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주요 지수 하락세 지속…극심한 변동성도 여전
코로나19 프로젝트 ‘실망의 연속’…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대두
바닥친 시장 신뢰감 제고 요원…반등 이끌 새 모멘텀도 부재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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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지형이 지난 2년여간 이어져 온 코로나19로 격변을 맞았다. 발 빠르게 백신·치료제·진단키트 연구·개발 및 위탁생산 사업 등에 뛰어든 기업들이 투심의 기대감을 등에 업고, 급격하게 몸집을 불리며 시장의 주도 세력으로 떠올랐다. 이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제약바이오의 증시 영향력도 빠르게 확대됐다.

그러나 주목을 받아왔던 개별 기업들의 코로나19 관련 프로젝트들이 장기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시장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제약바이오 섹터 전반의 조정세가 짙어지기 시작했고, 이 같은 흐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타개할 강력한 반등 모멘텀이 현재 눈에 띄지 않고 있고, 시가총액 상위사로 거듭난 코로나19 관련 기업들의 실적 지표와 주가 괴리감이 여전히 크다는 데 있다. 제약바이오 섹터의 극심한 변동성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 정점 이후 50조 사라진 코스피 의약품 지수 시가총액

코스피·코스닥 제약바이오 주요 지수의 시가총액 규모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정점을 찍은 이후 최근까지 조정 장세가 이어지며 그간의 증가분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 구성 종목의 전체 시가총액은 2020년 초(1.2) 76조5,460억 원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 치료제·백신·진단키트 연구·개발 및 위탁생산 사업에 나선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하며 5개월 만에 100조 원(6.1/100조790억 원)을 넘어섰다.

이 기세는 그해 내내 이어졌다. 6월 16일 120조 원(126조4,240억 원), 7월 22일 130조 원(134조2,330억 원), 9월 8일 140조 원(140조3,810억 원)의 벽을 순차적으로 뛰어넘었다. 9~10월 조정을 받으며 10월 27일 112조5,950억 원까지 내려앉았지만 11월부터 상승세가 다시 시작되며 12월 18일 150조 원(150조4,980억 원)도 돌파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며 그해 3월 10일 121조1,230억 원까지 주저앉기도 했으나 다시 상승 흐름을 타면서 8월 23일 167억6,930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상승세는 거기까지였다.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코로나19 프로젝트 대부분이 상당 기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관련 기업의 조정세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1월 6일 130조 원(125조8,086억 원)이 무너진 이후 20일 만(1.27)에 110조 원(106조200억 원) 벽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110~120조 원의 박스권에 머물며 반등을 노려보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 박스권에 갇혀 버린 코스닥 제약 지수 시가총액

코스닥 제약 지수 구성 종목의 시가총액 추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 1월 2일 28조3,680억 원에서 7개월(8.6)여 만에 50조 원을 가볍게 돌파하고, 이듬해도 상승세가 지속되며 지난해 9월 2일 60조 원(60조9,880억 원) 고지를 밟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달 6일 50조 원(48조9,090억 원)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연말까지 계단식 하락 장세가 이어졌다. 급기야 올해 2월 15일 시가총액은 40조 원(39조7,950억 원) 밑으로 내려앉았고, 현재는 40~45조 원 사이를 오가는 박스권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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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월 역대급 급락 제약바이오…암울한 분위기 지속

특히 올해 1월은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에 악몽같은 한 달이었다. 코로나19를 발판 삼아 시가총액 규모를 키워왔던 개별 기업의 주가가 역대급으로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내외 악재까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하락세를 더욱 부채질 했다.

실제로 올해 1월 3일부터 27일까지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22.08% 하락했다. 이는 1995년 1월 기록했던 –24.87% 급락 이후 최악의 연초 성적표다. 의약품 지수가 1월에 20% 이상 빠진 사례는 전산화가 시작된 1980년대 이후 두 번째다.

코스닥 제약 지수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제약 지수는 같은 기간 –18.03% 떨어졌는데 이 역시 2008년과 2021년 1월에 각각 기록한 –13.5%, -13.15%에 이어 역대 세 번째 1월 두 자릿수 하락률이다. 또 코스닥 제약 지수가 처음으로 발표된 2001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상황이 이랬던 만큼 코스피 의약품 지수와 코스닥 제약 지수 구성 종목에 들어가 있는 제약바이오 업체 상당수가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고, 일부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시가총액 규모가 줄기도 했다.

이 기간 코스피 의약품 지수에 포함된 시가총액 상위사 중 셀트리온(2020. 1.2 종가 23조1,010억 원 → 2022.1.27 종가 20조3,470억 원), 한미약품(3조4,080억 원 → 2조8,700억 원), 대웅제약(1조5,820억 원 → 1조4,710억 원), 한올바이오파마(1조9,040억 원 → 8,910억 원), 부광약품(8,930억 원 → 7,070억 원), 동아에스티(9,790억 원 → 5,410억 원), 일양약품(4,360억 원 → 4,130억 원) 등 7개 업체는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첫 거래일 대비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코스닥 제약 지수에서도 삼천당제약(8,040억 원 → 7,260억 원), 메디톡스(1조7,480억 원 → 6,940억 원), 엔케이맥스(8,220억 원 → 6,730억 원) 등 3개사 역시 재작년 초 대비 시가총액이 줄어들었다.

지난 2월부터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상당수 업체들의 시가총액이 1월 대비 반등하기는 했지만 조정 분위기가 누그러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하락 추세에서도 개별 기업의 주가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지만 결국에는 하향세를 피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 실적 있건 없건 코로나19 테마주 최악의 흐름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시가총액 규모가 급격히 증가한 업체의 주가는 앞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코로나19 엔데믹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그동안 주목을 받았던 코로나19 관련 연구·개발 및 위탁생산 프로젝트의 시장 평가가 갈수록 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업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실적이 대폭 개선된 몇몇 상위사들조차도 장기간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 시가총액이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8월 23일(167조6,930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총은 66조7,600원에 달했지만 현재(4.13 종가 기준)는 53조4,610억 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도 39조1,730억 원에서 22조6,940억 원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24조7,480억 원→10조6,090억 원으로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들 업체는 코로나19 외에 탄탄한 주력 사업을 보유하고 있어 그나마 반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카드라도 있지만 오로지 코로나19 사업으로 주가가 급등한 업체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실패할 경우 사실상 답이 없다.

대표적인 업체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신풍제약이다. 2020년 초만해도 시가총액이 3,880억 원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 치료제 대장주로 꼽히며 그해 9월 18일 시총이 10조4,910억 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9개월여 만에 주가가 27배 이상 뛴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사업 실적은 2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현재 연구개발 기대감이 크게 꺾이며 시가총액이 이달 13일 기준 2조290억 원으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치료제 개발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그 충격이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스닥 제약 지수에 속한 시가총액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약 지수 시가총액이 60조 원을 돌파했던 지난해 9월 2일 셀트리온제약의 주가는 6조740억 원에 달했지만 현재(4.13 종가 기준)는 3조3,120억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진단키트로 실적이 급증한 씨젠 역시 같은 기간 시총이 3조3,890억 원에서 2조3,660억 원으로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가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의 영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주요 동력원이 됐지만 이에 걸맞은 성과가 도출되지 못하면서 시장의 신뢰가 급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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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이슈 악용한 일부 기업 때문에 시장 신뢰감 바닥

적지 않은 기업이 코로나19 사업을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용도로 노골적으로 이용하고, 일부 경영진은 주가가 급등한 이후 지분을 매각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 모습을 보여주면서 제약바이오를 바라보는 투심의 시선이 그 어느때 보다도 싸늘하다는 것.

특히 현재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인 업체들이 개발을 중단하거나 실패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올 경우 가뜩이나 침체돼 있는 제약바이오 섹터의 반등은 더 요원해 질 것이란 관측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대체 모멘텀이 필요한 데 여전히 시장은 코로나19 이슈가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제약바이오 섹터의 주요 관심사인 신약 개발 이슈도 분위기 전환용으로 활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평가다. 지난해 다수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기술수출 성과를 냈음에도 코로나19 이슈에 묻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전 세계적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대유행하면서 임상 일정이나 발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신약 이벤트 기대감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제약바이오 섹터의 반등키는 결국 코로나19 관련 업체들이 쥐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장 상용화는 힘들더라도 진행되고 있는 연구개발 결과를 꾸준히 내놓으면서 코로나19 사업 추진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무너져 가고 있는 시장의 신뢰가 일부라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것.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위탁생산 및 진단키트 업체도 실적 지속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지울 수 있는 적극적인 행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년간 벌어들인 수익을 토대로 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이런 모습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증권가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증시에서 제약바이오 섹터의 위상이 급격히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의 가시적 성과보다는 R&D에 대한 막연한 시장 기대감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키워 온 만큼 성장의 토대가 튼튼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특히 주목을 받아왔던 코로나19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좌초되거나 중단되면서 투심의 피로감과 불신이 누적돼 있는 데다 올해 들어 금리 인상, 오미크론 변이 확산,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글로벌 악재가 줄줄이 터지면서 분위기 전환을 모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1월 이후 과대 낙폭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일부 유입되기는 했지만 최근 다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고, 눈에 띄는 모멘텀 역시 부재한 상태라 제약바이오 섹터의 반등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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