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약물사용자문위원회 승인 권고·FDA 우선심사 선정
국내 임상시험 보유, 글로벌 승인 시 한국 도입 속도↑
경쟁약품 화이자 리틀레시티닙, 올해 3상 데이터 공개

▲ 유토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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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야누스 인산화효소(JAK)를 표적해 자가면역질환에 도전하고 있는 치료제들이 원형탈모까지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류마티스관절염, 궤양성대장염, 건선성관절염, 아토피피부염 등에 이어 원형탈모 적응증 획득까지 가시권에 들어온 것.

원형탈모 또한 자가면역질환으로서 뚜렷한 치료제가 부재했던 만큼, 환자와 의료진의 기대가 큰 상황이다. 미국, 유럽 등 빅파마에서 적응증을 획득한다면 국내에서도 허가와 국민건강보험 급여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유럽의약국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최근 JAK 억제제인 일라이 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에 대한 성인 중증 원형탈모 치료제 승인을 권고했다. 일반적으로 CHMP의 승인 권고는 2~3개월 안에 정식 승인으로 이어진다.

이번 CHMP의 결정은 지난 3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실린 올루미언트의 BRAVE-AA1, BRAVE-AA2 연구 결과가 기반이 됐다. BRAVE-AA1과 BRAVE-AA2는 각각 764명, 546명 참여를 목표로 올루미언트 4mg군, 2mg군을 위약군과 비교해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 올루미언트, 유럽 자문위원회 권고·FDA 우선심사 대상 선정…‘가시권’

두 연구 모두 1차 평가변수는 36주차에 탈모 중증도 기준인 SALT(Severity of Alopecia Tool)를 20점 이하로 달성한 환자의 비율이었다.

SALT는 탈모가 전혀 없으면 0점, 모발이 완전히 빠졌다면 100점이 되는 탈모 중증도 평가 도구다. 이번 시험에 참여한 환자는 중증 원형탈모의 기준인 SALT 50점 이상이었다.

연구 결과 BRAVE-AA1의 올루미언트군의 36주차 SALT 20점 이하 달성률은 4mg군이 38.8%, 2mg군 22.8%로 위약군의 6.2%에 비해 유의한 개선을 확인했다. BRAVE-AA2에서도 올루미언트 4mg군 35.9%, 2mg군 19.4%, 위약군 3.3%로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두 연구에서 올루미언트군이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는 2.6%가 채 되지 않았으며 여드름, 크레아틴 키나아제 수치 상승, 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이 가장 흔하게 나타났다.

CHMP의 승인 권고 결정은 JAK 치료제 가운데 최초로 원형탈모 치료 혜택을 인정한 결과다.

릴리 측은 CHMP 승인 권고에 대해 “올루미언트가 미충족 수요가 큰 자가면역질환인 원형탈모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CHMP는 성인 중증 원형탈모 환자를 위한 최초의 승인 의약품이 되기 위한 중요한 단계다. 올해 전 세계 허가당국의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루미언트의 글로벌 중증 원형탈모 적응증 확대는 올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성인 중증 원형탈모에서 올루미언트를 우선심사 대상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유럽과 미국 허가 모두 가시권에 들어온 것. 국내의 상황은 어떨까. <메디코파마뉴스> 취재 결과 아직 올루미언트의 중증 원형탈모 적응증의 국내 허가신청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BRAVE-AA1 연구에 207명, BRAVE-AA2 연구에 50명의 한국인이 참여해 있고, 류마티스관절염, 아토피피부염에서 국민건강보험 급여까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걸림돌이 될 요소는 없다.

유럽과 미국에서 이변 없이 적응증 승인이 이뤄진다면 국내에서도 허가와 급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올루미언트가 중증 원형탈모 시장 독주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 제품도 바빠졌다. 가장 유력한 경쟁 제품은 화이자의 후보물질 리틀레시티닙이다.

≫ 리틀레시티닙, ALLEGRO 임상 결과 속속…풀 데이터 올해 하반기 예상

리틀레시티닙은 JAK와 간세포암에서 발현하는 티로신 인산화효소(TEC)를 동시에 표적하는 후보물질이다. 718명의 SALT 50점 이상 중증 원형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2018년부터 진행된 임상 2b/3상 ALLEGRO 연구는 완료됐으며 속속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톱라인 결과 리틀레시티닙군은 24주차에 SALT 20점 이하 도달률이 용량별로 17~28%로 나타났다. 가장 작은 용량인 10mg군을 제외하고 모두 위약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도출한 것.

올해 3월에는 미국피부과학회(AAD) 연례학술대회에서 업데이트 결과를 발표했는데 24주 결과가 48주까지 지속적으로 효과를 유지했다는 내용이다.

ALLEGRO 연구의 최종 결과는 올해 하반기에는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톱라인에서 밝힌 결과에 하자가 없다는 리틀레시티닙은 FDA에서 혁신치료제로서 지정받은 만큼 속도를 낼 수 있다.

리틀레시티닙 또한 최초 임상 디자인에서 한국인이 18명 포함돼 있어 국내 허가신청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다만 리틀레시티닙의 경우 올리미언트와는 달리 적응증 확대가 아닌 신약으로서 허가, 건보 급여 트랙을 타야 한다. 추가되는 절차가 남아있어 지연 가능성도 있다.

JAK 억제제 업계 관계자는 “원형탈모는 치료제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분야”라며 “한국 환자들도 새로운 치료제 혜택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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