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자 돈 긁어모았는데…배당 1,400억 해외로 유출
‘배 보다 배꼽 더 큰’ 배당금…순이익 수 배 달하는 곳도
사노피·바이엘·오츠카 등 매년 수백억 송금…‘본사 배불리기’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국내에 진출한 일부 다국적제약사의 과도한 배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순이익의 2배를 훌쩍 뛰어 넘는 거액을 본사로 송금하는가 하면 어떤 곳은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수년 간 인출해갔기 때문이다.

반면, 배당을 집행한 곳들의 사회공헌 척도인 기부 규모는 기업별로 고작 수억 원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이익과 배당 규모는 늘었는데 기부금은 오히려 감소한 것.

특히 프랑스-미국계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일본계 한국오츠카, 독일계 바이엘코리아, 미국계 알보젠코리아, 미국계 한국비엠에스제약 등은 이익 대비 높은 배당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기부에는 인색했던 대표적인 곳들이었다.

이들 모두 우리나라 환자들로부터 돈을 벌어들이는 제약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인색한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메디코파마뉴스>는 12월 결산 다국적제약사 34곳이 공시한 2021년 감사보고서를 근거로 지난해 배당금을 지급한 기업들의 이익과 기부금 현황을 분석했다. 일본계 제약사 중 일부 (한국아스텔라스제약, 한국다케다제약, 한국에자이, 한국다이이찌산쿄, 한국산텐제약,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는 3월 결산법인(사업연도 21년4월~22년3월)으로 해당 조사에서는 제외했다.

≫ 다국적제약사, 본사 송금 미국·스위스·독일·프랑스·일본계 순

지난해 다국적제약사 34곳 중 12곳에서 해외로 흘러나간 배당금만 1,392억 원에 달했다. 최근 3년간 해외로 송금된 돈은 약 3,500억 원을 웃도는 규모였다.(2020년 10곳 844억 원, 2019년 10곳 1,285억 원) 지난해 인출된 배당금을 나라별로 구분하면 미국계 다국적사로 430억 원, 스위스계 350억 원, 독일계 230억 원, 프랑스계 205억 원, 일본계 177억 원이었다.

주목할 점은 국내 진출한 다국적제약사가 해마다 벌어들이는 돈은 더 많아지고 있는 반면, 사회적 공헌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 모두 우리나라 환자들을 대상으로 매출을 올리는 곳들이다.

≫ 국내서 벌어들인 돈은 매년 ‘늘고’ 기부는 해마다 ‘줄고’

다국적제약사의 수익 구조는 매년 좋아지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조사한 기업들이 매년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을 모두 합하면 2019년 2,380억 원, 2020년 2,845억 원, 지난해 4,185억 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었다. 지난해 이들 기업의 총 순이익은 2019년 대비 약 2배에 육박했다.

하지만 기부 규모는 정반대 양상이었다. 2018년 200억 원의 기부금이 지출된 이후 2019년 174억 원, 2020년 150억 원, 지난해 136억 원으로 매년 그 규모는 줄어들고 있었다.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이익은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공헌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지난해 가장 많은 배당금을 지출한 곳은 한국노바티스였다. 이 회사는 작년에만 100만 원이 빠진 350억 원의 배당금을 해외 본사로 송금했다. 이어 바이엘코리아(배당금 200억 원), 한국비엠에스제약(200억 원),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180억 원), 한국오츠카제약(157억 원),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150억 원), 한국세르비에(55억 원), 알보젠코리아(50억 원),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30억 원), 한국쿄와기린(20억 원) 등이 배당금을 본사로 송금한 곳들이었다.

올해 연차배당을 의결한 곳도 있었다. 배당 규모는 총 706억 원으로 바이엘코리아(배당 결정 150억 원), 한국오츠카제약(157억 원), 한국얀센(190억 원), 한국쿄와기린(100억 원), 한국베링거인겔하임(100억 원), 한국룬드벡(8억 원) 등이 올해 지급할 배당금 규모를 지난 3월에 결정했다.

다국적기업은 국내 제약사와 다르게 중간 배당을 실시하는 경향이 크다. 앞서 언급된 이들 외에도 올해 더 많은 기업이 본사로 배당금을 송금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연차배당을 결정한 곳은 7곳(462억 원)에 불과했지만, 중간배당을 5곳(930억 원)에서 실시하면서 연차배당 결정액보다 중간배당액이 2배나 많았다.

한편, 기부금은 한국노바티스가 28억 원을 지출해 가장 많은 규모였고 이어 한국아스트라제네카(기부금 25억 원), 한국쿄와기린(19억 원), 한국로슈(15억 원), 한국얀센(12억 원),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9억 원) 등만이 4억 원 이상을 사회공헌에 동참한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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