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사회, 잇따라 수가협상 규탄 성명 발표
수가협상 구조 폐기, 총체적 개혁 단행 필요 주장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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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 협상(수가협상) 이후 개원의사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개원의사들로 이뤄진 각 진료과 개원의사회에서 잇따라 수가협상 규탄 성명을 발표하며 수가협상 구조를 폐기하고 총제적으로 개혁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7개 공급자단체는 지난 1일 2023년 요양급여비용 환산지수 계약(수가협상)을 마무리했다.

유형별로 약사회가 3.6%, 치과 2.5%, 병원 1.6%로 타결됐지만 의원(공단 최종 제시 2.1%)과 한방(공단 최종 제시 3.0%)은 결렬됐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수가협상 구조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하면서 불합리한 수가협상 구조를 거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사협회는 “수가협상이 결렬될 경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는 형식적인 논의를 거쳐 결국 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제시한 인상률로 결정되는 만큼 이러한 소통 없는 결정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불합리한 SGR 모형은 폐기하고 공급자단체와 합의를 통해 최소한의 최저임금 인상률 및 물가인상률이 자동 반영되는 기전을 마련하고 의원 유형에만 불리한 여러 가산 제도도 개선한 새로운 모형을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재정운영위원회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할 경우 더 이상의 불합리한 수가협상을 거부할 것”이라며 “향후 방역 대응 관련 정부시책에 대한 협조도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그로 인한 의료기관 및 국민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공단 및 재정운영위원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의협의 반발에 이어 각 개원가에서도 이번 수가협상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수가협상 구조가 뿌리까지 썩어 있다며 총체적 개혁을 요구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수가 협상은 ‘협상’이 아닌 ‘통보’였다.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이미 문제가 많아 선진국에서는 폐기된 ‘SGR 모형’ 결과를 근거로 수가 인상률 2.1%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최근 5년 간의 최저임금 44.6%의 급격한 인상에 반해 의료수가 2.1% 인상은 일방적이며 치욕적인 통보”라고 성토했다.

이어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방적 추가 재정소요분 수치를 보여주며 YES or NO를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이는 공급자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수작이며 협상이 아닌 협박”이라며 “특히 이번 수가협상에서는 밴드 ‘이중장부’를 만들어 의원 유형만 대폭 삭감해 그 재정을 다른 유형에 배당하는 비열한 수법을 썼다”고 맹비난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재정소위에 발언기회를 얻은 공급자 단체의 발언 이후 잡상인처럼 쫓아냈다며, 공급자단체 대표와 회원들을 경시하는 오만무례한 행동이었다고 분노했다.

의사회는 “득하기 어려운 수가 인상률에 반대하고 뿌리까지 썩은 수가 협상 구조 폐기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이번 수가협상에서 재정운영위원회가 보인 갑질에 대해 해명하고 이에 대한 책임과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도 이번 수가협상 결과에 대해 ‘토사구팽’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신경외과의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봉사와 희생이라는 윤리적 무기로 의료계의 손을 빌렸지만 코로나 상황이 정리되면서 의료계를 손절하려 하고 있다”며 “‘사냥이 끝나면 개는 버려진다’는 말이 현재 수가협상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물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 인상을 결정하면서 거창한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말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태도”라며 “이번 협상에서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기를 바라며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바로 잡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이번 수가협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수가협상에서는 코로나19 대응에 헌신한 의료계에 보상이 이뤄져야 했으나 오히려 개원가가 수혜를 입었다는 이유로 인상률이 낮아졌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최근 5년 간 2.37%, 2.29%, 1.99%, 2.09%, 1.98%(2019년부터 5개년)의 인상에만 그친 수가 상승률은 희망을 갖고 버티고 있는 의사들의 진료 의욕을 마지막까지 무너뜨렸다”며 “코로나19로 인해 개원가가 수혜를 입었다는 건보공단의 주장은 뒷받침하는 하등의 근거도 없을 뿐더러 의사들로 하여금 분노를 넘어 비통한 마음이 들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KDI는 올해 물가상승률이 4.2%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최근 5년간 최저임금상승률은 44.6%에 달하는 상황에서 건보공단이 제시한 의원 수가 인상률 2.1%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특히, SGR 모형의 선택적 적용을 통한 인상률 도출 과정은 공급자의 의견을 아예 묵살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협상은 해당 당사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과정인데 재정운영위원회가 정한 밴드 내에서 공급자 간 비교를 통해 진행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은 도저히 협상이라고 부를 수 없다”며 “재정운영위원회가 공급자인 의사들을 향한 전향적인 태도로 협상에 다시 임하지 않을 경우 결사 항전의 각오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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