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쎈트릭/아바스틴,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 5월 건보 적용 예고
대체 약 대비 효과 명확하다면 고가+고가 치료제도 급여 가능
지난해 옵디보/여보이, 면역+면역 병용으로 신세포암 급여
키트루다/렌비마 병용, 티쎈트릭/아바스틴 추가 적응증 기대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대형 적응증 최초로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병용요법에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높은 가격의 치료제 간 조합이라는 약점도 대체 치료제 대비 명확한 효과로 접점을 찾았다는 평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암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에 따른 공고 개정(안)을 공고, 이에 대한 의견을 조회했다.

이번 개정안은 비소세포폐암 1차에서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의 단독요법과 간세포암 1차에서 티쎈트릭과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의 요양급여 적용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비소세포폐암 1차에서 티쎈트릭 단독요법은 이미 키트루다가 면역항암제로서 해당 적응증에서 급여 적용된 만큼 예상 가능했다.

주목할 부분은 간세포암 1차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급여화다. 25일까지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해당 적응증은 5월부터 급여권에 진입한다.

≫ 연간 6천만 원 티쎈트릭/아바스틴…고가 항암제 조합 최초 대형 적응증 급여화

간세포암 1차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2019년 발표된 IMBRAVE150 연구 결과로 글로벌 학계의 시선을 모은 바 있다.

이 연구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501명을 환자를 대상으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과 기존 1차 표준요법이던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을 직접 비교한 임상이다.

연구 결과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군의 전체 생존기간(OS)은 19.2개월로 넥사바군의 13.4개월 대비 5.8개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진행 생존기간(PFS) 또한 병용요법군이 6.8개월로 넥사바군(4.3개월)보다 2.5개월 연장된 결과를 보였다.

세부 결과를 살펴보면 암종의 객관적 반응률(ORR)에서 병용요법군은 35.4%로 넥사바군 13.9%에 비해 우월성이 확인됐으며 이를 통한 전체 사망 위험이 넥사바군에 비해 42%,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41% 감소했다.

이 결과에 세계적인 시선이 모였다. 그간 수많은 후보물질이 간세포암 1차에서 넥사바와의 비교임상을 진행했지만, 우월성이 명확하게 나타난 연구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요 학회는 간세포암의 전신치료 최우선 약물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권고했다. 국내에서도 2020년 해당 적응증에 대한 허가가 승인됐다.

문제는 급여였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표준용량은 티쎈트릭의 1200mg, 아바스틴 15mg/kg을 3주 간격으로 투여한다.

현재 티쎈트릭의 1200mg 약가는 229만6,369원, 아바스틴은 60kg 기준으로 900mg 약가가 173만6,763원이다. 3주 치료에 400만 원 수준이다. 이를 1년(52주)로 계산하면 6.800만 원 수준이 된다.

높은 약가 탓에 건보 급여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배경이다. 이번 급여는 티쎈트릭의 위험분담제(비밀약가)를 통한 환급과 표시가격 인하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가능했다.

계획대로 5월 1일부터 급여화된다면 티쎈트릭 1200mg의 표시가격은 1.1% 낮아진 227만1,109원, 아바스틴 400mg의 표시가격은 5.4% 인하된 71만2,098원이 된다. 여전히 높은 가격이지만, 비공개 사항인 위험분담제 환급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간세포암 1차 치료 급여화는 정부가 고가 항암제간 병용요법의 대형 적응증 사용이라도 대체 약 대비 효과만 확실하다면 급여권에 진입시킬 수 있다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면역항암제+표적항암제 조합 첫 급여…향후 급여권 모색하는 조합 기대감↑

고가 항암제간 병용요법의 급여 적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9월, 정부는 신세포암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간 조합인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의 병용요법을 급여 적용한 바 있다.

다만 신세포암의 경우 여보이의 연간 예상 청구액이 87억 원 수준으로 이번 간세포암 규모와는 차이가 있다. 간세포암에서 티쎈트릭의 예상 청구액은 2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급여화는 향후 급여권 진입을 노리는 병용요법 조합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음 고가 항암제간 병용요법 급역화는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표적항암제인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 조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1월 키트루다/렌비마 병용요법은 진행성 신세포암 환자의 1차 치료와 자궁내막암 치료 적응증을 획득했다.

신세포암 임상인 CLEAR 연구에서 키트루다/렌비마 병용요법의 PFS 중앙값은 23.9개월로 기존 표준요법인 수텐(성분명 수니티닙)의 PFS 중앙값 9.2개월에 비해 대폭 개선된 결과를 얻었다.

자궁내막암 임상에서도 키트루다/렌비마 병용요법의 PFS 중앙값은 6.6개월로 화학요법의 3.8개월 대비 우월성을 확인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추가 적응증도 대상이 될 수 있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1차에서 파클리탁셀, 카보플라틴과 함께 사용하는 적응증을 2019년 획득한 바 있다.

다만 이 적응증에서는 이미 대체 가능한 약물로 볼 수 있는 키트루다가 화학치료제와의 병용요법으로 급여까지 적용돼 있어 티쎈트릭과 아바스틴을 동시에 감당하는 데 경제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번 고가 항암제간 병용요법 급여화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가의 중증·희귀질환 치료제들이 속속 급여권에 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치료제의 가격보다는 대체약 대비 효과가 급여권 진입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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