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북한 코로나19 확산 현황과 백신지원 전망 발간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경 봉쇄 장기화로 국제사회 고립 가속화
식량 생산 감소・식수 부족 요인 더해 인도주의적 위기 가능성 제기
“政, 인도적 차원으로 지속적인 협력 의사 밝혀 남북 보건협력 필요”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2020년 1월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로 확산되자 국경폐쇄 조치를 단행하며 스스로 고립의 길을 자초한 북한에 대한 보건의료 지원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지원 손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백신 및 치료제 지원을 비롯해 지속적인 남북 보건협력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이승열, 이승헌, 김주경 조사관은 7일 이슈와 논점을 통해 ‘북한 코로나19 확산 현황과 백신 지원 전망’을 발표했다.

북한은 지난 5월 12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신종 감염병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국가방역체계를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로동신문은 지난 6월 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통보를 인용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발열 환자가 6월 1일 18시 기준 총 383만5,420명이며, 누적 사망자는 70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할 수 있는 장비 부족으로 인해 확진자 수를 측정할 수 없는 상황이인 만큼 북한 당국이 공식 발표한 통계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통일부도 북한의 발표에 대해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은 어떻게 될까.

북한은 지난 5월 8일 이전까지 세계보건기구에 코로나19 확진자 0명으로 보고해왔으며, 백신 접종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백신에 대한 접근성 향상과 보다 공정한 배분을 위해 고안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 Facility)의 백신국제지원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거절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코백스가 북한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99만2,000회분을 배정하고 5월까지 170만4,000회분을 전달할 예정이었으나 북한 당국은 백신 수용을 위한 행정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에는 AZ 백신 473만4,000회분이, 8월에는 중국 국영제약사 시노백의 백신 297만 회분이 북한에 배정됐다.

그러나 북한 보건성은 국제적으로 백신 공급이 제한되고 일부 국가에서 반복적으로 감염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해 북한에 배정된 백신 297만 회분을 코로나로 심각한 영향을 받는 나라들에 재배정해도 된다는 뜻을 유엔아동기금(UNICEF)에 전달하며 거절했다.

올 초에도 코백스가 154만800회분의 백신을 새로 배정했으나 북한이 수용의사를 표시하지 않자 할당량을 축소했다가 결국 전량을 다른 나라에 재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지 2년 2개월 만에 북한이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세계보건기구는 공개 예방접종 프로그램이 시행되지 않은 북한에서의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의 감염병 대응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11월 30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유니세프(UNICEF)가 요청한 대북 인도주의 지원사업에 대한 1년 간의 제재 면제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인공호흡기와 마스크, 코로나19 백신 냉동유통 및 보관 장비 등의 인도적 지원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5월 24일 현재 유니세프 웹사이트의 코로나19 백신 마켓 안내판에는 북한에 배정된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여전히 ‘0’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백신 공급을 거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입법조사처는 국제사회의 백신 공급에 대한 북한의 거절 사유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화이자사나 모더나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초저온유통・보관 시스템을 구비해야 하는데 전력난을 비롯한 내부여건들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백신을 공급받는다 할지라도 무용지물이므로 거절한 것이라고 입법조사처는 추측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중국산 백신과 AZ 백신,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의 경우 초저온 냉장유통 시스템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북한이 AZ 백신 등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해 지원을 거절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북한이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mRNA 방식의 백신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어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입법조사처는 ‘주체’의 관점에서 한국이나 미국에서 백신을 지원받는 것이 자신들의 약점을 노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북한에서 코로나19 관련 발열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5월 16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물자에 대한 지원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했다.

통일부는 북한과의 방역협력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 제안을 남북연락사무소 간 전통문을 통해 보냈으나 북한은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도 북한의 코로나19 관련 인도적 지원 계획과 가능성을 밝히고 있으나 북한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북한은 연일 공식보도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발열환자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과 치명률이 낮은 상황 등 방역의 성공적 사례를 보도하며 오히려 방역 성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 당국의 이러한 보도와 달리 북한은 국경봉쇄의 장기화로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북 경제 제재에 더해 식량 생산 감소, 위생적인 식수 부족 등의 요인이 더해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을 인도적 차원으로 인식하고, 이에 지속적인 협력 의사를 밝힘으로써 장기적으로 남북간 보건협력이 남북대화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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