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상 고령 환자 시술비 부담 5%까지 떨어져
사피엔, 3만여명 효과·안전성 입증…급여 확대 ‘수혜’
“환자수 증가,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보장성 강화 기대”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이헌구 기자]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를 위한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이하 TAVI) 일명 타비 시술에 전면 급여가 이달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기존에 선별급여 본인부담율 80%를 적용받던 수술 불가능군과 고위험군을 포함, 80세 이상 환자는 수술 위험도와 무관하게 본인부담율이 5%로 대폭 감소하게 됐다. 3,000만 원을 웃돌던 치료비가 150만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수술 중위험군과 저위험군도 각각 본인부담율 50%, 80%로 선별 급여가 적용된다.

이 같은 보건복지부의 TAVI 전면 급여화 결정에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 이하 SAVR) 대비 TAVI의 대등하거나 우수한 임상 시험 결과를 인정한 글로벌 진료 가이드라인이 근거가 됐다.

실제로 최초의 TAVI 시술용 생체 조직 판막 사피엔이 3만 3천 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SAVR 대비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대규모 PARTNER 임상 결과, TAVI는 모든 수술 위험군의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서 SAVR 대비 대등하거나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러한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이미 지난 2019년 수술 저위험군 환자까지 TAVI 시술 적응증을 확대한 바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의 주요 학회들도 2020년과 2021년, 심장 판막 질환 치료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면서 TAVI를 표준 치료법으로 권고했다. 특히 과거에는 심장 수술 환자의 위험도 평가 방식인 STS(Society of Thoracic Surgeons-predicted risk of mortality) 점수를 기준으로 TAVI 시술군을 권고했으나, 최신 가이드라인은 나이를 기준으로 미국심장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ACC)·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AHA)는 80세 이상, 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ESC)·심장흉부외과학회(European Association for Cardio Thoracic Surgery; EACTS)는 75세 이상에서 TAVI를 권고 하고 있다. 국내에서 80세 이상 환자에 완전 급여가 시행된 결정적인 배경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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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퇴 동맥 스텐트를 통해 문제가 되는 판막 위치에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TAVI 시술은 고령이거나 동반 질환이 있어 수술의 위험이 높은 환자를 위한 대안으로 개발됐다. 환자의 가슴을 열어 심장을 일시적으로 멈추고 문제가 된 판막을 도려낸 후 인공 판막을 이식하는 수술적 방법인 SAVR은 오랫동안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표준 치료법이었지만, 전신 마취나 심폐기 사용 및 심정지의 위험으로 인해 적어도 2~30%의 환자가 수술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도입 초기에는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를 대상으로만 제한적으로 시행되던 TAVI 시술은 짧은 시술 시간과 입원 기간 단축, 적은 통증과 흉터, 빠른 회복 등 치료적 혜택과 더불어 10년 이상의 장기 효과와 안전성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시술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최다 사용된 TAVI용 생체 조직 판막은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의 ‘사피엔’이다.

사피엔은 유일한 풍선확장형 시스템으로 인공 판막이 기존 판막 위치에 정확하게 안착할 수 있으며, 밸브 아랫면을 감싸는 아우터 스커트(Out Skirt)로 판막주위누출(Paravalvular Leakage; PVL)을 최소화하고 특유의 낮고 넓은 밸브 구조로 TAVI 시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관상동맥 질환의 치료를 위한 원활한 관상동맥 접근 가능성도 높였다는 평가다.

사피엔은 지난 2010년 국내 TAVI 첫 시술에 사용된 이후 가장 많은 시술에 사용된 인공 판막이다. 2015년 6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이루어진 국내 TAVI 시술 576건을 분석한 K-TAVI Registry 연구 결과, 전체 시술의 절반 이상인 297건에서 사피엔이 사용됐으며, 주요 출혈 등의 부작용 비율은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PPM 삽입은 TAVI 시술 이후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이상 반응으로 시술 환자에서 방실 전도 장애가 나타날 경우 시행되는데, 사피엔은 시술 후 영구적 인공심박동기(permanent pace maker; PPM)를 사용하는 환자의 비율이 2.4%로 타 인공 판막 대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드워즈라이프사이언시스코리아 경피적 대동맥판막 사업부 우상길 이사는 “우수한 효과와 치료적 혜택을 기반으로 이번에 국내에서도 TAVI 시술 급여가 대폭 확대됐다”며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들이 현실적 어려움 없이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노화로 대동맥판막이 석회화되며 발생하는 퇴행성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고령화 추세에 따라 지난 10년간 국내 환자수가 4배 이상 급증했으며, 이 중 65세 이상 환자가 90%에 달하는 만큼 관리가 필요한 대표적 퇴행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숨참, 가슴 통증, 어지러움, 심하면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이를 단순 노화 증상으로 넘겨 치료 적기를 놓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 시 2년 내 사망률이 50%에 달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상당수 환자들이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망설였던 상황에서 전면 급여화가 시행된 만큼 고령화 사회 노인 질환 관리 수준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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