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약 처방받기’ 도입 닥터나우, 의료계와도 소송전
서울시의사회, 약사법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닥터나우 고발
“전문약 선택 유도 행위 등 비대면 진료 시장질서 교란해”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최근 닥터나우를 의료법,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출처=박명하 회장 SNS)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최근 닥터나우를 의료법,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출처=박명하 회장 SNS)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비대면 진료 플랫품 업체 닥터나우가 약업계에 이어 의료계와도 소송전에 휘말렸다. 닥터나우가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전문의약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한 뒤, 닥터나우와 제휴된 소수의 특정 의료기관으로부터만 처방 받도록 하는 등 비대면 진료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의사회는 닥터나우를 약사법 및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14일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해당 플랫폼의 대표적인 업체인 닥터나우는 도입 초기부터 끊임없이 약사사회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 대한약사회가 담합조장, 불법광고 등을 이유로 닥터나우 장지호 대표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무혐의,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또한 지난 1월 약사단체인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약준모)이 ‘배달앱 불법신고센터’를 개설하자 닥터나우가 ‘처방전 거부 약국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약준모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서울시약사회는 닥터나우 앱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특정 전문의약품 표기 및 가격 등 표시가 약사법 위반이라고 보고 이를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닥터나우와 약사사회가 갈등을 빚는 동안 의료계에서는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의사회가 칼을 빼들었다.

닥터나우가 최근 도입한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 때문이다.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는 온라인 쇼핑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전문의약품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은 뒤 의사와 비대면 전화 진료를 통해 처방받을 수 있다. 처방받은 의약품은 퀵서비스나 택배 등으로 수령 가능하다.

서비스 대상 의약품은 탈모, 다이어트, 피부・여드름, 인공눈물, 소염진통제 등 6가지 증상과 관련한 약품 27종이다.

이와 함께 ‘BEST 약품’ 페이지에서는 환자가 많이 찾는 인기 의약품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약품을 클릭하면 다른 환자들이 해당 약품의 효과에 대해 올린 상세한 리뷰까지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계는 해당 서비스가 영리를 목적으로 소개·알선·유인 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위반했으며, 전문의약품 광고를 금지한 약사법 제68조 제6항을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해당 서비스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지난달 25일 시정조치를 주문하는 공문을 닥터나우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닥터나우는 ‘원하는 약 처방하기’ 서비스를 ‘원하는 약 담아두기’로 변경해 계속 운영하고 있다.

닥터나우 측은 ‘처방 가능 여부는 의사가, 약 가격은 약국이 결정한다’는 내용을 명시한데다 보건복지부 지침, 추진 법률근거에 100% 기반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비급여 전문 의약품을 환자가 결정하게 해 심각한 의약품 오남용을 발생시킬 수 있는 잘못된 서비스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봤다”며 “이에 대해 서울시의사회 25개구 산하 회원들에게 제보를 요청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무부처인 복지부도 환자가 전문약을 골라서 처방 받는 것이 약사법,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닥터나우에 공문을 발송해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닥터나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동일한 방식의 비대면 진료를 강행하고 있다”며 “닥터나우의 공익 침해 소지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요청하고자 고발 조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박명하 회장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가 성장한 데에는 ‘한시적 허용 비대면 진료’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해당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박 회장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시기에 우후죽순 난립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의 과당 경쟁에 따른 폐해 또한 만만치 않다”며 “정부가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소지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음에도 플랫폼 업체들이 버젓이 해당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는 행태는 현재 비대면 진료 서비스가 대단히 왜곡돼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닥터나우 뿐 아니라 비대면 진료의 근본적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기술적, 윤리적 문제 역시 다시 심도 있게 재논의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의사회가 닥터나우를 고발하자 의료계 내에서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과의사회가 박명하 회장의 닥터나우 고발 건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서울시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닥터나우와 같은 기형적인 플랫폼을 통한 원격의료의 확산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비대면 원격의료의 논의에 앞서 이에 대한 안정성 검증이 최우선 과제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비대면 원격의료 추진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하며, 닥터나우와 같은 플랫폼 역시 즉시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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