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 슈퍼항생제 저박사, 5년 만에 약평위 통과…급여화 수순
다음은 화이자 항진균제 크레셈바?…“넘어야 할 문제 산적”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항생제 내성에도 사용 가능한 이른바 ‘슈퍼항생제’의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우여곡절을 거치며 오랜 지연 끝에 정부와 개발사가 합의점을 찾았다는 평가다.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슈퍼항생제 옵션이 미국·유럽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첫 급여 적용이 옵션 확대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MSD 슈퍼항생제 ‘저박사’, 국내 승인 5년 만에 약평위 통과

이달 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6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는 MSD의 다제내성 항생제 저박사(성분명 세프톨로잔-타조박탐)이 복잡성 복강 내 감염, 복잡성 요로 감염, 원내 감염 폐렴에서 급여 적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저박사는 복잡성 요로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ASPECT-cUTI 연구에서 대조약인 레보플록사신 대비 유의한 미생물학적·임상적 완치, 복잡성 복강 내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ASPECT-cIAI 연구에서 메트로니다졸 병용요법의 동등한 임상적 완치를 확인한 바 있다.

이후 다제내성 녹농균 및 ESBL 생성 장내 세균에 대한 생체 외 활성, 그람음성균·그람양성균 효과 등을 임상에서 입증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저박사는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으며 2017년에는 국내 사용승인도 얻었다.

하지만 2019년 이뤄진 약평위에서 저박사는 비용효과 불분명을 이유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당시 비용효과를 판단하는 기준에 따르면 저박사의 급여적정성을 인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경제성평가에서 저박사의 비교 약제는 1995년 개발된 메로페넴. 저박사와 단순 약가 차이만 10배 이상이다.

항생제 내성에 대한 효과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기존 항생제와 일반 감염에 대한 효과·약가만 비교하는 기준으로 저박사는 경제성 입증이 불가능했다.

당시 국회 토론회에서 현장의 감염내과 전문의는 “현재 경제성평가 기준으로는 100년이 지나도 국내에 항생제 신약이 들어올 수 없다”며 새로운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새로운 대책은 2020년 이뤄졌다. 항생제를 급여 승인 절차에서 경제성평가 면제 분야로 포함한 것.

다만 경제성평가 면제 이후에도 저박사가 약평위를 통과하는 데는 2년이 걸렸다. 항생제 신약의 경제성평가 면제 트랙의 첫 사례인 데다 MSD의 내부 문제도 겹쳤기 때문이다.

≫ 다음 대상은 크레셈바?…항진균제에는 여전한 경제성평가

저박사가 특별한 문제 없이 건보공단과 약가협상을 마친다면 국내에 급여 등재된 첫 슈퍼항생제가 된다. 다시 말해 ‘유일한’ 슈퍼항생제 급여 옵션이다. 현장에서 생사를 오가는 다제내성 문제에 대응하기에는 여전히 옵션이 턱없이 부족하다.

해외 상황은 어떨까. 2014년 이후 FDA는 15개의 항생제 신약을 허가했다. 유럽 의약품청(EMA) 또한 9개의 항생제 신약을 승인했다.

반면 이 기간 국내에 승인된 항생제 신약은 저박사와 더불어 국내 제약사인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시벡스트로(성분명 테디졸리드), 화이자의 항진균제 크레셈바(성분명 이사부코나졸)까지 3종에 불과하다.

시벡스트로의 경우 현재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상태라 실제로 사용 가능한 옵션은 2개에 불과하다.

시벡스트로는 2014년 국산 신약 24호로 시판 허가를 획득하며 다제내성 피부 감염에서 슈퍼항생제로 각광받은 바 있다. 2016년에는 급여 등재까지 이뤄졌지만, 동아에스티는 결국 이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지 않았다. 약가가 낮아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시벡스트로는 2018년 급여목록 삭제 후 2020년 품목허가까지 취소되며 사라졌다. 회사 측은 경제성평가 면제에도 시벡스트로의 재출시는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박사 이후 가장 유력한 슈퍼항생제는 화이자의 크레셈바로 볼 수 있다. 크레셈바는 항균제인 저박사, 시벡스트로와 달리 항진균제다.

다만 크레셈바는 저박사보다도 넘어야 할 산이 높다. 항생제 경제성평가 면제에서 항진균제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크레셈바가 약평위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경제성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 경제성평가에서 크레셈바는 2003년 개발된 이트라코나졸이 비교 대상이 되면서 비용효과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화이자 측은 “진균 감염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을 항균제만이 아닌 항생제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박사의 급여 절차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후속 옵션의 급여는 물론 추가 항생제 신약의 도입마저도 난항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미국·유럽과 같은 슈퍼항생제 옵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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