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2022년 1분기 바이오 영업 외 손익 현미경 해부
중소사 ‘영업 외 적자’ 절반 달해…50개 기업 중 22곳 ‘손실’

▲ 사진제공=유토이미지
▲ 사진제공=유토이미지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올해 1분기 중소바이오기업 상당수가 영업 외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영업 기반이 열악한 중소 제약바이오사들의 경우 제품시장에서 밀려도 신약 개발을 위한 보유자금으로 투자나 재무활동을 통해 재미를 보기도 했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의 1분기 보고서를 통해 영업 외 손익 항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소 바이오사(1분기 매출 500억 원 미만) 50개 기업 가운데 28곳에서 영업 외 이익이 발생하고 22곳에서는 손실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50곳의 총이익 규모는 296억 원이었다.

≫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영업 외 비중이 실적 ‘좌우’

일부 바이오기업의 1분기 영업 성과가 영업 외 부문에서 결판났다.

실제로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하고도 영업 외 부문에서 이익을 내 세전 흑자를 기록한 곳은 셀루메드(1분기 영업이익 -5억 원→ 세전순이익 28억 원), 코아스템(-17억 원→21억 원), 제넥신(-27억 원→162억 원) 등이었다.

반대로 영업이익은 흑자를 냈지만, 영업 외에서 손실이 많아 적자를 기록한 곳은 녹십자엠에스(31억 원→-23억 원), 인트론바이오(16억 원→-24억 원), 코미팜(1억 원→-3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영업 외 실적이 가장 컸던 곳은 대표적으로 제넥신이었다. 이 회사는 1분기에만 영업 외 부분에서 190억 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회사가 본사를 마곡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기존의 판교 본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331억 원의 처분이익이 발생해서다. 하지만, 제넥신은 전반적인 자금 운용 측면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봤다. 이자, 기부금, 파생상품손실에서 과다 지출이 발생했고 네오이뮨텍 등 관계사 9곳에서 지분법 적용으로 118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 외에도 휴메딕스(1분기 영업외 이익 80억 원), 테라젠이텍스(+39억 원), 코아스템(+38억 원), 셀루메드(+33억 원), 피씨엘(+28억 원), 대성미생물(+23억 원), 진원생명과학(+22억 원), 에이비엘바이오(+21억 원), 쎌바이오텍(+17억 원), 바디텍메드(+13억 원), 프로스테믹스(+13억 원), 케어젠(+13억 원) 등이 영업 외에서 10억 원 이상 수익을 내며 괜찮은 성적표를 거뒀다.

반면, 녹십자엠에스(-54억 원), 메디포스트(-41억 원), 인트론바이오(-40억 원), 아이큐어(-20억 원), 에스씨엠생명과학(-20억 원), 이수앱지스(-16억 원), 엔케이맥스(-15억 원) 등은 영업 외 손실을 기록했다.

≫ 바이오 상당수 이자 부담 떠안아

바이오 기업에게 이자비용은 실적을 깎아먹는 최대 걸림돌이었다. 조사기업 50곳 가운데 31곳이 이자수익보다 이자비용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자수익이 총 89억 원이었던 데 반해 이자비용은 211억 원을 기록해 순이자손실 규모는 122억 원에 달했다.

순이자(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 차감) 측면에서 기업별로 보면, 이수앱지스가 14억 원의 순지출로 이자 부담이 가장 큰 기업이었다. 이어 아이큐어(-12억 원), 코아스템(-11억 원), 제노포커스(-11억 원), 메디포스트(-9억 원), 파미셀(-7억 원), 제넥신(-6억 원), 코오롱생명과학(-6억 원), 피씨엘(-6억 원), 종근당바이오(-6억 원), 인트론바이오(-6억 원), 녹십자엠에스(-5억 원), 나이벡(-5억 원), 셀루메드(-5억 원), 티앤알바이오팹(-5억 원) 등도 이자 비용이 이자 수익을 압도했다. 최근 금리가 인상되고 있는 시점에서 추세대로라면 연간 20억 원 이상의 이자 부담이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반대로 이자로 재미를 본 곳도 있었다. 쎌바이오텍은 5억 원의 순이자수익을 올렸다. 한올바이오파마(+4억 원), 디에이치피코리아(+3억 원), 케어젠(+2억 원), KPX생명과학(+1억 원) 등도 이자로 수익을 낸 곳들이었다.

≫ 중소 제약바이오, 외환 재미는 ‘톡톡’

금리차로 이자 손해를 봤다면 내수보다는 수출에 강점을 둔 중소 바이오기업들이 환율로는 재미를 봤다.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화를 통한 이익 규모가 늘어났다는 뜻이다. 서울외국환중개 기준 미국 달러의 매매기준율은 지난해 5월 31일 1,116원에서 1년이 지난 지난달 30일 기준 1,256.9원으로 12.6%가 상승했다.

실제로 외환을 처분(환산)해 2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고 반면 외환 환산 등으로 10억 원 이상 이득을 본 곳은 4곳이 나오는 등 전체적으로 약 100억 원의 이익을 냈다.

가장 큰 폭의 외화 이익을 챙긴 곳은 진원생명과학이었다. 외환으로만 23억 원의 이익을 냈다. 이 회사는 임상시험용 DNA백신 및 유전자치료제의 원료인 플라스미드(Plasmid) DNA 제품의 수출액이 1분기 76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64%에 달했다. 환율변동에 따른 민감도 분석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환율 10% 상승 시 120억 원의 이익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에이비엘바이오(환차손익 +14억 원), 엔케이맥스(11억 원), 쎌바이오텍(11억 원) 등도 10억 원 이상의 외환 이익을 챙겼다. 이어 바디텍메드(+9억 원), 케어젠(+6억 원), 피씨엘(+4억 원), 인트론바이오(+4억 원), 파미셀(+4억 원), 메타바이오메드(+4억 원), 헬릭스미스(+3억 원) 등이 환 관련 이익을 봤다.

반면, 코오롱생명과학(-2억 원), 한올바이오파마(-1억 원) 신라젠(-1억 원). 종근당바이오(-1억 원) 등은 약간의 손실을 입었다.

≫ CB 파생상품 손익, 주가 등락에 기업별 ‘희비’

파생상품 손익은 녹십자엠에스(-46억 원), 헬릭스미스(-13억 원), 인트론바이오(-40억 원), 엔케이맥스(-27억 원), 메디포스트(-10억 원), 코아스템(+47억 원), 피씨엘(+24억 원) 등이 발행한 전환사채 등과 관련해 일시적으로 발생했다.

전환사채(CB)와 관련해서는 기말 평가 시점에서 남아있는 전환권 가치가 회계기준상 파생상품으로 인식되는데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의 전환권 가치가 높아져 발행한 기업 입장에서는 부채(손실)로 인식되고 반대의 경우 주가가 떨어지면 자산(이익)으로 기록된다. 이때 현금 유출입은 동반되지 않으며 기업에 따라서는 파생상품평가 손익 계정 대신 당기손익 공정가치측정 금융상품평가 손익 계정을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녹십자엠에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7,230원이던 연초 주가가 8,310원으로 15% 상승하면서 투자자가 행사할 전환권의 가치가 올라왔다. 이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는 액면 300억 원 규모로 전환가액은 주당 6,603원이다.

≫ 관계사 지분 투자도 실적 가르는 변수로

바이오사들이 지분 투자한 관계사나 종속회사 등의 재무손익에 따른 지분법 이익과 처분이익도 실적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휴메딕스와 셀루메드는 지분법 적용으로 각각 81억 원과 32억 원의 이득을 취했고 반면, 제넥신과 에스씨엠생명과학은 각각 128억 원과 20억 원의 손해를 봤다.

휴메딕스는 올 1분기 지분으로 벌어들인 투자이익만 81억 원에 달했다. 지분법 투자이익은 8억 원에 불과했지만, 종속기업인 휴온스메디컬이 지난 2월 1일을 합병기일로 해 동일지배하에 있는 휴온스메디케어에 흡수 합병돼 매각처분에 따른 이익이 73억 원이 발생해서다.

셀루메드도 관계기업 부울경스마트물류 주식(지분 26%) 처분으로 인한 31억 원의 이익이 발생했다. 제넥신은 지분 21.2%를 보유한 네오이뮨텍에서만 41억 원의 손실이 반영되는 등 지분 투자한 관계사 9곳에서 지분법 적용으로 118억 원의 손실이 반영됐다.

이 외에도 메디포스트(지분법 손익 -6억 원), 아이큐어(-5억 원), JW생명과학(-4억 원), 바이오플러스(-1억 원) 등에서 손실이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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