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간무협, 간호법 제정 시 연대 총파업 등 ‘투쟁’ 예고
간협-보건의료노조, 간호법 제정 불발 시 ‘파업 동참’ 피력
경실련, “진료거부 시 법과 원칙 따라 고발 조치 등 대응”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간호법 제정을 놓고 직역단체 간 이기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단체들은 각자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까지 거론하며 국회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단체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국민건강은 외면한 채 파업을 운운해 국민 불안감만 조성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직역단체들이 파업할 경우 진료거부에 해당하는 만큼 이들을 고발 조치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는 지난 9일 오후 4시경 간호법을 기습상정해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간호사 출신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만 참석한 상태에서 의결된 것이다.

다만, 제1법안소위 통과 후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취소되면서 법제사법위원회 상정까지 가지는 않았다.

이후 간호법을 두고 의료계와 간호계는 파업까지 거론하며 국회를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연대 파업까지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사협회는 지난 15일 서울시의사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를 개최해 간호법 폐기를 촉구하며 국회의 입법 시도를 강하게 규탄했다.

이에 앞서 의사협회는 간호법이 제1법안소위에 통과한 직후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간호법 폐기를 위한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선포하며 의료계의 행동에 따라 발생하는 의료현장의 혼란, 그에 따른 국민의 피해와 불편의 모든 책임은 국회에 있다고 경고했다.

의사 파업의 핵심 ‘열쇠’인 전공의들도 이번 투쟁에 동참하기로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료계가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등에 반대하며 파업을 할 때마다 주도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대전협은 “간호사 처우개선을 비롯해 보건의료인 전반에 대한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입법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으나, 현재 간호법은 그들의 처우개선 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해당 직역에 대한 특혜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며 “이대로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다. 상위 단체 및 다른 직역 단체와 함께 협력해 반대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는 의사-간호조무사 연대 파업을 먼저 꺼낼 정도로 간호법 통과 저지 투쟁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곽지연 회장은 간호법이 제1법안소외에 의결된 직후 낸 성명서에서 “83만 간호조무사를 죽이는 간호단독법 제정을 철회하라”며 “의협과 연대 총파업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경하고 결사적으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간호계 역시 간호법 통과를 촉구하며 파업 카드를 꺼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의 연대 파업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12일 광화문 동화면세점에서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결의대회를 열고 간호법 제정과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를 촉구했다.

간호협회는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위원들의 심도 높은 논의와 토론 끝에 모든 쟁점과 논란을 해소한 간호법이 성안된 만큼 국회는 남은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해주기 바란다”며 “빠른 시일 내 간호법 제정이라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전국적인 의료기관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 경실련, 정부에 직역단체 파업시 고발 조치 등 강경 대응 촉구

이처럼 '간호법'을 두고 의료계와 간호계가 ‘강대 강’으로 충돌하며 파업을 거론하면서 국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시국 속에 벌어졌던 의사 파업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에서는 직역단체가 파업할 경우 원칙에 따라 진료거부로 고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한 의료인은 형사처벌 대상으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정책국 남은경 국장은 최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간호법 제정을 놓고 각 직역단체들이 주장하는 바가 있다면 합리적인 토론 등을 통해 국민 동의를 얻어 설득해야 하는데 국민건강을 볼모로 자신들의 입장만 피력하고 있다”며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때 단순한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행법상 진료거부는 위법에 해당하지만 정부는 미온적인 대처로 의료진들의 파업을 방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는 의료인들이 파업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해당자들을 고발 조치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