있던 약물재창출 방식이 주목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용화된 치료제가 이미 나와 있는 데다 엔데믹을 대비한 신약이나 제형 연구가 속속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전보다 잠재적 시장성도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시장성은 지지부진한 임상 속도와 그동안 발표된 중간 임상 결과 등으로 크게 훼손된 상태”라며 “특히 오미크론 유행을 계기로 경증 코로나19 환자는 대증치료가 일반화된 상태라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사실상 중증 이상에 한정적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는 데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대규모 임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투자 대비 실익이 있을지 의문이다. 때문에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개발 포기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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