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A “지난 5년 신약, 전체 207개 신약 가운데 표준요법 대체는 14%”
알레센자(ALK 폐암)·티쎈트릭/아바스틴(간암)·타그리소(EGFR 폐암)
표준요법 대체 신약, 추가 비용 발생…“시장 경쟁 없어 가격 높아”
유일 국내 건보 미적용, 혁신 신약 타그리소…아시안 데이터/약가 문제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과학기술의 발전은 신약으로 불리는 새로운 의약품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 신약은 그간 불치로 여겨지던 영역에서 효과를 보이거나, 혹은 효과와 안전성에서 취약한 기존 옵션을 대신할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그렇다면 실제로 지난 5년간 기존 요법을 대체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혁신적인 신약은 얼마나 될까. 당초 기대만큼의 숫자는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눈에 띈다.

최근 미국의사협회 학술지(JAMA) 네트워크 온라인에는 ‘기존 표준치료 요법을 대체한 암 약물(Cancer Drug Approvals That Displaced Existing Standard-of-Care Therapies), 2016-2021’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이 연구는 2016년 5월~2021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한 207건의 항암 약물에 대한 후향적 평가로 이뤄졌다.

그 결과 표준 요법으로 권고된 치료법은 전체의 14%(29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 7건 가운데 1건인 셈이다. 전체의 42%에 해당하는 87건은 2차, 3차 치료 혹은 후기 약물이었다.

연구진은 “그간 많은 양의 신약에 대한 승인이 있었지만, 그중 소수만이 대안이 거의 없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표준 치료법이 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꼽은 1차에서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은 대표적인 약물은 역형성림프종키나제(ALK)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에서 알레센자(성분명 알렉티닙), 간세포암에서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병용요법,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에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였다.

≫ 알레센자, 기존 치료제 대비 3배 PFS 중앙값으로 자리매김

로슈가 개발한 ALK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알레센자는 지난 2015년 FDA가 2차 치료제로 승인하며 글로벌 시장에 등장했다.

당시 알레센자는 기존 ALK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사용되던 화이자의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 이후 사용하는 2차 치료제였다.

이 승인은 임상 2상에서 잴코리 이후 사용했을 때 객관적 반응률(ORR) 51%,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 8.9개월을 보이면서 이뤄졌다. 특히 기존 치료제 대비 뇌장벽(BBB) 통과 후 중추신경계에서 높은 활성을 보이면서 3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후 잴코리와의 직접 비교 방식으로 진행된 임상 3상 ALEX 연구 결과 알레센자군의 PFS 중앙값은 34.8개월로 잴코리군의 14.7개월을 압도했다. 중추신경계 전이 환자에게도 알레센자군의 PFS 중앙값은 27.7개월로 잴코리군의 7.4개월 대비 우월성을 확인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FDA는 2017년 알레센자를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글로벌 주요 학회는 가이드라인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알레센자를 1차 치료제로 우선 권고했다.

≫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 10여년 넥사바 대안 못 찾던 간세포암서 표준요법 대체

면역항암제 티쎈트릭과 혈관내피성장인자(VEFG)를 타깃 하는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의 병용요법 역시 로슈가 개발한 치료제다.

절제 불가능한 전이성 간세포암은 그간 치료제 개발이 더딘 대표적인 분야였다. 바이엘이 개발한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의 2007년 FDA 승인 이후 신약 개발이 정체돼 있었다.

여러 후보물질이 넥사바와의 비교 임상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려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2018년에 와서야 에자이가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로 1차 치료제로 진입했지만, 이마저도 넥사바와의 비열등 입증이었다.

이런 간세포암 표준요법의 변화는 2019년 이뤄졌다.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과 넥사바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IMBBRAVE150 연구 결과가 발표된 시점이다.

발표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PFS 중앙값이 6.8개월로 넥사바군 4.3개월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것. ORR 역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군 35.4%, 넥사바군 13.9%로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발표된 전체 생존기간(OS)에서도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군의 중앙값은 19.2개월로 넥사바군의 13.4개월 대비 유의하게 연장됨을 확인했다.

이 결과를 기반으로 FDA는 2020년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절제 불가능한 전이성 간세포암 치료제로 허가했다. 현재 해당 적응증에 대한 글로벌 주요 가이드라인의 최우선 권고되는 치료는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다.

≫ 타그리소, EGFR 비소세포폐암서 표준요법 대체…국내 급여권 진입은 난항

아스트라제네카의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 역시 기존 표준요법을 대체해 최우선 권고되는 약물이다.

타그리소는 지난 2015년 신속 승인을 통해 FDA의 허가를 획득한 3세대 약물로 볼 수 있다. 당시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니브),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 등 1,2세대 EGFR 양성 폐암 치료제를 사용한 뒤 후속치료제가 부재한 상태였다.

이에 1,2세대 치료제를 사용한 뒤 내성이 생긴 T790M 변이 양성 환자를 타깃으로 개발에 성공한 타그리소에 관심이 집중됐다. 뇌전이 환자에게도 기존 치료제 대비 효과적인 결과를 얻으며 2차 치료제로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장점은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 가능성을 알아보는 임상 3상 FLAURA 연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FLAURA 연구는 1차 치료에서 1세대 약물과의 비교 임상이다.

2017년 FLAURA의 중간 결과가 타그리소군의 PFS 중앙값이 18.9개월로 1세대군의 10.2개월 대비 우월하게 나왔고, 2019년 발표된 최종 결과에서 OS 중앙값이 38.6개월로 1세대군의 31.8개월 대비 효과적으로 나오면서 그 기대는 현실화됐다.

FDA는 2018년 빠르게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 적응증을 승인했으며 현재 글로벌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도 타그리소를 최우선 1차 치료 약제로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상황은 다소 글로벌 상황과 차이가 있다. 2018년 1차 치료제 급여가 시작된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알레센자와 5월 급여권 진입이 예고된 간세포암 1차 치료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과 달리 타그리소의 EGFR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급여권 진입은 난항을 겪고 있다.

타그리소의 EGFR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허가는 2018년 이뤄졌지만, 급여는 4년째인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않은 것.

이는 2019년 FLAURA 최종 결과의 하위분석 결과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시아인은 전체 556명 가운데 347명이나 포함될 만큼 FLAURA 연구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아시아인 결과를 따로 보면 OS 개선에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했다(HR 0.995). 사실상 아시아인에게는 타그리소군과 1세대군이 차이가 없다는 결과다.

이후 허가는 됐지만, 급여권 진입은 답보상태에 들어섰다. 정부는 해당 결과로 1세대 대비 가격이 월등히 높은 타그리소를 급여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아시아인(중국인 136명) 데이터를 추가로 제출했지만, 정부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타그리소의 급여 난항은 표준요법 대체 연구진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이들 약물(표준요법을 대체한 혁신 치료제)은 환자의 약값에 대한 부담을 높였다”며 “(독점적 약물로서)약값을 낮추는 데 중요한 시장경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얀센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임상이 올해 종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경쟁약 등장이 타그리소 약가와 급여권 진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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