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제약 지수 시가총액 6거래일 간 각각 8조·4조 ‘증발’
시장 분위기 최악, 주가방어 모멘텀 부재…조정세 지속될 듯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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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가 조정의 늪에 더 깊숙이 빠져드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섹터 내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할 만한 대형 호재가 부재한 상황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공포까지 국내·외 증시 전반에 빠르게 엄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 행보가 현실화되면 증시 자금 이탈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데다 제약바이오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시선도 여전해 당분간 의미 있는 반등 시그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의 하락세가 진정되기는커녕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거품이 본격적으로 걷히면서 시작된 조정세가 잇따른 대외 악재와 맞물리면서 더욱 짙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공포가 제약바이오의 반등 여지를 완전히 꺾어 버리는 분위기다. 인플레이션은 금리 인상을 부르고, 이는 곧 증시 자금 이탈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은데 현재 타 산업 대비 시장의 관심이 크게 낮아진 제약바이오 섹터가 더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일주일 동안 제약바이오 주요 지수는 하락을 거듭했다.

이달 8일 기준 6거래일(6.8~6.15 종가 기준) 동안 코스피 의약품 지수 시가총액은 121조7,060억 원에서 113조8,520억 원으로 7조8,540억 원이 증발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제약 지수 시가총액 역시 40조4,940억 원에서 36조6,120억 원으로 9.6%가 빠졌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외부 충격으로 급락한 제약바이오 섹터가 잠시 제한적 반등 이후 이내 곧 새로운 저점을 찾아가는 추세가 올해 내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제약바이오의 진정한 바닥은 아직 멀었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이유다.

이 같은 비관론의 배경에는 개별 기업들의 현 주가 수준과 성과에 대한 괴리가 아직도 크다는 시장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팬데믹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0년 초(1.2)까지만 해도 코스피 의약품 지수 시가총액은 76조5,460억 원에 불과했으나 그로부터 1년 후(2021.1.4 종가 기준) 149조6,930억 원으로 95.6%가 증가했다.

코로나19 사업으로 집중 조명을 받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비중이 큰 상위사를 비롯해 신풍제약 등과 같은 중소제약사가 깜짝 등장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코스닥 제약 지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당시 시가총액은 28조3,680억 원에 그쳤지만 셀트리온제약, 씨젠 등의 활약으로 2021년 초 56조5,640억 원까지 급증했다.

급등락이 있기는 했지만 이러한 상승 추세는 그해 하반기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사업이 개별 기업의 실적으로 연결된 경우는 그간 손에 꼽을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한껏 높아진 주가에는 코로나19 사업 추진에 따른 실적 기대감이 절대적이었는데 대다수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

실제로 코로나19 테마주로 묶였던 상당수 업체는 펜데믹 이전과 대비해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거나 거의 변화가 없었다. 제약바이오가 외부 악재의 영향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조정 장기화의 주요 원인은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이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섹터가 고점 대비 크게 조정을 받은 상태지만 금리 인상 등의 이슈로 국내외 투자 여건이 악화되면서 계속 힘없이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개별 기업 상당수가 현 주가를 방어할 기초 체력이 탄탄하지 못한 데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포스트 코로나 이후 청사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냉각돼 있는 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개선되면 제한적인 반등은 일부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조정의 터널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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