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SGLT-2 병용 효과 확인 속속…“관련 사건 발생 50% 감소”
국내 병용요법 급여 아직…“처방의 재량 인정하는 방향 개선 필요”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가 당뇨병 치료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 환자에게는 기존 경구 당뇨병 치료제에 비해 높은 안전성을 보이며 글로벌 가이드라인의 최우선 권고 기전으로 위치하고 있다.

그렇다면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의 병용요법은 어떨까. 아직 대규모 전향적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 효과에 대한 후향적 연구들이 속속 나오면서 관심을 끈다.

당뇨병 치료는 여러 기전의 병용요법 치료가 일반적이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두 가지 당뇨병 치료 기전의 병용요법에 기대감이 높은 배경이다.

이달 열린 미국심장학회(ACC) 2022년 연례학술대회에서는 미국 보훈청 국가보건데이터베이스(VA, Veterans Affairs)의 2형 당뇨병 환자 12만1,156명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를 동시에 사용한 환자의 예후에 대한 확인을 목표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GLP-1 유사체군, SGLT-2 억제제군, 병용요법군으로 하위 그룹을 각각 5,277명씩 매칭해 분석했다.

전체 환자의 97%가 스타틴, 94%는 RAS 억제제, 90%는 메트포르민, 75%는 인슐린을 통해 동시에 치료받고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평균 연령은 67세였으며 VA 데이터 특성 탓에 97%가 남성이었다. 평균 추적기간은 2.5년이었다.

1차 평가변수는 추적기간 동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조합 비율이었다.

≫ GLP-1 유사체·SGLT-2 억제제 병용요법, 1년 내 사망 비율 80%↓

그 결과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를 동시에 투여한 환자는 두 기전 가운데 하나로만 치료한 환자와 비교해 1차 평가변수 관련 사건이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모든 원읜에 의한 사망을 포함한 복합 ASCVD 사건 발생률은 병용요법군이 SGLT-2 억제제군에 비해 46%, GLP-1 유사체군에 비해 49% 감소하는 결과였다.

1년 이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비율은 병용요법군이 SGLT-2 억제제군에 비해 83%, GLP-1 유사체군에 비해 81% 낮았다.

연구진은 이 결과에 대해 “전체 사건 발생 감소 대부분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감소에 따른 것”이라며 “병용요법이 단독요법과 비교해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감소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고 거의 동일한 비율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VA 데이터에 따르면 2형 당뇨병 환자에게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는 소수에 국한돼 있다.

2020년 130개 VA 센터에서 치료받은 2형 당뇨병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를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 가운데 11%만이 SGLT-2 억제제로 치료했으며 GLP-1 유사체 치료는 8%에 불과했다.

해당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처방되는 당뇨병 치료제는 인슐린이 36%, 메트포르민 47%, 설포닐우레아(SU) 22%였다.

이 결과는 센터 간 차이가 컸다. 일부 센터에서는 ASCVD 동반 2형 당뇨병 환자에게 GLP-1 유사체 또는 SGLT-2 억제제 사용이 3%에 그쳤지만, 30% 수준의 센터도 있었다. 2020년 기준으로 VA 환자에게 GLP-1 유사체 또는 SGLT-2 억제제, 혹은 병용요법을 처방하는 데 장벽이 없음에도 센터 간 현저한 차이를 보인 것.

≫ 국내 여건 미국과 달라…GLP-1 유사체·SGLT-2 억제제 병용요법 비급여

현재 국내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처방 가능한 GLP-1 유사체는 일라이 릴리의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가 유일하다.

위 연구에서 빅토자(성분명 리라글루티드),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티드), 바이듀리언(성분명 익세나타이드) 등이 트루리시티와 함께 사용된 것과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또한 국민건강보험 급여 기준으로 살펴보면 더 차이가 있다. 위 연구에서 VA 기준으로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의 단독 사용, 병용 사용에 장벽이 없었던 것과 비교할 때 한국에는 처방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 트루리시티의 급여는 메트포르민과 SU, 2제 요법으로 충분한 혈당조절을 할 수 없는 BMI 25kg/㎡ 이상의 환자, 또는 인슐린 요법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3제 요법이 기준이다. 이 조건이 아니라면 인슐린과의 병용요법이어야 한다.

SGLT-2 억제제와의 병용요법으로 치료하는 것은 급여 대상이 아니다. 이는 국내 당뇨병 치료제의 허가사항 및 급여 기준이 세부적으로 나눠져 있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는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간 병용요법이 여전히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한 이유와 궤를 같이한다.

당초 SGLT-2 억제제의 허가사항에는 DPP-4 억제제와의 병용요법이 특정 성분으로 명시돼 있었다. 해당 성분과의 임상 연구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물론 학계에서도 급여기준에 입장차를 보였다. 기전별로 묶어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과 임상 연구 없는 급여 인정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수년간의 논의 끝에 현재 SGLT-2 억제제, DPP-4 억제제의 병용요법 허가사항이 단순화됐다. 특정 성분명을 삭제한 것. 늦어지고 있지만, 이변이 없는 한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의 병용요법은 급여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GLP-1 유사체와 경구제의 자유로운 병용처방 급여화를 위해서도 이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속속 나오고 있는 연구 결과와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변화의 근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선에서 당뇨병 환자를 관리하고 있는 내과 전문의는 “다양한 당뇨병 치료제가 옵션으로 자리 잡으면서 환자별 맞춤 처방이 가능해지고 있다”면서도 “여러 조합의 병용요법이 사용될 수 있는데 현재 급여기준으로는 제한이 있다. 처방의의 재량을 좀 더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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